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외교부 주도로 16일 개최 예정인 한·미 대북공조회의를 두고 정부 부처 간 파열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인데요. 이를 계기로 '자주파'와 '동맹파' 간 노선 갈등이 더 커지는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남북 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외교부와 통일부 간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도권 제약 경험 원인…정동영 '완강' 반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5일 출근길에서 한·미 외교당국 대북정책 공조회의에 통일부의 참석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한반도 정책과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다"라며 "동맹국과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반대 의사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이날 오후 "한·미 간 외교 현안 협의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통일부는 불참한다"고 최종 통보했습니다. 이어 "남북 대화, 교류·협력 등 대북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통일부가 별도로 미국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가 불참한 이유는 과거 한·미 워킹그룹 운영 과정에서 대북정책 주도권이 제약됐다는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워킹그룹은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 당시 발족한 바 있습니다. 당시 워킹그룹을 두고 '미국이 남북 협력을 심의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며 남북 관계 개선을 가로막았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습니다. 미국 측은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이 비핵화 협상보다 빠르게 진전되자 우려를 표했는데요. 이처럼 남북 양자 교류에 미국이 부정적 반응을 내놓자 통일부에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조현 외교부 장관. (사진=뉴시스)
엇박자 배경은 지향점 차이…정책 '혼선' 우려
이번 정부 부처 간 엇박자 배경에는 '동맹파'와 '자주파'의 대립에서 촉발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동맹파는 한·미 동맹을 외교·안보의 핵심축으로 삼아 대북 억지와 공조를 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합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대표적인 동맹파로 분류됩니다. 자주파는 남북 관계와 자율적 결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집니다. 정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자주파로 꼽힙니다.
동맹파·자주파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양측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서도 입장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얼마든지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위 실장은 지난 7일 "한·미 연합훈련의 경우 (대북 협상) 카드로 직접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 차가 있습니다. 위 실장은 지난 9월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정 장관은 다른 의견을 냈는데요. 그는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했고, 국제법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국제 정치적으로 두 국가였고, 지금도 두 국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선 동맹파와 자주파 간 갈등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외교부와 통일부의 갈등설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와 외교부가 다른 의견을 낼지라도 갈등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상황에서 갑갑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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