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건전성.수익성 악화 '주의단계'
전문가들 "하반기 위험관리에 치중해야"
2008-07-06 09:01:16 2011-06-15 18:56:52
국내 금융기관들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위험관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이 상승했고 하반기에도 물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함에 따라 부실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말고도 저축은행과 증권 등 제 2금융권도 부동산 경기침체와 증시 급락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금융기관들이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위험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은행권 대출경쟁..건전성.수익성 '적신호'

카드사태 이후 잠시 주춤했던 은행권의 외형경쟁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국내 은행의 총대출 증가율은 2006년에 14.2%, 2007년에 15.4%로 2년 연속 14%를 상회했다. 올 들어 지난 달 29일까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등 6개 시중은행의 전체 원화대출도 작년 말보다 9.0% 늘어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형경쟁의 와중에 건전성 지표들은 악화 추세를 보였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06년 말 12.75%에서 작년 말 12.28%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3월 말에는 11.96%로 떨어졌다.

은행권의 연체율은 작년 말 0.74%에서 올해 5월 말에는 1.04%(잠정치)로 높아졌고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에서 1.5%로 급등했다.

또 대출경쟁의 여파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2005년 말 2.81%에서 2.39%로 추락하는 등 수익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 물가.금리 동반 상승

은행들이 대출경쟁을 벌이는 사이 물가가 급등하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가계의 금융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50%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금리도 상승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 원자재값 급등과 원화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연체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건설업체 수백 곳이 부도난 정도이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도산이 늘어날 수 있고 수출기업으로까지 부도 사태가 번지면 문제가 커진다"고 말했다.

◇ 저축銀.증권 등 제2 금융권도 불안

제2 금융권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특히 부동산 대출을 늘렸던 저축은행은 은행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체 저축은행의 순여신은 작년 말 47조836억원에서 올해 4월 말 49조8천603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같은 기간 연체율은 14.7%에서 16.5%로 급등했다.

서 연구위원은 "부동산 등 자산가격에 낀 거품이 꺼질 가능성도 있다"며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낮게 적용한 은행들은 손실이 별로 없지만 LTV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많이 벌인 저축은행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 및 기업 대출에 부실이 발생하는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커졌다"며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올라 하반기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도 최근 코스피지수가 1,600선 밑으로 추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신용융자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한 이들의 자금 상황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외형경쟁 자제하고 위험관리 주력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금융기관들이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위험 관리에 치중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이 하반기에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 실태점검을 벌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 경쟁과 관련 직접적인 대출규제를 하지는 않겠지만 건전성 관리 차원의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다만 현재 은행권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며 하반기에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병건 신영증권 금융팀장은 "현재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MPL)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통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앞으로 위험을 잘 관리해야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위기상황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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