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 야도 '대표 리스크'…이면에 '강성 지지층'
'1인1표제' 부결로 고개 숙인 정청래
거센 외연 확장 요구 '사면초가' 장동혁
2025-12-08 18:10:58 2025-12-08 18:22:54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여야 당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남짓 남겨두고 잇따라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추진 등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와 계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면서 당 안팎으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양당의 대표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왼쪽부터)가 자신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와 내란재판부 추진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와 계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면서 당 안팎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 당 장악 '좌초'…수습에 총력
 
8일 여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1인1표제'와 '지방선거 공천 룰 변경'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1인1표제를 당분간 보류하고 공천 룰 개정만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이를 위해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은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에 상무위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비율을 50%씩 반영하는 공천 룰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에 권리당원 투표를 100% 반영하는 방안은 기존 개정안 그대로 재추진키로 했습니다.
 
수정안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했는데요. 정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에 관한 당헌 개정안은 수정안을 발의해 신속하게 당무위와 중앙위에 재부의해서 처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를 추진했던 것에 대해선 "이번에 재부의하지 않으나, 꿈조차 포기할 수 없다. 당원에게 뜻을 물어 길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정 대표는 이번 1인1표제 부결에도 추후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의 갈등 때문에 부결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도부는 적극 반박했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친청은 없다. 친명만 있을 뿐"이라며 "외부의 갈라치기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도부의 수습에도 '명·청'(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 간 대결 구도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은 지배적입니다. 내달 중순에 열리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이건태 의원과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를 했을 당시 수석사무부총장을 맡았던 강득구 의원 등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동안 검찰·사법·언론 등 개혁과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과정에서 당정이 엇박자를 내면서 '명·청' 갈등이 나온 배경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며 당 대표가 됐기 때문에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속 강성 지지층만 본다면 당내 분열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이자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지지율이 견고하기 때문에 '명·청'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계엄 옹호' 장동혁…역풍 직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당 안팎으로 사과 요구가 나왔지만, 이를 거부하고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발언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예정됐던 일정은 취소하고 개별 의원과 만나며 이야기를 경청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의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장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가장 최근에는 장 대표가 지난주 12·3 비상계엄 해제 1년을 맞이한 날 "계엄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란 주장을 내놓으며 당내 의원들과 충돌했습니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메시지라며, 초·재선 의원 25명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더불어 20여명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사과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지도부를 압박했습니다. 
 
앞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에 의해 구속 기로에 놓였던 상황에서 장 대표가 원외 집회 중 "우리가 황교안이다"를 외쳤는데요. 이로 인해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가속화됐습니다. 여기에 당 대표 취임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씨 면회까지 강행하자 당내 비토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최근 장 대표는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연쇄 회동에 나섰는데요.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감사와 현안으로 미뤄졌던 의원 간담회를 지난주부터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과 선수에 관계없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고, 현 지도부 노선에 반대하는 의견을 갖는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의원들은 '관리 차원'이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원외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내년 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더불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 양당의 대표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며 "이들을 업고 계속 정치를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정치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면 수도권은 필패해, 영남 자민련(자유민주연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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