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어플' 설치 목표 할당 '빈축'
"본업 뒷전 스마트폰 어플 고객 유치에 혈안"
직원 한명에 1000명 이상 할당 떨어지기도
어 회장 성과제일주의 집착 때문 지적도
2012-05-25 16:12:33 2012-05-25 19:48:40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1. 직장인 임모(33)씨는 노후대비를 위해 연금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평소 거래하던 국민은행을 찾았다. 펀드 투자가 처음이라 투자유형 등을 꼼꼼히 알아보고 싶어 반차까지 내서 지점을 찾았다. 그러나 펀드 상품 설명은 안중에도 없고 스마트뱅킹 어플을 깔아주겠다는 엉뚱한 말만 반복하는 직원을 보면 신뢰감이 무너져 결국 가입을 미뤘다. 임씨는 "창구에서 조언을 받고 가입하려고 반차까지 써서 왔는데 은행 창구에서 어플 가입얘기만 들어서 너무 황당했다"며 불쾌해했다.
 
#2. KB금융(105560) 계열사 직원 A씨는 스마트폰뱅킹 어플에 가입해달라는 글을 인터넷까페에 올렸다. 지주로부터 스마트폰 뱅킹 신규가입자 00명을 확보하라는 할당이 떨어졌는데 신규가입자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지인만으로는 도저히 목표 할당량을 채우기 어려웠다. 결국 잘 알고지내는 카페 회원들에게 권유, 자신의 직원번호를 입력한 후 문자를 보내주면 소정의 사은품과 기프트콘을 주겠다며 신규가입을 부탁했다.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라는 회의감이 들지만 은행 지점 직원들은 수백명을 할당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마나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스마트 금융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스마트폰뱅킹 가입 유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1위인 KB금융이 계열사별로 과도한 수준의 목표를 정해 임직원들을 강제할당, 빈축을 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전계열사 임직원들에게 KB금융이 출시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KB스타 뱅킹'의 신규가입 고객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은행 각 지점은 최소 1500명 이상의 신규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며, 직원 한 명에게 1000명 넘는 할당이 떨어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 계열사의 임원들도 최소 10~20명 수준에 맞춰야 한다.
 
스마트폰 뱅킹 가입자확보를 위한 직원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창구 직원은 스마트폰 뱅킹 어플을 직접 설치해주겠다며 고객 모르게 본인 직원번호를 입력해 실적을 채우는가 하면 인터넷 까페 회원들에게 사은품을 주겠다며 신규가입을 당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성과 반영 기준도 까다롭다. KB인터넷뱅킹을 이용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뱅킹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은 고객들만 신규가입으로 인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KB금융 계열사 임원은"목표 설정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은데다 패널티가 주어진다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다"며 "본업은 뒷전이고 스마트폰 어플 고객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털어놨다.
  
KB금융이 스마트금융 시장 선점에 혈안이 된 이유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뱅킹 이용자 수가 급증하는 등 관련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을 비롯한 우리, 하나은행도 스마트폰뱅킹 가입자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뱅킹 가입자 수는 국민은행이 353만3000명으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신한은행 272만명, 우리은행 270만명, 농협은행182만명 등의 순이다.
 
국민은행은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지인들의 소개로 스마트폰뱅킹에 가입하면 소개해준 고객에게 한명 당 2000원을 지급하는 등의 현금 마케팅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KB금융이 강제할당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건 스마트금융을 선도하겠다며 혁신을 강조한 어윤대 회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게 KB금융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새로운 스마트 금융시대를 선도하고 미래시장을 선점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스마트금융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동안 무언가 보여줘야겠다는 성과제일주의에 집착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단기간에 성과를 드러내려고 과욕을 부리면 반드시 뒷탈이 있기 마련"이라며 "금융기관의 수장이 보여지는 성과에만 집작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이 같은 관행에 따른 피해는 결국 고객이 고스란이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은행이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고객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며 "가입자 수 늘리는데 급급할 수록 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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