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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 달아오른 복지정책 논쟁..선별적복지>보편적복지
2012-06-13 16:27:35 2012-06-13 16:28:19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최근 무상급식 등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보편적복지와 선별적복지의 선택문제가 국가재정운용방향을 고민하는 토론장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선별적인 복지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지만, 보편적복지를 복지정책의 기본철학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3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본점에서 열린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 참석자들은 복지지출의 적정성과 관련해 이 같은 논쟁을 벌였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한) 외국 선진국들은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넘쳐나는 풍부한 재정으로 복지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위기가 일상화된 자본주의 침체기에 복지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급격한 고령화 속도와 통일 이후 재정투입을 감안하면 우선순위를 두고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 교수는 "보편적복지만 추구하는 나라는 없다. 복지가 잘 돼 있다는 스웨덴도 보편적복지는 몇 가지밖에 되지 않고, 최근에는 재정문제로 긍정적 선별주의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 취약계층, 사각지대부터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과 같이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복지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임에도 보편적복지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되는 것은 우리나라 복지가 얼마나 정치에 휘둘리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담론 수준에서 보편적복지를 얘기하는 것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복지체계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는 "보편적복지 내에는 선별적복지를 내재할 수 있지만, 선별적복지에는 보편적복지를 담을 수 없다"며 "보편적복지를 기본철학으로 하고, 선별적복지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맞섰다.
 
토론자들은 또 보편적복지나 선별적복지의 선택문제에 앞서 당장의 복지전달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쏟아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이나 보육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대부분 공공수단이 약한 이익 추구의 민간공급자로 구성돼 있다"며 "국가가 보육료를 지원해도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마치 의료보험 비급여가 증가하는 것처럼 추가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복지예산이 팽창하는 수준에 비해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공무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라며 "서유럽은 공무원 한명당 국민 50여명을 관리하는데, 우리는 몇 백명씩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체감을 올리려면 서비스제공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교수는 현금위주의 지원을 서비스위주의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교수는 "연금이나 실업급여를 받는 시점은 국민들이 보험료를 지불하는 시기와 돈을 받는 시점에 시차가 크지만, 보육서비스나 교육, 의료서비스는 매일 일상에서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금위주보다는 서비스복지가 복지체감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윤희숙 교수는 정치권으로 화살을 돌렸다.
 
윤 교수는 "최근에 가장 큰 문제를 가져온 복지정책의 실패사례는 대부분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주도한 것들"이라며 "복지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냉철하게 찾아야 하는데, 누가 더 배포있게 돈을 쓰느냐에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재정 마련방식에 대해서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증세, 지출구조개혁 등으로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홍경준 교수는 "일부 부자에게만 세금을 거둬 전국민을 대상으로 복지를 한다는 것은 복지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증세를 추진하긴 하되, 비효율적인 지출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하고, 과세투명성을 높이는 조세개혁과 비과세감면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훈 교수는 "복지를 늘리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복지에 드는 부담도 함께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함께 내고 함께 걷지만, 부자들이 합리적으로 더 내는 국민 개세주의의 원칙이 복지확대에 앞서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도 "빚내서 복지를 할수는 없다"는 원칙을 제시한 후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일정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구조여서 여력을 모두 복지에만 쏟을수도 없다. 정부는 일자리를 통해 복지로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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