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 첫 입찰부터 삐걱…전력 공백 우려 커져
HD현중,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 불참
“2차 입찰 참여…제반 여건 종합적 검토 시간 필요”
방사청, 이달 중 2차 공고…“사업 지연 없게 할 것”
전문가 “방사청 관리 실패…다양한 사업 방식 검토”
2026-05-15 14:29:19 2026-05-15 14:29:19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1차 입찰은 유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이에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며 해군 전력화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년째 사업자 선정이 지연된 데다 업체 간 갈등 조율도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방위사업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1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마감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지명경쟁입찰 사전등록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1차 입찰은 한화오션 단독 응찰로 경쟁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이번 입찰은 산업통상부 지정 방산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만 참여할 수 있는 지명경쟁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방식에서 지정 업체가 불참할 경우 해당 공고는 유찰됩니다. 방사청은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중 2차 입찰 공고를 낼 방침입니다.
 
KDDX는 총 7조439억원을 투입해 6000톤(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대형 사업입니다. 이른바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됩니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습니다. 이번 입찰은 기본설계 이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입니다.
 
방사청은 당초 지난 3월 입찰공고를 시작으로 제안서 평가와 협상 등을 거쳐 상반기 안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2032년 해군에 선도함을 인도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1차 입찰이 유찰되면서 최종 사업자 선정 일정도 일부 밀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최근 KDDX 기본설계 자료 제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한화오션에 제공하라는 방사청 지시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관련 영업비밀을 한화오션이 파악하게 된 만큼, 입찰 전략을 새로 수립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2차 입찰에는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라며 “관련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피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소개한 KDDX 형상 및 주요 특성. (사진=방위사업청)
 
다만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예산과 공기, 사업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년 전 기본설계 당시 가계약 기준으로 책정된 사업비와 큰 차이가 없는 예산 규모가 제시되면서 물가 상승과 원가 부담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사업비가 축소됐고, 기존 76개월로 설정됐던 공사 기간이 5개월가량 단축되면서 입찰 전략 수립이 늦어졌다는 분석입니다.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올해 12월까지 1.2점의 보안감점을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변수입니다.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방산 입찰 특성상 보안감점이 적용될 경우 HD현대중공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 이를 반영한 전략 수립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KDDX 입찰 유찰 사태를 두고 방사청의 사업관리 실패와 리더십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업체 간 경쟁 구도가 장기간 이어졌음에도 사업 추진 방식과 입찰 구조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사업 지연과 전력화 차질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이번 사례가 향후 국내 방산 사업 전반에 부정적 선례로 남을 수 있는 만큼, 사업 구조 개선과 갈등 조정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KDDX 사태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에 가깝다”며 “사업 추진 여부와 방식에 대한 결정을 2년 가까이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전력화 지연과 업계 갈등만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방산은 소수 업체 중심 구조인 만큼 과한 경쟁으로 산업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방사청이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동수급이나 복수 낙찰제 등 다양한 사업 방식을 적극 검토해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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