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KAIST, 종이 형태 신촉매 개발
수소생산 효율 크게 개선
조은애 교수 연구팀 성과
2026-01-22 10:49:13 2026-01-22 10:49:13
수소 에너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비싼 몸값’과 ‘짧은 수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원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핵심은 소재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재의 ‘형태’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조은애 교수 연구팀은 기존의 입자 형태 촉매를 종이처럼 얇은 ‘초박막 나노시트’ 구조로 변형시켜, 귀금속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성능을 대폭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AI로 생성한 초박막 이리듐 나노시트 이미지.(이미지=KAIST)
 
형태 제어의 패러다임 전환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수전해와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백금(Pt)과 이리듐(Ir)은 가격이 매우 비싸고 희귀합니다. 지금까지 학계는 이 귀금속을 다른 물질과 섞어 사용하거나 입자를 더 작게 쪼개는 방식(0차원)으로 효율을 높이려 했으나, 내부 원자가 반응에 참여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비효율성을 안고 있었습니다.
 
조은애 교수팀은 이를 2차원 평면 구조인 ‘나노시트’로 펼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시트는 두께가 2나노미터(nm) 이하로, 머리카락 두께의 수만 분의 1 수준입니다. 알갱이 형태일 때는 내부에 묻혀 있던 금속 원자들을 모두 표면으로 노출시켜, 이론적 한계치에 가까운 반응 면적을 확보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재료공학계의 난제였던 ‘지지체 딜레마’를 구조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가 높습니다. 내구성이 뛰어난 산화티타늄(TiO₂)은 전기가 통하지 않아 촉매 지지체로 쓰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나노시트 촉매들이 서로 연결되어 스스로 전기가 흐르는 길(Conductive Network)을 만들도록 설계함으로써, 산화티타늄의 내구성을 활용하면서도 전도성 문제를 완벽히 극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기술은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수준의 내구성과 경제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수소 생산용 ‘이리듐 나노시트’와 연료전지용 ‘백금-구리 나노시트’를 각각 개발해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수소 생산에서는 상용 촉매 대비 이리듐 사용량을 65% 줄이고도 수소 생산 속도는 38% 빨라졌습니다. 특히 실제 산업 가동 환경(1 A/cm² 고전류)에서 1000시간 이상 성능 저하 없이 작동했습니다. 연료전지의 경우 백금 사용량을 60% 줄였음에도, 백금 1g당 성능은 상용 촉매 대비 13배나 향상됐습니다. 5만 회에 달하는 가혹한 내구성 테스트 후에도 초기 성능의 65%를 유지해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수소 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을 화석 연료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결정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귀금속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공급망 불안정 리스크를 줄이고,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초박막 나노시트 촉매 제작 과정과 제작된 촉매의 투과전자현미경 이미지.(이미지=KAIST)
 
“수소 사회 앞당길 전환점 될 것”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ACS 나노(ACS Nano)>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연달아 게재되었습니다.
 
조은애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싼 귀금속을 훨씬 적게 쓰면서도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구조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라며, “수소 에너지 생산 단가를 낮추고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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