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부실저축은행 매각과정서 들러리 '의혹'
산은금융·기업은행 LOI 접수 마감 전후 갑자기 참여
유효경쟁입찰 성립 조건 간신히 맞춰..사실상 공적자금 투입 지적
2012-06-18 14:04:15 2012-06-18 15:06:41
[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3차 영업정지 저축은행 처리 과정에서 정부쪽 성향이 강한 은행들이 인수 의사를 밝혔을 뿐 아니라 국책은행들이 갑자기 입찰에 참여하면서 국책은행들이 들러리를 자처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는 사실상 공적자금 투입이 된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이 솔로몬 한국 미래 등 저축은행 3곳을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예금보험공사에서 3차 영업정지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우리금융 하나금융 산은금융 등 금융지주사 3곳과 기업은행 한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경우 영업정지 이전부터 저축은행 인수 의향을 나타냈고, 하나금융도 인수를 안하겠다는 입장에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산은금융과 기업은행은 인수 의사가 전혀 없었지만 마감 전후 갑자기 저축은행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2곳 이상 입찰에 참여해야 유효경쟁입찰이 성립한다는 조건을 간신히 맞춘 셈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우리금융은 솔로몬과 미래, 하나금융은 솔로몬과 한국에 LOI를 제출했다. 솔로몬 저축은행의 경우 유효경쟁입찰 조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과 미래는 일반기업이 참가해 최종 입찰 성립이 안될 가능성이 높았다.
 
일반기업도 LOI를 제출했지만 최종 입찰에 참가할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국책은행들이 서둘러 나선 것이다.
 
산은금융지주의 경우 마감 몇 시간을 앞두고 주요부서 부서장도 입찰에 참가한다는 내용 조차 알지 못했었다. 이미 사실상 저축은행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우식 수석 부회장이 밝혔기 때문이다. 전략추진실에서도 마감 한두시간을 앞두고 서둘러 움직여 LOI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도 담당부서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었으며, 마찬가지로 몇 시간을 앞두고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중에서도 중소기업과 연관돼 있는 부분도 있어서 좀 들여다본다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며 곤혹스러운 입장을 털어놨다.
 
아울러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정부쪽 성향이 강한 곳이어서 어쩔 수 없이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에서 56.9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여서 사실상 정부 금융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도 국민연금공단이 9.3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한금융이나 KB금융지주도 국민연금공단이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7%대로 2대 주주에 머물고 있으며 일본계 및 미국계 등 주주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는 점이 방어벽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사실상 공적자금을 투입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인 우리금융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굳이 예보에서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매각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외국계 투자자가 주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익을 고려해 금융지주의 경우 이번 저축은행 인수에서는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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