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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정치, 경제를 뒤흔들다
2012-06-18 15:45:24 2012-06-18 15:46:15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힘의 뒤바뀜인가. 정치가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18일 세계의 눈은 일제히 그리스를 향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일대 분기점이었다.
 
긴장감 속에 개표가 시작됐다. 혼전 속에 그리스 국민은 유로존 잔류를 택했다. 구제 금융을 받아들이는 대신 긴축, 구조조정 등 뼈아픈 희생을 감내키로 한 것이다. 앞선 총선에서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던 그리스는 국가부도라는 벼랑 끝에서 마지막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 금융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코스피를 비롯해 주요국의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다. 눈앞의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하면서 시장은 우려에서 기대로 선회했다. 희망은 관망했던 투자심리에 불을 붙였다. 그리스의 선택이 가져온 이날 금융시장 기상도였다.
 
사실 그리스가 선택의 기로 앞에서 망설일 때 압박의 주체는 시장이었다. 자본의 힘은 그리스에게 생존이냐, 죽음이냐는 극단의 선택을 강요했다. 그렇게 정치일정을 눈치봐야했던 시장은 다각적으로 민의를 재촉했다.
 
정치와 경제 간 힘의 상관관계 속에 축은 여전히 민의임을 그리스 사태가 확연히 보여준 셈이다. 그리스는 선거를 통해 그 뜻을 보였고, 파급효과는 시장을 압도했다.
 
눈을 국내로 돌리면 대선이라는 또 하나의 빅이벤트가 정치과 경제와의 상관관계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정치권은 지난 19대 총선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를 약속했다.
 
새누리당의 정책(공정한 시장경제)은 미약하다 해도 보수층 입장에선 일대 개혁이라 할 만한 다짐이었다. 야권은 한발 더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짚으면서 재벌개혁을 외쳤다.
 
재계의 시장논리를 내세운 반발, 여론화를 통한 정치권 압박 등은 힘의 근간이 되는 민의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들은 선봉에 서서 국회의 규제 강화에 맞서려 들고 있다.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편향성도 여전했다.
 
정치의 공세 수위가 한풀 꺾일 때쯤 이번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나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은 17일 출마선언문을 통해 흐트러진 전선을 다잡고, 정책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유력주자 김두관 경남지사는 룰라를 말하며 서민정부를 꺼내들었다.
 
바탕은 민의였다. 고물가에, 전세난에, 집값 폭락에, 실업에, 보육에 휘청대는 민생고가 힘이었다. 상생이 화두로 떠올랐고, 동반성장이 산업계 전체의 바람이 됐다. 절차적 민주화에 이은 또 하나의 시대적 요구가 2012년 정치의 창과 방패가 됐다.
 
이젠 시장의 재반격이 남았다. 자본의 힘은 또 다시 정치와의 대립과 갈등을 양산할 태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유럽과 일본의 어려움을 ‘과도한 복지’에서 찾았다. 그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재계의 논리는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 정부의 비참한 실패가 경험적 법칙으로 국민에게 체화됐다는 데 있다. 더 이상 자본 논리는 여론을 파고들 틈이 없어 보인다. 성장의 주체였던 기업은 여전히 복지를 투자가 아닌 분배의 개념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담론의 부재 속에 시선은 연말 대선을 향하고 있다.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 한국사회 기득권의 벽을 절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체념에 국민들이 답하려 들고 있다.
 
“권력은 여전히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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