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물가'에 중산층은 '악소리' 난다
물가상승 못잡으면 중산층 붕괴 불가피
2012-02-13 14:45:03 2012-02-13 14:45:21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지난해 反월가 시위는 만성적 실업과 심각한 소득불균형이 전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됐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양극화 문제가 세계적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경제의 물가상승이 곧바로 양극화 심화로 연결되는 구조로, 최근의 살인물가를 잡지 못하면 양극화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악'소리 나는 살인물가
 
휘발유 가격이 38일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보통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리터(ℓ)당 1982.81원으로 전날보다 0.09원 상승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10월31일 1993.17원보다 10.36원 모자란 수준이며 지난달 6일 이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민생활과 관련된 공공요금도 인상될 예정이어서 그야말로 '살인물가'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오는 25일부터 각각 150원씩 인상할 예정이다.
 
전·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며 주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월세 상승률은 전년 대비 2.6%로 1996년 3.0% 이후 가장 높았다.
 
전셋값도 4.6% 올라 2002년 7.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산층의 추락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빈곤층 가구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중산층 가구 비율이 60.4%에서 48.1%로 줄었다.
 
심지어 스스로 빈곤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조사대상의 45.3%에 달해 2명 중 1명은 심각한 생활고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과 함께 실시한 가계금융조사 결과, 지난해 3월말 기준 전체가구의 자산총액은 전년보다 7.5% 증가했지만 부채총액은 12.7% 증가했다.
 
특히, 중간 소득 계층의 부채 증가폭은 최고 18%에 달했다.
 
◇물가상승의 소득분배 개선 경로 작동 안하는 우리나라
 
이론적으로 물가상승은 소득분배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진세제를 전제로 물가상승이 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세율구간 적용을 가능케 한다는 측면과 채권자로부터 채무자로 소득을 이전하는 물가상승의 효과로, 일반적으로 빈곤층이나 부유층에 비해 부채를 더 많이 보유한 계층인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의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조세부담률이 OECD 회원국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소득 증가에 따른 조세부담률 증가도 낮아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과세구조다.
 
또, 고소득층일수록 가계부채를 많이 보유한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9년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소득 4분위(53.4%) 및 5분위(52.5%) 가구 절반 이상이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득 5분위가 금액기준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에 달하는 45.5%를, 나머지 절반을 소득 2~4분위 중산층 가구가 차지한다.
 
이한영 중앙대 교수는 "부채의 가계분포가 물가상승에 대해 중립적인 모습에 가깝다는 점에서 최근의 지속적 물가상승으로부터 소득분배 개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내경제는 물가상승이 곧바로 양극화 심화로 연결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특히, 임대료, 사교육비, 유류비 등 구매자의 협상력이 낮은 필수 소비품목의 지속적인 체감물가 상승은 중산층 가계의 레버리지 상황이나 동원여력을 잠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물가안정을 통해 대다수 가계의 박탈감을 더 늦지 않게 완화하기 위해 금융정책은 물론 재정정책을 아우르는 종합적 물가관리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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