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롱텀에볼루션(LTE) 통신특허로 확전시킬지 여부를 놓고 최종 고심에 들어갔다.
애플이 13일 예상대로 LTE 기능의 아이폰5를 공개한 가운데 삼성은 당장의 직접적 확전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치밀한 손익계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애플과의 통신특허 소송 관련해 일체의 언급조차 피하고 있다.
14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애플과의 통신특허 소송 관련해 내부적으로 전혀 논의된 사항이 없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4S를 출시한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 소송에 나섰던 것과는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낸 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5가 LTE를 지원함에 따라 곧바로 삼성의 반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지난달 미국 법정에서의 완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LTE 통신특허 소송에 나설 것이란 게 지배적 전망이었다.
하지만 아이폰5가 LTE로 무장한 채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삼성의 신중함은 이어지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기하는 등 향후 펼쳐질 상황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는 기류다.
일단 전문가들은 LTE 통신특허를 무기로 한 전선 확대가 삼성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경쟁과 혁신은 뒤로 한 채 특허전에만 매달릴 경우 부정적 이미지만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달 미국 본안소송에서 완승을 거둔 애플은 승소를 뒤덮는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혁신 없이 특허전에 몰입하는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은 외신을 통해 세계 각 국에 타전됐다. 게다가 삼성의 갤럭시S3는 패소 평결 이후 오히려 판매량이 급상승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아이폰5가 애플의 혁신을 잇지 못했다는 혹평이 제기된 터라 자칫 소송전으로의 비화는 애플에게 반전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애플 안방인 미국에서조차 아이폰5에 대해 "길이만 길어졌다"는 비아냥이 잇달았다.
무엇보다 더 이상의 특허전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실익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은 애플과의 특허전으로 인해 막대한 광고비용 이상 가는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애플 하면 삼성을 떠올릴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양강 입지 또한 확고해졌다. 비록 1조2000억에 달하는 천문학적 배상금과 '카피캣'이란 오명을 떨치진 못했지만 세계 산업을 주도하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시장 1위로 올라선 것은 이와는 비교 못할 성과라는 게 업계의 일치된 평가다.
최대의 '적'이면서도 최대의 '고객'인 애플과의 부품 수급관계도 문제다. 최근 양사간 특허소송이 격화되면서 애플이 아이폰5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 등에 있어 삼성을 배제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으로서는 매출 감소 등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신종균 무선사업부(IM) 사장은 12일 "마음 같아서는 더 하고 싶지만 애플과 부품 분야에서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대응하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확전 자제의 요인을 부품 수급관계에서 찾았다.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이미 공세 카드를 손에 쥔 이상 상황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과의 크로스라이선스(교차특허)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해석되어진다. 더 이상의 지리한 법정 싸움을 끝내고 부담 없이 시장을 활보하고 싶은 쪽은 오히려 삼성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로 또한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이외에 법정이 판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신특허의 복잡함과 난해함을 이유로 드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특허권에 정통한 특허법인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삼성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표준특허와 비표준특허의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부적인 기술에 대한 법원의 인지능력이 일정한 한계를 나타냈기 때문”이라며 “통신특허와 관련한 내용은 소송에서 쉽게 관철시키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삼성이 아이폰5가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하길 기다리고 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실질적으로 아이폰5의 매출이 발생한 이후의 법정 공세가 보다 효과적이고, 얻는 것도 많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특허소송과 관련해 어떠한 전략도 밝힐 수 없다”면서 “만에 하나 (대응전략이) 있다고 해도 무기를 미리 공개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않는 전략으로 애플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면서 향후 특허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한편 이 관계자는 삼성이 아이폰5에 대해 LTE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보도를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삼성은 여전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맞춤형 카드를 고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애플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아이폰5.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