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버스 준공영제의 재정 지원이 매년 2조원 이상 사모펀드의 이익으로 돌아가면서 공공성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의 편익보다 투자자 수익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결국 버스 준공영제 자체가 가지는 한계라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버스 준공영제로 사모펀드 진출 증가
28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2년·2023년 각각 약 2조원 이상의 재정이 준공영제 시행지역에서 버스운송사업자에게 연간손실지원금으로 지급됐습니다. 최근 3년간의 연간손실지원금 증가율도 지역별로 4.8%∼7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버스준공영제는 버스의 소유·운행은 각 버스업체가 하되 요금조정·운행관리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감독하면서 운영에 따른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서울특별시, 5대 광역시(울산 제외), 제주, 경기 등에서 시행 중입니다.
특히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가 각각 1000대 이상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고, 인천에서는 사모펀드가 운용 버스의 30%에 달하는 부분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버스산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모펀드는 차파트너스. MC파트너스와 그리니치PE, 케이스톤파트너스 등 4개사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모펀드의 버스준공영제 진입에 따라 기대효과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는데요. 기대효과로는 버스 산업 체계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대규모 자본 유치 능력을 활용한 산업 선진화 도모 등이 있습니다.
반면 일반 국민에 의해 조성된 공공재원을 활용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승객(시민)의 편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일부 투자자 등 사모펀드의 이익으로만 연결되거나, 사모펀드의 이익 추구 과정 중 공공성 훼손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적자에도 배당…서비스 질은 저하
사모펀드는 배당을 늘리고 버스회사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윤 극대화를 노리고 있는데요. 2021년에 차파트너스에 인수된 도원교통은 2022년에 선일교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서 297억 원을 유상증자 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고배당의 우선주를 발행하면서 배당액이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사모펀드 인수 후 배당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거나 적자임에도 배당을 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는 표준단가 방식으로 지급되는 간접비 절감을 위해 규모화를 명분으로 차고지 통합, 정비부품과 정비인력 등을 감축하고 있는데 버스안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경기도에서는 사모펀드로 넘어간 버스회사들이 알짜노선만 운행하고 저수익 노선은 감축하거나 아예 지자체로 떠넘기는 체리피킹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일례로 차트너스가 지난 2019년 인수한 명진교통은 2021년에 차고지 비용 절감을 위해서 기존 차고지에서 가좌동 차고지로 새로 이전했습니다. 차파트너스는 이곳에 버스회사 2곳의 정비소와 세차 시설을 임차해 쓰겠다면서 인천시의 허가를 받았는데요. 그런데 새로 이전한 차고지 정비소에서는 규격 등의 문제로 명진교통 차량을 정비하지 못하고 별도로 정비하면서 정비불량 문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타이어와 정비부품 등의 비용 절감을 위해 교체시기를 늦추고 있으며 정비 인원 또한 감축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021년 7월 엠씨파트너스가 인수한 남양여객과 제부여객은 지난해 '적자 및 이용 수요 저조, 운전직 수급 불가' 등의 사유를 들어 각각 4개씩 모두 8개의 노선을 화성시에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계열사인 소신여객 또한 운수종사자 부족을 이유로 5-3번, 5-4번, 8번, 11번, 25번 등 모두 5개의 버스노선을 감차 대상 노선으로 꼽고 감차 및 노선 폐지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버스 준공영제 자체를 개선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인 자산을 누가 소유하는 가의 문제"라며 "한국의 버스 시스템은 해외와 달리 버스 노선권을 민간이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손실보상은 공공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결국 교통 서비스 시장이 사모펀드가 들어올 정도로 수익이 보장되어있거나 수익의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이는 결국 공공의 손실보전을 기반으로 한다"며 "노선권, 차량, 고용구조가 있다면 실제 노선권만이라도 공공이 소유하면 이를 통해 공공통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정무위원회는 금융감독원에 공공분야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진입하는 문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및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독체계 구축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동안 별다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모펀드가 연간손실지원금을 악용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불공정 영업행위를하지는 않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경진여객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2일 경기도 수원역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임금 인상과 배차시간표 조정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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