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2026년 미국인 식이지침’ 논란
“곡물 줄이고 고기·버터 먹어라”
“과학적 퇴행, 로비 결과” 비판
2026-01-22 10:50:22 2026-01-22 10:50:22
지난 1월 7일,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발표한 ‘2026년 미국인 식이지침’이 미국 영양학계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유지되어 온 영양학의 기본 합의가 송두리째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식품 피라미드의 역전(Inverted Pyramid)’입니다. 과거 피라미드의 가장 넓은 하단을 차지하며 ‘주식’으로 자리잡아온 곡물과 과일은 바닥으로 내려갔고, 그 자리를 고기(육류)와 전지(Full-fat) 유제품, 동물성 지방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2026년에 개정된 ‘미국인 식이지침’ 표지.(이미지=미국 농무부)
 
치명적 모순 포함된 새 지침
 
이번 새 지침은 6페이지 분량의 짧은 요약본으로 발표되었는데, 그 내용은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백질 우선주의’입니다. 지침은 건강을 위해 육류와 가공하지 않은 지방(버터, 쇠기름, 올리브유) 섭취를 최우선으로 권장합니다. 반면,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과 정제 곡물, 설탕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지침안에 치명적인 모순이 숨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고기와 버터를 마음껏 먹으라”고 권장하면서도, 정작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포화지방’ 섭취는 하루 칼로리의 10%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고기를 주식으로 하면서 포화지방만 쏙 빼고 먹으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션을 국민에게 던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알코올 섭취 제한 권고마저 삭제되면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식품 석학이자 뉴욕대(NYU) 영양학 명예교수인 마리온 네슬레(Marion Nestle)는 이번 주 <사이언스 뉴스(Science News)>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이 새로운 지침을 두고 “뒤죽박죽이고(muddled), 모순적이며(contradictory), 철저히 이념적”이라며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네슬레 교수는 “미국인은 이미 필요한 단백질의 2배를 섭취하고 있다. 단백질 결핍이 없는 나라에서 고기를 더 먹으라는 건 영양학이 아니라 산업계의 로비가 만든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녀는 이번 지침이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의 주범인 소고기 소비를 부추기는 반환경적 정책이라는 점도 지적합니다.
 
유일하게 이번 지침의 긍정적인 점으로는 ‘초가공식품 섭취 축소’를 꼽았지만, 그 대안이 왜 하필 비싸고 환경에 해로운 ‘고기’여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저탄고단(탄수화물 적게 섭취하고,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섭취) 식단’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이에 대한 학계의 우려도 여러 면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이와 비슷한 기조의 식단을 발표한 것이어서 논란이 미국의 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의 지침이 학계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소비자들에게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논란이 마무리되기까지 네슬레 교수의 조언을 들어봅니다. 그녀는 복잡한 영양 성분표 대신 직관적이고 실천 가능한 ‘생존 식단 노하우’를 제시합니다. 그녀의 철학은 지중해식 식단에 기반을 둔 ‘식물 위주의 진짜 음식’ 섭취로 귀결되는데, 노하우가 흥미롭습니다.
 
네슬레 교수의 ‘진짜 식단’ 노하우
 
① “마트에서는 가장자리(Perimeter)만 돌아라” 
네슬레 교수의 가장 유명한 조언입니다. 대형마트의 구조를 떠올려보면 신선한 채소, 과일, 생선, 달걀, 우유 등 ‘원재료’는 대부분 매장 벽면을 따라 가장자리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반면, 매장 중앙 통로(Aisle)에는 유통기한이 긴 과자, 시리얼, 탄산음료 등 ‘초가공식품’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녀는 “건강해지고 싶다면 중앙 통로로 들어가지 말고, 벽만 타고 쇼핑한 뒤 계산대로 가라”고 조언합니다. 이것은 미국 정부의 새 지침과도 일치합니다.
 
세계적인 식품 석학이자 뉴욕대 영양학 명예교수인 마리온 네슬레는 “식품매장에 가면 가장자리만 돌아라”고 조언한다.(사진=뉴시스)
  
② “건강 문구 요란하면 내려 놓아라” 
네슬레 교수는 포장지에 “비타민 첨가”, “심장 건강에 도움”, “면역력 강화” 등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면 일단 의심하라고 말합니다. 진짜 건강한 음식인 브로콜리나 사과, 당근은 포장지에 효능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건강 기능을 강조하는 제품일수록 공장에서 고도로 가공된, 마케팅이 필요한 식품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③ “할머니가 모르는 재료는 먹지 마라” 
성분표를 봤을 때 5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거나, 당신의 할머니가 알지 못할 법한 화학적 이름의 재료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식용 물질’입니다. 네슬레 교수는 이를 피하고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음식을 먹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강조합니다.
 
④ “식물 주연으로, 고기 조연으로”
그녀는 여전히 “음식을 먹되, 과식하지 말고, 주로 식물을 먹으라(Eat food. Not too much. Mostly plants)”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고기를 끊을 필요는 없지만, 접시의 주인공은 채소와 통곡물이 되어야 하고 고기는 반찬이나 조미료처럼 곁들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미국 정부 지침과 정반대의 권고입니다. 오늘의 식단 선택은 미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입니다. 너무나 많은 먹을거리 앞에서 고민하고 과잉 영양으로 우리 몸이 지쳐가는 시대, 지혜로운 선택이 요구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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