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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졸보다 뛰어난 인재"..고졸 공채 700명 선발
우수 인재 몰려 채원인원 100명 늘려..소프트웨어 직군, 대졸자보다 우수
2012-05-09 17:04:07 2012-05-09 17:04:38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면접 응시자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초대졸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이 중 약 20% 정도는 대학 졸업자들보다도 더 능력이 뛰어났고, 개발업무 현장에 바로 투집 할 역량이 있는 지원자도 있었습니다."
 
삼성그룹의 고졸 공채 면접에 참여한 원기찬 삼성전자(005930) 인사팀장(부사장)은 깜짝 놀랐다. 지원자의 실력과 열정이 웬만한 대학졸업자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원 부사장은 "이번 고졸 공채를 통해 학력을 타파하고, 능력 중심의 사회로 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찾았다"며 "사회적인 분위기도 3~5년 이내에 학력보다는 능력과 실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9일 700명의 고졸공채 합격자를 발표해 화제다. 삼성은 우수 인재들이 대거 몰리면서 당초 계획보다 채용인원을 100명 늘렸다.
 
이번 삼성 고졸 공채에는 총 2만 여 명이 지원해 전체 경쟁률은 29.1을 기록했다.
 
고졸 공채 합격자는 상고 출신이 42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업계 고등학교 220명, 마이스터 고등학교 30명 등 전문계 고교에서 670명을 선발했다. 인문계 고교 출신도 30명이 합격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방 고등학교 출신이 360명으로 수도권 출신 340명 보다 조금 많았다.
 
직군별로는 사무직 410명, 소프트웨어직 150명, 엔지니어직 140명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직군 고졸 인력은 대졸자보다 우수했다는 평가다.
 
개발 연구원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소프트웨어 개발 알고리즘을 구현해보라는 과제를 제시하자 한 지원자는 막힘없이 답했다는 후문이다.
 
원 부사장은 "면접 때 삼성전자 연구원이 직접 테스트를 했는데, 당장 입사해서 실무에 쓸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 연구원들도 놀랐다"며 "보배 같은 인력을 많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감동적인 사연의 주인공도 있다.
 
사무직에 합격한 한 고등학교 재학생은 면접 직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상중임에도 삼성 입사에 대한 의지가 강해 시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학생은 어머니가 가출하고, 어부인 아버지는 주로 바다에서 생활한 탓에 투병 중인 할아버지를 돌보며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 왔다.
 
또 다른 입사 예정자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수업료가 없어 고등학교 2학년 때 중퇴한 뒤,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대학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학교를 그만 둔지 10년이 지나도록 마련하지 못해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삼성 고졸공채에 응시에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면접에 참가한 한 인사담당자는 "어리게만 보이던 고등학생들이 예의를 갖추고 열정적으로 면접에 임하는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에 입사하게 되는 고졸 공채 합격자들은 1급 사원으로 임용된다. 삼성그룹의 직급은 고졸 1급, 초대졸 2급, 대졸 3급으로 나눠지는데, 1급에서 2급으로 진급하는 데 3년, 1급에서 3급까지는 6년의 시간이 걸린다. 다만 평가 점수가 높을 경우 발탁 승진 기회가 있어 역량에 따라서 직급 전환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대학에 진학해야만 성공하는 학력위주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그룹 고졸공채를 지속할 것"이라며 "당초 600명에서 700명으로 고졸 공채를 확대함에 따라 올해 고졸 전체 채용도 9100명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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