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정유사' 17년 관세공방 결국 법정으로
손모량 환급대상 여부가 주요 쟁점
입력 : 2012-06-21 06:00:00 수정 : 2012-06-21 06: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고유가 시대를 맞아 지난해에만 무려 164조원의 매출을 합작한 4대 정유사들이 모두 합쳐 80억원 가량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법정 공방에 돌입했다.
 
20일 정유업계와 관세당국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는 관세청에게 부과받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 80억1430여만원을 취소해달라며 지난달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부가가치세 등 4개 정유사 80억1400만원 취소 소송
 
소송가액인 세금 추징액은 SK이노베이션이 32억1991만원, GS칼텍스 24억9177만원, S-Oil 14억4889만원, 현대오일뱅크 8억5373만원 순이다.
 
수출용 원재료에 대해서는 수입할 때 부담했던 관세를 환급해주고 있는데, 정유사들의 경우 수입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퓨어가스를 환급대상으로 볼지가 과세쟁점이다.
 
퓨어가스는 공기중으로 방출하면 손모(물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재료의 손실)량으로 간주해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대상이 되지만, 정유사들은 이를 버리지 않고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 '부산물'로 간주, 환급대상이 아닌 과세대상이라는 것이 관세청의 입장이다.
 
관세청은 지난 2004년 이후 4년5개월 간 정유사들이 환급받은 세금을 다시 내 놓으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원유정제과정에서 발생한 퓨어가스는 비과세해 온 것이 관행이었고,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의 측면에서도 부산물이 아닌 환급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오락가락'한 정부와 이를 이용한 정유사들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정유사들이 매출액에 비하면 극히 적은 액수의 과세조치에 과세관청과의 걸끄러운 관계까지 감안해 법정소송을 불사한 데는 나름 명분이 있다.
 
퓨어가스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유사의 퓨어가스 과세문제 역사는 무려 1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0년대 퓨어가스를 버리면서 관세청으로부터 세금을 환급받아왔던 정유사들은 1995년 연료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모량으로 인정해 달라고 당시 국무총리실 행정쇄신위원회에 건의했고, 행정쇄신위는 연료사용분을 손모량으로 인정키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자본을 투입해 퓨어가스 회수 및 정제시설을 갖추고, 공장용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6년 수출용원재료에 대한 관세환급특례법이 개정됐고, 1998년 관세청이 부산물이 있는 경우에는 공제비율을 정해서 환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다. 퓨어가스를 부산물로 판단하게 될 경우 관세환급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규정이다.
 
관세청은 퓨어가스를 부산물로 판단해야하는 지를 당시 산업자원부에 질의했고, 산자부는 어영부영 퓨어가스에 대한 관세환급이 관행화됐던 2003년에서야 퓨어가스가 손모와 부산물의 이중적인 성격을 띄고 있지만, 손모로 봐야 한다는 정유사쪽 입장을 관세청에 제시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1998년 규정을 근거로 부산물로 판단, 오히려 과세전 징수통지를 내렸고, 정유사들은 억울하다며 국세심판청구를 했지만, 심판원은 관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 내에서도 퓨어가스에 대한 기준 및 해석이 오락가락했던 셈이다.
 
여기에 더해 감사원은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그 동안 부당하게 감면받은 관세를 징수토록 관세청에 요구했다.  
 
정유사들이 이번 소송에 앞서 조세심판원을 거치지 않고, 올해 초 감사원에 직접 심사청구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쪽에 이의신청을 해봐야 감사원 눈치를 볼태니까 애초에 감사원에 확인해보고 곧장 법원소송으로 가기 위해 감사원 심사청구를 제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유사의 고의성 여부도 쟁점
 
퓨어가스 과세문제의 또하나 관점은 정유사들의 고의성 여부에도 있다.
 
정유사들은 퓨어가스를 버리지 않고 연료용으로 사용하면서 2002년 이후 2006년까지만 2조50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관세환급까지 받은 정유사 입장에선 '꿩먹고 알먹고'였다.
 
정부는 정유사들이 얻은 경제적 이익이 명백하기 때문에 퓨어가스를 부산물로 판단해 환급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관세추징건이 2004년 이후 발생한 환급건이라는 점은 정부가 정유사들이 이익을 얻으면서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관세를 탈루할 목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세의 경우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없지만, 고의적 탈세 등의 경우에는 5년 전의 일도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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