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BMW 많이 팔렸다며? 그러면 한국타이어 ‘왜?’
후륜차량 윈터타이어 필수…수입차 증가시 타이어도 추가 매출
전기차·SUV 것도 고마진…테네시 램프업·유럽 수요 기대
2025-12-10 06:00:00 2025-12-10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운행한 지 10년을 넘긴 승용차를 바꿀 요량에 주말마다 여러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하며 정보를 수집하던 A씨는 최근 한 수입차 매장에서 차량 구매 시 윈터타이어를 같이 사서 장착하는 것이 좋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며칠 전에 본 2개의 뉴스를 떠올렸습니다. 서울에 내린 첫눈이 너무 많이 와서 퇴근길 차량들이 엉켜 교통 대란을 빚었다는 뉴스와, BMW가 올해 수입차량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주식투자자 A씨의 머릿속을 스친 종목은 한국타이어였습니다. 
 
수입차 판매 늘면 타이어도 좋아
 
9일 자동차업계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브랜드는 BMW로 집계됐습니다. 각 사의 집계를 취합한 결과 BMW는 올해 11월까지 7만2400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3.2% 증가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로는 거의 30%에 육박합니다. 
 
그 뒤를 메르세데스-벤츠가 따르고 있는데요. 사실 벤츠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감소한 6만8900대를 기록, BMW를 쫓는다기보다는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눈여겨볼 곳은 3위 테슬라입니다. 젊은 층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작년보다 12.4%나 증가한 2만5800대를 팔았으니까요. 렉서스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워 판매량을 8.9% 늘렸습니다. 
 
벤츠처럼 일부 판매량이 정체된 곳도 있으나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올해에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일부 브랜드들이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을 내세워 발을 넓힌 영향입니다. 테슬라가 선보인 신차 모델Y 주니퍼의 큰 인기도 한몫 거들었습니다. 현대차, 기아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했으나 국내 판매량은 정체돼 온도차가 있습니다. 
 
A씨가 수입차 판매량 증가와 폭설 뉴스에서 한국타이어를 떠올린 것은 수입차 판매가 증가할수록 타이어 판매량이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됐습니다.
 
(사진=한국타이어 홈페이지 갈무리)
 
윈터타이어, 후륜에만 있는 추가 매출
 
기본적으로 BMW, 벤츠, 아우디 이른바 ‘독3사’로 불리는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은 모델별로 각기 다른 업체들의 타이어를 순정으로 고루 채택하고 있습니다. 미쉐린, 피렐리, 콘티넨탈 등 글로벌 타이어 브랜드들과 함께 한국타이어도 일부 차종에 장착돼 있습니다. BMW 등 수입차량이 많이 팔릴수록 타이어 주문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A씨가 주목한 것은 이들 고급 차량이 대부분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독3사뿐 아니라 현대 제네시스 G80 같은 국내 프리미엄 세단도 후륜 차량이 많습니다. 엔진이 뒷바퀴를 구동시켜 앞바퀴를 미는 방식의 차량은 차량의 전후 무게 배분, 고속 안정성, 핸들링, 퍼포먼스 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접지력이 약해 눈길과 빗길 등에 취약한 특성도 있습니다. 
 
바로 이점 때문에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우리나라에선 후륜구동 차량들이 맥을 못 춰 눈 관련 소식이 있을 때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지 못하는 수입차들이 뉴스를 장식하곤 했습니다. 지난 4일 수도권에 내린 첫눈 소식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각 모델의 사륜구동 차량을 선택하면 눈길 걱정을 덜 수 있지만 판매가격 차이가 커서 부담이 있습니다. 요즘엔 사계절 타이어를 대안으로 여기는 소비자도 적지 않지만, 사계절 타이어로는 눈길 운행 불안을 지울 수 없다는 인식 또한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BMW, 벤츠, 제네시스 등 고급 승용차 차주들은 겨울용 윈터타이어를 따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1월 중순쯤 되면 여러 차종들이 쓰는 크기의 타이어들은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해 주문 후 장착하려면 며칠씩 대기해야 합니다. 
 
국내 후륜 차량 오너들이 애정하는 윈터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아이셉트 에보3’가 대표적입니다. 이보다 좋은 수입 브랜드 윈터타이어 제품도 있으나 가격 대비 성능에서 한국타이어 제품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윈터타이어 판매 증가가 타이어 업체들에게 좋은 것은, 완성차업체들에게 공급하는 순정 타이어 외에 추가 구매를 일으켜 준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윈터타이어가 필요 없는 전륜구동 차량에선 기대할 수 없는 매출입니다. 후륜차량 판매 증가 소식은 타이어 업체들에도 호재입니다. 
 
목표가 찍은 주가 부담
 
물론 윈터타이어는 전체 타이어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소비 트렌드가 타이어 업체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올해의 인기차종 테슬라 모델Y 주피터엔 콘티넨탈과 미쉐린 타이어가 순정 제품으로 장착됐는데요. 올해 8월 여기에 한국타이어의 ‘아이온 에보 AS SUV’와 고성능 타이어 ‘벤투스S1 에보3 ev’가 추가됐습니다. 공급계약 외에도 전기차의 타이어 교체 주기가 2~3년으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짧다는 특성도 있습니다. 배터리를 포함한 차량 무게가 15~30% 더 무겁기 때문인데요. 전기차가 많이 팔릴수록 타이어 판매가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이 밖에도 수입차의 타이어들이 18인치 이상 고인치로 국내 완성차보다 크다는 점, 승용차보다 타이어 크기가 큰 도심형 다목적차량(SUV)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타이어 업체들의 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변수를 추가한다면 원가인데요. 타이어의 원재료인 천연고무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타이어 업황과 한국타이어 자체적인 우려보다는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이 신규 투자자들에겐 부담입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10월 4만6350원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11월 중 3분기 실적 발표를 즈음해 주가가 급등해 6만원을 넘어버렸습니다. 11월10일 하나증권은 한온시스템 인수와 증자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본업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판매가격을 올렸고, 유럽 위주로 사계절용, 윈터타이어 등 고가 타이어 비중이 상승하는 등 하반기 타이어 수익성을 낙관했습니다. 이에 따라 목표가로 6만원을 제시했는데 보고서를 내자마자 목표가를 달성해버린 겁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테네시 2공장 램프업과 유럽 수요 회복세가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고인치 EV 타이어 비중이 54%까지 확대된 데다 환율까지 우호적이라며 목표가 7만1000원을 제시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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