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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총수들'..지배는 하고 책임은 회피
이사등재비율 낮아져..삼성·현대 등 등재율 '제로'
총수있는 대기업일수록 사외이사는 '거수기'
공정위, 2012 대기업집단 지배구조현황 정보공개
2012-09-27 12:00:00 2012-09-27 12: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대기업 총수들의 계열사 이사등재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등재가 돼 있지 않을 경우 총수에게 경영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총수들이 소수지분으로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표한 '2012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현황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총수가 있는 38개 대기업집단 1413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는 5844명이며, 이 중 총수일가는 535명이다.
 
등기이사 중 총수일가의 비중은 9.2%로 지난해보다 0.7% 증가했지만, 등기이사 중 총수의 비중은 2.7%(157명)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총수일가는 주로 대기업집단의 주력회사에 이사로 등재하는 경향이 짙었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137개 회사 중 78개사(56.9%)에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의 이사등재비율은 기업집단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삼성과 현대중공업(009540), 두산(000150), LS(006260), 신세계(004170), 대림, 미래에셋, 태광(023160) 등 8개 집단의 총수는 계열사에 이사등재를 전혀 하지 않았다.
 
계열사 경영에 문제가 있을 경우 총수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반면, 롯데 총수는 12개 계열사, 영풍(000670) 총수는 13개 계열사, STX(011810) 총수는 11개 계열사에 각각 이사로 등재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상법에는 등재이사가 아닌 자가 업무집행을 지시하거나 경영권을 사실상 행사할 경우 '사실상 이사'로 간주해 회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사등재가 돼 있지 않은 경우 업무지시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를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 총수의 이사등재비율이 낮아서 법적 책임을 묻기가 곤란하다"며 "상법에 '사실상 이사'제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총수의 책임을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기업들은 법적 사외이사 요건은 겨우 갖추고 있지만, 사외이사의 '거수기'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005490), 현대중공업(009540) 등 22개 대기업집단은 법상 최소기준(전체 이사의 25% 이상)을 딱 맞췄고, KT(030200), SK(003600), LS(006260), 동부, KT&G(033780) 등 24개 집단은 법상요구기준을 넘겨 사외이사를 넉넉하게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1년간 대기업 계열사 중 상장사의 이사회안건 5692건 중 사외이사가 반대해서 원안대로 가결되지 않은 안건은 36건, 전체의 0.63%에 그쳤다.
 
부결된 안건이 13건(0.23%), 부결되지는 않았지만 안건에 영향력을 행사한(조건부 가결· 보류·수정의결) 경우는 23건(0.4%)이었다.
 
특히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일수록 사외이사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사례는 총수가 있는 38개 대기업집단에서는 12건에 불과했고, 총수가 없는 8개 집단에서는 24건이 발생했다.
 
대기업집단에서는 소수주주의 권한행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집중투표제는 전체 대기업 상장계열사 238개사 중 5.9%(14개사)만 도입했고, 서면투표제는 지난해 11.5%보다 줄어든 10.1%가 도입한 상황이며, 전자투표제는 도입한 회사 자체가 없다.
 
게다가 이런 투표제를 통해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도 드물었다. 집중투표제로 의결권이 행사된 경우는 전무했고, 서면투표제는 도입회사 24개사 중 10개사에서 의결권이 행사됐지만, 의결권 행사주식 비율은 0.2%로 미미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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