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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도피 출국' 11일만 귀국…"사퇴 거부·혐의 부인"
이종섭 "공수처 조사받을 기회 있길"
여 "즉시 사퇴하라" 자진 사퇴 압박
야 '꼬리자르기'에 쌍특검·1국조 촉구
2024-03-21 17:22:35 2024-03-21 18:07:45
[뉴스토마토 박진아·한동인 기자] '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출국 11일 만인 21일 귀국했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현지 부임한 그는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자진 사퇴 요구도 일축했습니다. 그는 국내 체류 기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야당은 이 대사에 대한 즉각 해임과 출국금지, 조속한 수사를 요구한 가운데, '쌍특검(채상병·이종섭 특별검사법)·1국조(채상병 국정조사)' 카드도 꺼내 들었습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만시지탄'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종섭 거취'가 총선판을 흔들 최대 뇌관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관장 회의 참석차"'업무성 귀국' 못 박은 이종섭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 40분 싱가포르를 경유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그는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대사는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 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자진 사퇴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또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연이은 질문엔 뚜렷한 답을 하지 않고 "수사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하며 공항을 빠져나갔습니다.
 
이 대사가 참석하는 회의는 오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입니다.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주요 방산 협력 대상인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정세와 시장 현황, 수출 수주 여건, 정책 지원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 공관장이 모두 모이는 연례 재외공관장 회의는 오는 4월 말 한 주간 열릴 예정입니다.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만 모아 별도로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위해 급히 소집된 회의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애초 이 대사도 연례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해 이를 이유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이 대사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후 그다음 주에 "한·호주 간 계획돼 있는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준비와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두 가지 업무 다 호주대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라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대사는 주요국과의 방산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외교부가 국방부와 산업부 공동으로 계획한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계획에 다른 공관장들과 함께 귀국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대사의 복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여, '자진 사퇴' 압박…야, '쌍특검·1국조' 촉구
 
이 대사 귀국을 두고 여당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대사 문제가 여전히 수도권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이 대사 귀국은 그래도 잘한 결정"이라면서도 "하지만 한 발 더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사의 귀국이 여론 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안철수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스스로 거취 문제로 고민한다면, 스스로 고민하고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사실상 사퇴 결단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만시지탄이다. 시기가 늦어서 기회를 놓쳤다"며 "그때 조치를 해야 했는데 늦어지면서 오히려 민심의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일단 큰 고비는 넘은 것 같다"면서도 "누가 그만두고 안 그만두고의 문제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우리가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다"며 대통령실 개편·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차 피력했습니다.
 
반면 야당은 이 대사의 일시 귀국이 '꼬리 자르기'가 될 수 있다며 이 대사에 대한' 즉각 해임과 출국금지, 수사'를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쳤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이 대사의 귀국에 맞춰 새벽 5시부터 인천공항에 집결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사가 행사 때문에 귀국한 것처럼, 마치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처럼 포장하려 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은 물론, 이 대사의 도피성 출국 과정의 전반을 밝히는 목적의 '이종섭 특검'까지 이른바 '쌍특검 1국조'를 총선 전에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선거 정국인 상황을 고려하면 국회에서의 임시회 개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여론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진 사퇴만이 답…국민 납득 어렵다"
 
전문가들 역시 이 대사의 '자진 사퇴'만이 현재 논란을 종식시키고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사의 사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빨리 사퇴하고 발을 빼면 파장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지만, 버틴다면 민주당에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엔 대통령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대사에 대해 시간을 끌고 변명할 수록 늪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대통령실에서 판단하느냐.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도 꼬집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일단 사퇴하지 않고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인데, 그 정도로 국민적 분노가 가실 수 있겠느냐"면서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출국시킨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내에 머물게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사가 근무지에서 근무를 하지 않고 국내에 머무는 것도 굉장히 이례적인데, 계속 편법에 편법을 더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자진 사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답"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포함한 의원들이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이종섭 주 호주 대사를 향해 사퇴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한동인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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