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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 퇴장…'비윤' 나경원·안철수 '급부상'
비윤, 차기 당권에서 선전 예상…너도나도 용산 거리두기
2024-04-11 18:16:34 2024-04-11 18:55:29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습니다. 원톱으로 국민의힘을 진두지휘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1일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다”며 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향후 여권이 새 지도부 체계를 수립하면서 권력 지형도 요동칠 전망인데요. 당내에서 ‘용산 책임론’이 커지는 만큼 비윤(비윤석열)계 중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입니다. 
 
검은색 정장에 회색 넥타이…한동훈 “모든 책임 지겠다”
 
한 위원장은 11일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입었던 빨간색 옷이 아닌 검은색 정장에 짙은 회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찾았습니다. 이날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의 기자회견 직전 ‘여의도 정치를 끝내는 날’이라고 적힌 중앙당사 배경막(백드롭)을 철거했습니다. 
 
굳은 얼굴로 단상에 선 한 위원장은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전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 100일간 모든 순간이 고마웠다”라며 허리를 숙였습니다. 
 
‘총선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잠시 멈칫하던 한 위원장은 “제 책임이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위원장은 당 관계자들과 악수한 뒤 회견장을 떠났는데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한 위원장은 손깍지를 낀 채 무거운 표정으로 바닥만 응시했습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분당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경기사진공동취재단)

총선 참패에 요동치는 당권 구도
입지 좁아진 '친윤계'
 
한 위원장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또다시 지도부 공백 상태가 됐습니다. 당내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수습한 뒤 빠르게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 구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윤석열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작용한 만큼 비윤·수도권 중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지난 전당대회나 당내 이권 싸움에서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은 중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나 전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8차례 이상 방문해 류삼영 민주당 후보를 지원한 동작을 탈환에 성공하면서 국민의힘의 자존심을 지켰는데요. 나 전 의원은 이날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부터 일반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라며 “당정 관계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주저함 없이 고쳐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대통령실 직속 저출살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나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가 해임됐습니다. 여기에 초선 의원 50여명의 비판 연판장이 도는 등 집중포화를 받자 “솔로몬 재판의 엄마 같은 심정으로 그만둔다”라며 당 대표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경기 분당갑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당선된 안철수 의원 역시 그간 당에 쓴소리를 해온 비윤계 중진으로 꼽힙니다. 4선에 성공한 안 의원도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친윤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밀려 당 대표로 선출되지 못했는데요. 
 
안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안 연대를 내세웠다가 대통령실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안 의원은 이번 총선 기간에서도 의사 출신으로서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차기 당권에서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인사들의 선전이 예상되면서 생환에 성공한 현역 당선자들도 용산과 거리 두기에 나섰습니다. 울산 남구을에서 당선되면서 5선 고지에 오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 여당으로서 대통령부터 일반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라며 “저 또한 직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윤심을 등에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으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대통령실의 압박을 받으며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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