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부품압박'..실상은 삼성의 '반격'
낸드플래시 64GB 공급가 두고 삼성-애플 '이견'
2012-09-10 13:46:23 2012-09-10 17:24:59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애플의 부품 압박이 실상은 삼성전자의 반격 성격이 짙은 거래 결렬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국내외 언론들은 애플이 아이폰5에 삼성전자의 부품을 대거 채택하지 않은 사실을 전하면서 삼성에 대한 애플의 전방위 옥죄기로 풀이했다. 특허소송의 연장선상에서 '슈퍼갑' 애플이 또 다른 공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메모리반도체 납품단가에 대한 양사의 견해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에게 "9월부터 64기가바이트(GB)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5달러 이하로는 납품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삼성은 그러면서 5달러 후반대를 납품가로 제시했다.
  
애플은 당초 제시했던 3.2달러 수준의 단가에서 한발 물러섰으나 삼성의 요구 수준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양사는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거래가 결렬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까지 애플에 5달러 수준으로 낸드플래시(64GB) 메모리반도체를 납품해왔다. 때문에 이번 가격 협상에서 제시된 애플의 요구는 실제 물량 공급가보다 무려 30% 낮은 수준이었던 셈이다.
 
뿐만이 아니다. 애플의 막무가내식 발주에 대해 삼성전자는 물론 도시바 등 세계 최대의 부품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장기계약 체결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퍼갑의 지위를 남용해 일종의 부품 공급단가 후려치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IT 총괄 상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도 애플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SDI와의 거래가 파기되고 결국 중국 배터리 업체를 물색하고 있는 건 애플도 대안이 없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번 논란은 애플이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부품 수급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적 측면도 기인했겠지만 본질은 삼성을 비롯해 핵심부품 공급사들의 일대 반격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로 인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건 애플이 됐다. 애플은 부품업체들의 잇단 반발로 총 100만대에 이르는 공급 물량을 당초 삼성전자 등에 제시했던 3.2달러 수준보다 25~30% 높은 수준으로 납품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애플이 세계 최대의 부품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완패한 셈이다. 최근 애플이 중국, 대만 등의 제조업체들에게 시선을 돌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더 큰 문제는 아이폰5 판매가 초도 물량 1000만대를 넘어선 이후다. 아이폰5가 출시 첫 주에만 최대 1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와 엘피다, 단 2개 업체만으로는 물량 소화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AP, 모바일D램 등 애플이 삼성전자와 거래를 끊게 되면 대량생산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낸드플래시도 그렇지만 특히 모바일D램의 경우 죽어가는 엘피다를 제외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초도 물량이 소화된 이후 애플은 아이폰5 판매를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라도 삼성과의 부품 거래를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시간이 갈수록 막대한 원가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중국 부품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아이폰5의 질적 저하 가능성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업계 일반적인 시각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핵심부품 경쟁력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IT업계의 한 전문가는 "실제로 중국 제조업체의 배터리 물량이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통상 중국 배터리는 안정성 측면에서 아직 치명적인 결함을 해소 못했다"며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면 1위 업체인 삼성SDI를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며 답변을 꺼렸다. 애플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로 보인다. 다만 한 관계자는 "세트와 부품으로 사업부가 나뉘어져 있고 애플의 경우 여전히 최대 고객사 중 하나"라며 "가격이 맞지 않아서라면 모르지만 반격을 노리고 발을 빼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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