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빨간색' 걷어내고 부활한 '초과이익공유제'
2012-09-09 13:36:18 2012-09-09 13:38:35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지난해 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대·중소기업 초과이익공유제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광풍’을 타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 간의 설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후 18개월만이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과 전국금속노조 주최로 지난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초과이윤공유제 법제화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낸 정운찬 전 위원장은 최근 대선 이슈로 부상한 경제민주화 대안 가운데 하나인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당시 이건희 회장이 '사회주의 용어' 발언으로 강하게 반발한 덕분에 초과이익공유제가 많이 알려졌다"면서 "법제화 얘기를 나눈다기에 기뻐서 왔고 앞으로 제대로 알려지고 공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제도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공략들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덧씌워진 '빨간색'을 상당부분 걷어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성과다.
 
또 대선 국면에 접어든 지금 여론은 정운찬 전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꺼내들었다가 재계, 정계 할 것 없이 쏟아지는 비난에 만신창이가 됐던 지난해와 상황이 사뭇 다르다.
 
지난 3월 위원장직 사퇴 이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최근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하고, 야권의 동반성장 공세를 후방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은 갑작스럽게 경제민주화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우군이 됐다. 물론 이들이 언제까지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논의를 지속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법적 구속력의 부재로 인한 실효성 문제를 겪고 있는 동반성장 정책의 법제화 약속을 받아내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다.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매우 좋은 취지의 내용물을 사람들이 딱 오해하기 쉽게 포장해 세상에 내놓은 감이 있었다.
 
구조적으로 대기업 초과이익의 원천이 협력기업에 있다는 확실한 근거 제시 없이 "대기업이 가진 이익을 뺏자"는 식의 해석을 유도했다. 또 초과이익과 상당히 유사한 패턴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들을 만한 소지를 충분히 제공한 셈이다. 재계는 물론 정계, 학계, 심지어는 주무장관인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총공세에 나서 동반성장에 대한 담론을 싸잡아 평가절하시키게 만든 커다란 실책이었다.
 
하지만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경제민주화의 선결조건으로 대두된 재벌개혁 등에 대한논의가 서서히 동반성장 정책에 대한 불안함을 상당부분 완화시키고 있다.
 
대기업이 영위하는 막대한 실현이익의 일정비율은 협력기업에 대한 과도한 납품단가인하를 통해서 가능하고, 대중소기업간 불공정한 거래구조가 개별 기업의 자율성보다는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발전은 스스로의 노력에만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특혜나 1차에서 4차까지 이어지는 하청업체에 대한 '쥐어짜기'에 의한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기업이 거둔 이익의 일정비율을 중소기업 또는 중소기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투자되어야 한다는 것이 초과이익공유제의 요체다.
 
물론 재계에서는 아직도 경제민주화 바람이 그저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철 공략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정당정치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 그리고 특히 선거철은 그 어느때보다도 국민의 요구가 가장 강하게 표출되고 또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 아닌가.
 
경제 양극화가 심각해질대로 심각해진 지금 경제민주화가 부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바로 지금이 법제화를 담보로 한 ‘동반성장론’이 구체화되어야 할 호기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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