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속에도 규제 정체…생보사 요양사업 '한숨'
2026-01-06 14:32:59 2026-01-07 07:58:53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요양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토지 매입 의무화' 장벽에 가로막혀 사업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요양 사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요양사업, 생보사 22곳 중 단 4곳 진출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요양시설 자회사를 보유한 보험사는 삼성생명(032830), 신한라이프, KB라이프, 하나생명 등으로 전체 22개 생보사 중 4곳에 불과합니다. KB라이프와 KB손해보험이 2016년 가장 먼저 진출했고 신한라이프는 2024년, 하나생명은 2025년 6월, 삼성생명은 2025년 8월에 각각 요양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생보사들은 인구 절벽으로 보험시장 수요가 위축되자 새로운 돌파구로 요양 사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원 200여명 규모 요양시설에 대기자가 5000명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어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토지 매입을 의무화한 규제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사업 진출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인 이상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는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부지를 임차해야 합니다. 요양시설의 무분별한 난립과 잦은 개·폐업으로 입소 노인의 주거 불안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요양 사업 진출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현실입니다. 수도권에 요양시설을 조성하려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험사 요양시설 진출 논의는 2021년부터 본격화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요양시설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보험사 요양 사업 진출을 위한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보험사는 요양 사업과 헬스케어, 노인보험, 요양 서비스 등을 연계해 노후 생활 지원 전반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보건복지부와 기존 요양시설 사업자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4년간 규제 완화 논의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결국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 보험사만이 요양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인데, 이마저도 실제 사업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KB골든라이프케어 설립 이후 약 8년간 다른 보험사들의 추가 진출이 없었던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삼성생명이 비교적 빠르게 요양 사업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던 '삼성노블카운티'를 인수하면서 초기 진입 부담을 크게 줄였기 때문입니다. 하나생명 역시 하나금융공익재단을 통해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요양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충분하거나 과거 계열사를 통해 요양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보험사만이 진출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를 감수하고 흑자 전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소형 보험사가 요양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토지 매입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보험사들은 헬스케어나 제한적인 요양 서비스만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요양시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핵심 규제 완화 '요원'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요양 사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제 사업 추진에 핵심이 되는 규제는 그대로 둔 채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낮은 규제만 완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요양 사업 진출 논의가 시작된 이후 금융위는 복지부를 설득해왔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2022년 3월 폐교나 공공 부지 등에 대해 임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허용된 곳이 주로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이를 활용해 요양 사업을 하겠다는 보험사가 없어 반쪽짜리 규제 완화에 그쳤습니다.
 
2023년 보험사 사장단은 금융당국에 요양 사업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를 공식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8월 보건복지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통해 부족한 요양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요양시설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요양업계가 영세 요양시설 난립과 돌봄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에 나서면서 해당 방안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보험사 자회사와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하며 요양시설 진출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핵심인 토지 임차 규제는 완화되지 않았습니다. 요양시설 진출을 가로막는 실질적인 규제 개선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제도 개선에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의 신사업 진출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긍정적이지만 결국 핵심은 요양 사업 규제 해소"라며 "반대가 워낙 거센 탓에 사실상 자포자기한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은 2023년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단체원들이 보건복지부 요양시설 임대 허용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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