'위기는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다.'
금융 위기가 실물 경기로 번지면서 산업계가 위기 탈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재계는 이번 글로벌 위기에서 살아남는 기업이야말로 글로벌 무대에서 지위를 다질 수 있다고 보고, 기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 "더 작게, 더 효율적으로" = 세계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 업종인 자동차 업계는 올해 소형차와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화두로 삼았다.
불황기에도 꾸준하게 수요가 있는 소형차와 연비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차량으로 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국내 공장 가동률을 높여 아반떼와 베르나, 프라이드 등 중소형 차종을 외국 시장에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는 최근 체코 공장에서 준중형 i30 생산을 시작해 i10, i20와 함께 중소형 차종의 라인업을 탄탄하게 구축했다.
현대차는 올 7월 출시하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작으로, 2018년 하이브리드차 50만 대 양산을 위한 연구인력과 조직 보강에도 나섰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시무식에서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올해에는 판매확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분발을 당부했다.
'수주 가뭄' 속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위기를 넘을 수 있는 준비를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석유 시추용 선박이자 고부가가치 선박인 시추선을 비롯한 신개념 선박들을 잇달아 개발했고, 현대중공업은 전기추진 LNG선과 초대형 원유저장생산설비 제조 기술을 개발해 수주에 나설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시추선과 반잠수식 시추선, 초대형 원유저장생산설비 등 해양 분야 강점을 무기로 수주 경쟁을 대비하고 있다.
◇ 전자업계, 일석이조 노린다 = 전자업계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LCD, TV 등의 부문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격 경영을 펼치면,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하나 둘 한계에 내몰려 업계 재편이 이뤄지고, 결국 '점유율 상승', '시장 지배력 강화'의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이 시무식에서 "위기 극복은 물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체질을 확보하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LCD, TV, 휴대전화 등 주력사업은 고급-저사양(High-Low) 시장에서 모두 지배력을 더욱 굳히고, 프린터, 노트북 PC, 시스템 에어컨 등 새로운 성장 육성사업은 거래처 확대와 디자인 차별화, 해외영업 기반 강화로 글로벌 역량을 키운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LG전자도 주력 제품인 휴대전화, TV, 에어컨 등의 세계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뒷걸음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서도, 시장 점유율만은 반드시 높이겠다는 각오다.
◇ "두렵지 않다" 기업들 정공법 채택 = 실물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는 정공법을 택한 기업들도 있다.
SK그룹은 유가 급등락이라는 위기상황에 맞서 유전 확보라는 카드를 뽑았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를 위해 자원 개발에만 지난해 1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2007년 4천900억 원의 배가 넘는 액수다. SK그룹은 올해도 자원개발 투자비를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SK그룹은 영국, 브라질, 리비아, 페루 등 17개국 32개 광구에서 확보한 5억1천만 배럴의 지분 원유 보유량을 오는 2015년까지 8조 5천억 원을 투자해 10억 배럴까지 늘리기로 했다.
유통업계도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전략을 세워놓았다.
'유통지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해외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는 1월 중 중국 텐진에 새로운 백화점 설립에 대한 계약을 마무리한 뒤, 내년중 중국내 롯데백화점 2호점을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의 해외 점포로는 3번째가 된다.
이외에도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백화점 부지를 물색 중이고, 2010년 이후에는 중국 선양에 호텔, 백화점, 놀이시설이 들어가는 대규모 '중국선양 복합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비상하는 새로운 시작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임직원 모두 진정한 프로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신세계는 롯데와 달리, 백화점이 아닌 대형 마트의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도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 18개 이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는 올해 쑤저우 무뚜점, 텐진 메이장점 등 중국내에 이마트 10~15개점을 열 예정이다. 이어 2012년까지 70개, 2015년엔 100개 점포를 확보하며, 궁극적으로 중국 전역에 1천 개의 이마트를 개장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구학서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의 위기상황도 글로벌 초일류 유통기업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중국 사업은 출점을 더욱 가속화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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