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설'(說)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증권가 한쪽에서는 'SK그룹 수뇌부의 의지를 확인한 사실'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르면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일부 주요임원 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른바 '물갈이'와 함께 '몸집 줄이기'가 단행된다는 얘기다.
SK그룹에 정통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SK그룹 내에서도 '우리 멤버들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오는 3, 4분기 실적이 구조조정의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그룹 고위층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라며 "인적 구조조정으로 간다.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을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 228억원을 기록하며 4분기만에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3분기 또 다시 적자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이은 실적 부진은 주요 임원 교체 및 구조조정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특히 SK그룹 일원으로 주요보직을 교체하면서 하이닉스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조직문화를 새로이 탈바꿈하겠다는 최상층부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SK와 하이닉스 간 조직문화에 있어 분명 괴리가 있다"며 "실적보다는 연차를 우대하는 문화를 그룹 차원에서 계속 좌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 식구로 완전히 편입시키기 위해서라도 일부 임원진의 교체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하이닉스는 물론 여타 계열사와 노사관계 등에 미칠 파장이 지대함에 따라 SK그룹으로선 결심을 끝내고 과정을 마무리하기 직전까지 모든 단계를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구조조정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 중 하나는 이달초 불거진 애플의 아이폰5에 대한 '헐가 납품설'이다.
반도체 시장이 치킨게임을 끝내고 독과점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그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관행화된 애플의 불평등 계약 방식이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아이폰5에 탑재될 모바일향 반도체 가격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이 애플에 '반기'를 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허전에 이은 부품공급 중단 사태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이 격화되면서 업계 시선은 SK하이닉스로 모아졌다. 기존 반도체 공급처들이 잇달아 수급 계약을 파기하면서 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변화된 환경으로 협상권에서 우위를 점했음에도 애플 측이 제시한 저가에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선 전략 부재로 비즈니스 기회를 제대로 활용치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나왔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애플과의 수급계약을 파기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이를 모르고 계약에 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작 SK하이닉스는 시장 기대에 전혀 못 미친 단가에 계약했다.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단지
반면 SK하이닉스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얘기하기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태원 회장과 권오철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그보다 SK하이닉스의 구조조정 요인을 반도체 시장 전반에 걸친 수익성 악화에서 찾는 분위기다. 하이닉스의 가장 큰 문제는 펀더멘탈이 아니라 D램 가격 급락에 따른 실적 악화 등 업황 침체에 있는데다, 회사 스스로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치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우선 생산량 감축을 단행한 뒤 구조조정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구조조정은 선택 가능한 최종 카드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가능성마저 닫히진 않았다.
한편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법정 공판이 진행 중인 예민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이란 악수를 둘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결심이 섰다 하더라도 여론의 추이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97년 외환위기나 2009년 금융위기 등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단 한 차례도 실행하지 않았다"면서 "구조조정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투자 및 생산량 등에 있어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감안해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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