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소비자물가마저 오르자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치솟은 환율에 연초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다시 올라서면서 물가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단기간에 고유가, 고환율을 탈피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데다, 탄핵정국·트럼프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끝 모를 경기침체 속 물가마저 오르자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환율·고유가'가 밀어올린 물가
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2%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3%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는 11월부터 오르더니 12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특히 상승률만 놓고 보면 지난해 7월 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5개월 만에 2%대에 재진입했습니다.
물가를 밀어 올린 것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가격(7.3%)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12월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환율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원유 수입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 컸습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11∼12월 환율 상승이 석유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 2.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추세입니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는데, 첫 달부터 2%를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수입물가 상승을 막을 길도 없기에 전망도 어둡습니다.
다만 정부는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으로 바라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안 품목이 많아 체감물가가 높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2.2%는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연초 불확실성과 상방 압력이 있기는 하지만 향후 전반적으로 둔화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개 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정부 "정책수단 총동원"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릅니다. 급등한 환율이 물가를 자극해 소비를 위축하고,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일각에서는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올해 1분기 말까지 장기화할 경우 저성장·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오름세를 보이는 물가와 반대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1.9%로 내다본 한국은행마저 지난달 전망치를 1.6~1.7%로 낮췄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1.4%까지 하향 조정했습니다.
문제는 국내 소비·투자·고용 등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특별한 경기부양책도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다 트럼프발 관세 부과 역시 현실화하면 국내 수출 등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시장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일단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물가 불안 요인을 잡겠다는 방침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2월 말 종료되는 수송용 유류에 대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4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해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이어 "2~3월 중 농축수산물 정부 할인지원에 300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과일·채소 할당관세 물량 37만톤도 신속히 도입하며, 가격이 높은 배추·무의 경우 정부 가용물량 등을 활용해 매일 200톤 이상을 도매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주 민생경제점검회의를 개최해 체감도 높은 현장밀착형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민생경제 회복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딸기를 살펴보며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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