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4.7% 정도로 내려잡았지만 이는 하반기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망 하에 나온 것이어서 현재 140달러 수준인 기름값이 빠른 시일 내에 20달러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경우 달성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더 올라가거나 최근 급등세인 시중금리가 더 상승하는 경우 성장률은 4%대를 기록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경제운용방향 발표의 전제가 됐던 여러 지표들도 급변하는 현실을 제때 반영하지 못해 발표 다음날부터 벌써 괴리가 생기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전체의 국제유가 수준이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110달러, 하반기에는 120달러가 된다는 전제 하에 성장률을 4%대 후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 3월 6% 내외로 잡아 발표했던 성장목표를 낮춰 잡은 것과 관련, 국제유가(두바이 기준)를 당초 80달러 정도로 예상했으나 110달러가 될 것으로 보이고 이 요인이 성장률을 0.8% 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다른 요인은 배제하고 국제유가만 놓고 볼 때 예상보다 30달러 가량 높아지면서 성장률을 0.8% 포인트 낮추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온지 바로 다음날 두바이유는 또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40달러 대에 들어서 정부 예상처럼 하반기에 120달러를 유지하려면 당장 20달러 가량 떨어져야 한다. 혹시 3분기에 현 유가 수준을 유지하고 4분기에 떨어진다면 그때는 120달러가 아닌 100달러 수준으로 떨어져야 성장률 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가 기대한만큼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올라간다면 4%대 성장은 힘들게된다. 연구기관 등의 분석모델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2~0.3% 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150달러가 되면 성장률은 0.72~1.08%포인트 하락, 올해 연간 성장률은 3%대 후반, 하반기 성장률은 2%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놓은 성장률 전망 자료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두바이유가 평균을 100달러로 추산했다. 하반기에 120달러, 연간으로는 110달러를 예상했으니 역산하면 이 같은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1분기가 91.38달러, 2분기가 116.71달러로 상반기 평균은 104.05달러였다. 올해 평균이 110달러가 되려면 하반기에는 정부가 예상하는 120달러가 아니라 116달러 수준으로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또 올해 유가 전망치를 설정하기 위해 참고한 주요 전문기관들의 국제유가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의 5월 보고서 자료를 인용했다. 보고서는 올해 두바이유 가격이 99.3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이미 6월30일 새로운 보고서를 내 올해 두바이유 전망치를 103.47달러로 올려버렸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나마 객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여러 기관의 수치를 다양하게 참고해서 유가전망을 하고 있지만 새 보고서는 미처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정부에서 구체적인 전망치를 내지 않고 4%대 후반 정도로 발표하는 것은 이 같은 변동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성장률 전망도 낮아진다면서 국고채 3년물의 경우 3월에는 금리가 5.15%였던 것이 6월에 5.69%로 올랐다며 이 요인도 성장률을 0.1% 포인트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발표가 나온 바로 다음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6.06%로 작년 12월7일(연 6.11%)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 버렸다. 하반기경제운용에서 인용한 수치에 비해 0.37%포인트 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을 또 0.07% 포인트 가량 잠식할만한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유가 전망 120달러는 약간 낮게 잡은 것 같으며 그 점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서 "국내 어느 기관도 독자적으로 유가를 전망할 수 있는데가 없어서 세계적 기관들의 전망을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 틀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도 전망이 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틀리게 된다면 그만큼 물가와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