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이 몰고 온 조선3사 노사 ‘갈등’
한화오션, 바디캠 착용 통한 감시 논란
HD현중 안면인식 분쟁, 형사재판으로
‘무노조’ 삼중, AI 전환 속도 가장 빨라
2025-12-11 14:04:49 2025-12-11 14:35:5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조선 3사가 AI 전담 조직을 잇따라 꾸리며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기술 도입을 바라보는 노사 간 인식 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인화와 스마트 장비 도입이 노동자의 고용과 권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자리 축소와 감시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의 바디캠 사찰 의혹, HD현대중공업의 형사재판으로 비화한 출입 시스템 분쟁, 사실상 견제 장치가 부재한 삼성중공업의 ‘무노조 구조’까지 겹치며 조선업계 전반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HD현대미포가 진행한 협동로봇 및 최신 자동용접 기법 시연회. (사진=HD현대)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에서는 최근 작업자 바디캠 착용을 통한 감시와 노조 활동 관련 영상·데이터 수집 정황이 적발되며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노조 측은 회사가 바디캠을 활용해 노조 활동을 촬영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노조 동선 파악’이라는 제목으로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정황까지 확인했다는 입장입니다. 노조는 △사찰 중단 △책임자 처벌 △재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노조는 현재의 AI 및 무인화 기술 수준이 노동자를 100% 대체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고 있습니다. 노조 측은 “사람이 100을 하던 일을 기술력이 70% 수준인 장비로 대신하면서 인력을 줄이면 남은 노동자가 130%의 업무를 떠안게 되는 구조”라며, 결국 노동강도만 높아지고 고정 인력은 줄어드는 ‘왜곡된 자동화’라고 비판합니다.
 
현재까지 회사와 노조 간 공식 협의체나 공개적인 논의 구조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노조는 “스마트 안전을 빙자한 일방적 노무관리가 계속될 경우 대안 없는 무인화에는 행동 전술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내부 결의까지 이뤄진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AI 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고용 유지, 직무 전환, 재교육, 노동강도 상승에 따른 직업성 질환 및 사고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HD현중의 경우 이미 한차례 홍역을 앓았으나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출입 시스템에 안면 인식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노사는 정면 충돌했습니다. 노조는 안면 인식기가 노동자 감시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설치에 반대했고, 일부 노조 간부들이 기기를 철거하자 사측은 이들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노동위원회는 정직 처분에 대해 ‘부당징계’로 판정했습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부회장)가 지난 10월29일 삼성거제호텔에서 열린 ‘Auto2Vision’ 행사에서 설계·생산자동화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갈등은 행정 판단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기기 철거를 문제 삼아 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고소했고, 검찰은 지부장에게 징역 1년, 나머지 간부들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1심 판결은 다음달 27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회사가 제기한 ‘출입 시스템 설치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법원은 안면 인식 시스템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노조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HD현중은 안면 인식기 대신 사원증 태깅 방식으로 출퇴근 기록만 관리하고 있으며, 작업자 동선 추적 기능은 폐지된 상태입니다. 최근 도입이 추진됐던 ‘스마트 글라스’ 역시 인권침해 논란으로 재정비에 들어갔으며, 향후 노사 협의를 거치기로 한 상태입니다.
 
삼성중공업은 노조가 없는 구조여서 AI 도입과 무인화가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 적용되는지 제동을 걸 공식 창구가 사실상 부재한 상태입니다. 형식상 노사협의회가 존재하나 교섭력이 제한적이어서 사측이 기술 전환의 속도와 범위를 독주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삼성그룹이 AI·자동화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의 전환 속도는 조선 3사 중 가장 빠른 것으로 평가됩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전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은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일거수일투족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노동자 입장에서는 염려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 활용이 위험 작업을 축소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노사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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