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ed·연준) 의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1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지난달 29일 이후 또다시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뚜렷하고 물가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어 추가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은 보다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 연준이 거듭 '속도 조절론'을 밝히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데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연준, 기존 통화정책 입장 재확인…금리 동결 '촉각'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연준의 현 통화정책 기조는 이전보다 현저히 덜 긴축적으로 됐고, 경제는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긴축 정도를 너무 빠르고 많이 줄이면 인플레이션 진전을 막을 수 있다"며 "동시에 긴축 정도를 너무 느리고 적게 줄이면 경제활동과 고용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지난 2년간 상당히 둔화했다"면서도 "연준의 2% 장기 목표에 견줄 때 다소 높은 상황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미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 달성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2.6%였습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8%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밝혔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파월 의장은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이고 경제는 강한 상황이다.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속도 조절론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미 연준은 이때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4.25~4.50%로 동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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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불가피한데…한은, 기준금리 인하 '신중'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줄어들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졌습니다. 지난해 12·3 내란 사태로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올해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2월 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내란 사태 이후로 1450원대 이상 치솟은 원·달러 환율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장 한국 경기 상황을 보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한국은행조차도 지난달 20일 내란 사태 여파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9%에서 1.6~1.7%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전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기존 2.0%에서 1.6%로 전망치를 끌어내릴 만큼,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바꿔 말하면 사실상 경기 부양 카드로 금리 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금리 인하 필요성은 커지는데, 한은 입장에서는 한·미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인데요. 지난달 미 연준의 결정으로 한국(3.00%)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차이는 1.50%포인트로 유지됐습니다. 여기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로 내린다면 한·미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집니다. 한·미 양국의 금리 격차 확대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요즘 같은 고환율 시기엔 물가 상승의 문제까지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경기 대응에 대한 한은과 주요 기관의 입장은 다소 엇갈리는데요. 한국은행은 당장의 금리 인하보다는 신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강조하는 반면, KDI는 적어도 2~3차례의 금리 인하가 우선 단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칩니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일 외신 인터뷰에서 이달 내 금리 인하 전망과 관련해 "이번 금통위에서 인하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부터 추경 편성 필요성을 꾸준히 밝힌 바 있고, 지난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는 통화정책 외에도 추경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약 15조~20조원 규모를 제안했습니다. 추경 시기에 대해서도 줄곧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KDI에선 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거리를 두면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데요. 오히려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드면서 결국 한국은행이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마 동결하지 않을까 싶다"며 미 연준의 동결 흐름을 한국은행이 따라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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