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또 청문회 불출석…여론 급랭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에도 국회 출석 외면
법률 방패로 버티는 쿠팡, 신뢰 붕괴 자초
2025-12-15 14:49:53 2025-12-15 15:04:10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3370만명에 달하는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사태의 최정점 책임자가 국민 앞에 서기를 끝내 외면하면서 책임 회피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이용자 이탈과 신뢰 붕괴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쿠팡의 대응 방식은 법률 방패를 앞세운 방어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15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오는 17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공식 통보했습니다. 사유서에는 "해외 거주 중이며 글로벌 기업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이 있다"고 적시됐습니다. 하지만 쿠팡 글로벌 매출의 약 90%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해외 일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치권과 여론은 이를 책임 회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10년간 국회 증인석 '0회'…반복된 책임 회피 논란
 
김 의장은 2015년 이후 각종 국정감사와 청문회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2015년 협력업체 갑질 논란 관련 산자위 국감에서는 "농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을 다쳐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증인석을 피했고 올해 초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 청문회에서도 해외 행사 참석을 사유로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사안의 심각성과 무관하게 책임을 회피해온 반복적 패턴이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진 셈이죠. 
 
지난 2021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사진= 쿠팡)
 
문제는 책임자들이 모두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김 의장뿐 아니라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경영 책임을 지는 핵심 인사들이 한 명도 국민 앞에 서지 않게 됐습니다. 과방위 여야 의원들은 "개인 차원의 불참이 아니라 기업 차원의 조직적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고, 최민희 위원장은 "납득할 수 없는 사유"라며 강경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해외 체류 경영진을 강제로 출석시키는 실질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의 대응 전략도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박대준 전 대표 사임 이후 모기업 쿠팡 Inc.가 직접 위기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죠.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인 해롤드 로저스를 한국 쿠팡 임시 대표로 긴급 투입한 것입니다. 로저스 대표는 취임 일주일 만에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입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쿠팡이 이번 사태를 경영 책임이나 대국민 사과로 접근하기보다 법률·제도 대응 중심으로 관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법률 전문가를 방패로 세운 대응이 과연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실제 여론과 지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공지 이후 쿠팡 앱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불과 닷새 만에 약 200만명이 감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기적 충격이 아니라 플랫폼 신뢰 붕괴에 따른 구조적 이용자 이탈의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쿠팡이츠는 직격탄을 맞았죠. 유출 정보에 와우 멤버십과 쿠팡이츠 이용자 정보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 불안이 확산됐고 일부 소상공인들은 "주문량이 30% 가까이 줄었다"고 호소합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쿠팡이츠 주문이 절반으로 줄었다", "배민 주문 비중이 확연히 늘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쿠팡이츠 1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월 대비 감소하며 1년 넘게 이어지던 성장세가 꺾였습니다.
 
법무총괄 전면 배치…사과보다 '법률 대응' 선택한 쿠팡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해외 체류·외국 국적 경영진이 국내 규제와 국회 통제 밖에 있는 플랫폼 지배구조의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제재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이번 쿠팡 사건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데요.
  
결국 핵심 문제는 책임의 방식입니다.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대형 사고 앞에서 최고 책임자는 끝내 국회에 서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법률 대응을 앞세워 시간을 벌고 있죠. 탈팡 현상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김범석 의장의 반복되는 침묵과 쿠팡의 법률 방패 전략이 무너진 신뢰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상 해외에 체류 중인 경영진을 국회가 끌어내 올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없으며 그래서 지금 국회에서 법을 바꾸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거다"라며 "이걸 법적 문제 이전에 소비자와 국민 감정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쿠팡은 매출의 90% 가까이를 한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고 결국 쿠팡을 지탱하는 건 한국 소비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가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응이 법률 문제 중심으로만 흘러가면 책임을 지려는 의지가 없다는 인식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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