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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격전지, "정권 심판" 우세 속 "중요한 건 민생" 한 목소리
수도권 여야 격돌, 유권자들 ‘소중한 한 표’
“이제 정쟁 대신 국민 위한 정치해야"
2024-04-10 17:49:25 2024-04-10 18:09:24
 
 
[뉴스토마토 박용준·안창현·박한솔·김수민·박대형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본투표가 10일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됐습니다.
 
높은 사전투표율(31.28%)에도 수도권 총선 격전지에서는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지지 정당을 떠나 국회가 더 이상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정권심판” 대 “지역발전”
 
전국에서도 관심을 모은 인천 계양을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에 따라 엇갈린 표심을 보였습니다. 인천 계양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습니다. 현직 야당 대표와 전직 국토부장관의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 제1투표소인 작동초등학교 앞에 붙어있는 선거 벽보. (사진=박용준 기자)
 
이날 작전서운동1투표소인 작동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한 20대 부부는 정권 심판을 얘기했습니다. 김모씨 부부는 “매번 투표를 했지만, 이번엔 윤석열정부의 운영이 마음에 안 들어서 투표를 했다”며 “정권이 바뀌어야 된다 생각하고 아이 키우기 좋게 좀 잘 살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62세 여성 황모씨는 지역 발전을 강조했습니다. 황씨는 “계양구에 힘이 될 수 있는 사람, 발전시킬 사람 택했다”며 “힘없는 약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가진 자보다 약한 이를 위한 정치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이촌역 인근 신용산초등학교 본관 1층에 마련된 이촌제1동 제2투표소 전경. (사진=안창현 기자)
 
한강벨트, 여야 최대 격전지
 
용산은 현 정부가 대통령실을 종로구에서 용산구로 옮기며 ‘신정치 1번지’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4선의 현역의원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와 지난 총선에서 패한 강태웅 민주당 후보가 재대결을 벌이면서 한강벨트의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혔습니다.
 
여당을 지지한다는 이모씨(66)는 “언론에서는 야당 쪽이 유리하다고 하는데, 투표 결과는 열어봐야 아는 것 아니겠냐”며 “국회에서 야당이 너무 일방적으로 하니까 행정부에서 국정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박모씨(46)는 “국회의원 선거는 아무래도 소속 정당을 고려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이번 선거에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걸린 후보자 플래카드들. (사진=박한솔 기자)
 
한강벨트의 한 축인 동작을도 여야 격전지로 불립니다. 5선에 도전하는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와 경찰 총경 출신 류삼영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격전지 답게 유권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투표장에 온 박모(58)씨는 "애들이 오늘 쉰다고 늦게까지 잘 기세길래 어머니 모시고 투표하러 오면서 애들도 깨워서 데려왔다"며 "워낙 경기도 안 좋고, 뉴스를 봐도 좋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나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후보가 당선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흑석동 주민 김모(51)씨도 "나경원은 예전부터 교회도 오고, 시장에도 오면서 시민들이랑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며 "아무리 국민의힘이 못해도 지역에서 보지도 못했던 민주당 후보를 뽑을 순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 1번지 “국민 위한 정치를”
 
'정치 1번지' 종로구는 사전 투표율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수치(36.07%)를 기록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후보와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외에도 검찰 출신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출마해 3파전이 형성됐습니다.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전경. (사진=김수민 기자)
 
역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승리한 지역구인 만큼 이날 투표소를 찾은 이들의 의견도 다양했는데,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딸과 함께 투표하러 온 50대 주부는 "윤석열정부가 너무 못하고 있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며 "이전 정권에서 미처 완성하지 못한 개혁을 22대 국회에서 실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투표소를 찾은 이들이 선택한 후보와 진영은 달라도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겠다’는 마음은 모두 같았습니다. 등산 모임에 가기 전 함께 투표소에 찾은 50대 부부는 "최근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권에 크게 실망해 투표하는 데 고민이 많이 됐다"며 "그럼에도 자기 자신이 아닌 국민을 위해, 또 서민을 위해서 일하길 한 번 더 기대해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60대 B씨는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 자신 또는 자신 진영의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를 멈췄으면 좋겠다. 국민을 위해 일 잘하는 게 최고"라고 강조했습니다. 60대 C씨 또한 "여당과 야당이 사이좋게 국민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투표소가 마련된 분당구 구미1동 행정복지센터. (사진=박대형 기자)
 
분당, 거물급 후보 맞대결
 
분당은 거물급 후보들의 맞대결로 주목 받았습니다. 분당갑은 2022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으로 불린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맞붙습니다. 분당을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을 벌였습니다.
 
운중동에 사는 50대 여성 정모씨는 "정치권이 너무 고집부린다"고 한숨을 쉬며 "중요한 건 민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기 신도시 지역이다 보니 재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60대 남성 전모씨는 "우리는 분당 재개발·재건축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대다수 시민은 정치권을 향해 "화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40대 남성 오모씨는 "정당끼리 제대로 대화하고 잘 협의해 꼭 필요한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고, 구미동에 사는 50대 여성 홍모씨도 “다음 국회는 나뉘지 않고 화합했으면 좋겠다. 싸움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준·안창현·박한솔·김수민·박대형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주 사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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