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제상황, 금융위기때보다 심각"
2012-08-22 17:22:33 2012-08-22 17:23:37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체감하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주요그룹 경영·기획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실시한 '위기체감도 및 대응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25개 그룹 모두 "현재의 경제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거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또 응답기업의 96%는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 이하로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92%는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현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심각한지를 묻는 질문에 '심각하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고, ‘비슷하다'(36%), '매우 심각하다'(20%)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심각하지 않다' 또는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대답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대내외 주요 기관들이 종래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깨고 잇달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산업 현장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체감도는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기업들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보면 '내수판매부진'(46%)과 '수출애로'(29%)가 각각 1, 2위로 드러나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이라는 현 위기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외에 '수요부진으로 인한 제품가격 하락'(13%), '자금부족'(4%), '생산비용 증가'(4%),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4%) 등이 제시됐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주요 그룹은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었다.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내부적으로 실시 중'인 곳이 52%에 달했으며 '내부 검토 중'인 곳도 28%로 집계됐다. 또 이미 '대외적으로 선포한 곳'은 12%였다. 반면 '운영계획 없다'고 밝힌 곳은 단 2곳(8%)에 그쳤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위기 극복을 위해 현재 실시하고 있는 대책(총123건.중복응답)으로는 '원가절감'이 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단계별 대응책 수립'(19건) 등의 단기적인 처방과 더불어 '제품경쟁력 강화'(19건), '미래유망사업 발굴'(14건)과 같은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생존전략들도 꼽혔다.
 
문제는 기업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이 기업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투자 및 채용 계획의 경우, 주요 그룹들은 일단 기존 계획에 '변화가 없다'(52%)고 대답했다. 하지만 전체의 36%는 '투자와 채용을 축소'(16%)했거나, '검토 중'(20%)이라고 답해 상황 변화에 따라 기존 계획의 축소 실행이 늘 수 있음을 보였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협력사와의 거래규모와 관련해서도 '불변'(56%)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감소'(소폭36%, 대폭8%) 의견도 44%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와 채용, 그리고 협력사와의 거래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늘린다는 그룹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이 같은 위기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경제여건을 더욱 어둡게 했다.
 
현재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2%가 '내년 하반기'로 답했으며, 한발 더 나아가 '2014년'(12%)과 '2015년 이후'(16%)도 비교적 높게 전망됐다. 현 위기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80%인 셈이다.
 
반면 '내년 상반기'로 보는 예상은 16%, 또 '올해 하반기'라고 응답한 그룹은 단 한 곳(4%)에 불과했다. 
 
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이 3% 달성조차
'불투명하다'(92%)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불가능하다'(4%)란 의견도 있었으며, '가능하다'(4%)고 답한 곳은 한 곳 뿐이었다.
 
주목할 점은 경기부양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경제정책으로 '규제완화 및 신규규제 도입 지양'(60%)이 첫번째로 꼽혔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들이 '금리 추가인하'(16%), '각종 세제혜택'(16%), '추경예산 편성'(4%) 등과 같은 전통적인 경제진작 정책보다 규제완화를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보인다. 그외에 '정책금융기관의 산업지원 강화'(4%) 등 기타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일부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표적인 전자, 자동차 업체 두 곳(삼성전자, 현대·기아차)을 제외한 129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4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학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선 재벌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위기론'를 강조하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동반성장 등의 주요 이슈들을 타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로 이전돼 가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지만, 그것이 대기업 구조조정을 미루는 방패가 될 수 없다"며 "불황을 이유로 경제위기가 중소기업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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