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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6일 17: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광주은행의 광주광역시 1금고 수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 10년간 차츰 줄여온 협력사업비가 발목을 잡은 데다 시중은행도 대규모 자본력을 무기로 가세했기 때문이다. 광주은행은 지난해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 선정 경쟁에서도 시중은행에 밀린 바 있어 이번 기회 마저 놓친다면 8조원이 넘는 대규모 저원가성예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내년부터 4년간의 자금 운용 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
광주은행 본점 (사진=광주은행)
1금고 수성 '위태'…협력사업비 '반토막'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1금고 수성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경쟁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현재 광주시의 1금고는 광주은행, 2금고는 국민은행이 맡고 있다. 시는 그동안 일괄 신청을 받아 1·2순위를 선정하던 통합 공모 방식에서 1·2금고를 구분해 신청받는 분리 공모 방식으로 변경했다. 내달 시의원과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시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평가 후 11월 차기 시금고 금융기관 선정을 위한 약정이 예정돼 있다.
1금고로 지정되면 오는 2025년부터 4년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10개, 지역개발기금 등을 맡아 관리한다. 2금고는 4개 특별회계와 통합관리기금 등 기금 18개를 맡는다. 규모로는 총 8조2939억원으로 1금고가 7조9500억원, 2금고는 3430억원에 해당한다. 일반회계란 자치단체가 일반 행정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처리하는 회계다. 1금고에 해당하는 은행은 지방세를 비롯해 국고보조금을 예치하게 된다.
광주은행은 지난 1969년부터 55년간 광주시 1금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라남도의 2금고도 맡고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이 시 금고를 맡게 되면 협력사업비를 낸다. 협력사업비는 자치단체와 금고 은행 간 약정에 따라 금고 지정 후 금고 은행에서 용도 지정없이 출연하는 현금이다. 협력사업비는 지자체의 약정기간동안 총액을 정해 예산에 편성된다. 해당 금액은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사업비로 쓰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광주시의 협력사업비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3년 120억원이었던 총협력사업비는 10년간 7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금고를 맡은 국민은행이 2013년부터 세 차례 20억원으로 규모를 동결했으나, 광주은행이 약정금액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은행은 지난 10년간 협력사업비를 점차 줄이고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100억원을 낸 데 반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50억원으로 반절이나 줄였다. 2021년 1 금고로 선정될 당시에 광주은행이 광주시에 제안한 협력사업비는 40억원이다. 2012년 제안한 협력사업비 규모의 40% 수준이다.
반면 지난 광주시 예산 규모는 점차 불어나고 있다. 올해 시 예산은 일반 회계 6조3975억원, 특별 회계 1조3793억원, 기금 4332억원 등 총 8조2100억원이다. 4년 새 2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저원가성 예금 대규모 유출 가능성도
시금고는 지방은행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각 지자체는 금고로 지정한 시중은행에 지방세 등의 예산을 예치하고 운용한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을 불리게 돼 영업 기반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은행의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순익에 영향을 미치기에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은 대출 이자다. 대출 실행 시 받는 이자비용과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의 차이가 클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벌어들이는 수익이 커진다. 조달비용이 적으면 대출 금리도 낮게 제공할 수 있어 대출 상품 운용을 통한 고객 유치 여력도 생긴다. 지방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사업 포트폴리오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의존도가 더욱 높은 게 현실이다. 지방은행이 시금고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9월 울산 시금고 자리를 지켰으며, 부산은행도 지난 24일 부산광역시 시 1금고를 수성했다. 광주은행도 지역 기업인 만큼 1금고는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50년간 유지해 온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 경쟁에서 시중은행인 신한은행에 밀려 저원가성 예금 파이프라인 한곳이 끊어진 상황이다. 조선대학교 개교 이래 시중은행이 주거래 은행을 맡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광주은행은 지난해 8월까지 주거래은행으로 조선대학교의 등록금과 기숙사비, 산학협력단 자금 등을 운용했다.
이번 시 금고 선정 경쟁에서 광주은행이 또다시 밀릴 경우 저원가성예금 규모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성장이 둔화된 지방은행은 당장 영업 기반이 줄어드는 셈이다.
광주은행의 상반기 수신 총액은 25조4590억원이다. 이중 원화예수금이 24조4808억원을 차지하며 저원가성예금이 9조7515억원, 정기예금 14조3722억원, 적립식예금 3474억원 규모다. 정기예금과 적립식 예금이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4.8% 증가한 것과 비교해 저원가성예금은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저원가성예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저축예금은 같은 기간 0.9% 규모를 줄였다.
광주은행은 지역 은행으로서 사회 공헌도가 비교적 높은 점과 상징성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개최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광주은행은 지역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광주은행은 매년 당기순이익의 10% 이상을 지역에 환원하고 있으며, 5년간 총 1000억원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에 투입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광주은행은 평가항목 중 지역사회 기여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협력사업비가 걸림돌이다. 지속적으로 줄인 협력사업비는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광주은행이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 경쟁에서 신한은행에 밀린 것은 협력사업비 영향이 컸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만약 광주은행이 조선대 주거래은행에 이어 광주시 제1금고 수성에 실패할 경우 앞으로 4년간의 자금운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B토마토>는 광주은행에 협력사업비 축소의 이유와 자산운용 전략 등을 문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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