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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사퇴·이종섭 귀국…윤-한 충돌 '봉합'?
윤 대통령, '수도권 위기론'에 여당 요구 수용
한동훈 "민심에 순응…정부·여당 운명공동체"
이철규 "비례대표 밀실 공천"…'뇌관' 여전
2024-03-20 18:32:33 2024-03-20 18:57:3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점을 향해 치닫던 '윤·한' 2차 충돌이 파국만은 피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이종섭(주호주대사) 귀국·황상무(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퇴'를 요구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요구를 나흘 만에 전격 수용했습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용산발 리스크'로 수도권 민심이 급격히 등을 돌리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분석됩니다. 
 
윤 대통령이 당 요구를 수용했지만, 갈등의 뇌관은 여전합니다. 이 대사 귀국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데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등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여당의 긴장감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43분간 불투명한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지적하며 한 위원장을 직격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승자 없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황상무 사퇴 전격 수용…이종섭 조기 귀국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6시49분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습니다. 황 수석이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지 엿새 만입니다. 대통령실은 전날까지 황 수석 경질 요구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으나, 여권 내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황 수석의 '자진 사퇴' 형식으로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어 한동훈 위원장은 오전 10시 경기도 안양에서 열린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황 수석은 오늘 사퇴했고, 이 대사는 곧 귀국한다"고 깜짝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는 20여 일 앞둔 총선을 앞에 두고 절실하게 민심에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한 위원장이 직접 이 대사의 귀국을 밝힌 것인데요. 외교부는 한 위원장의 발언 직후 이 대사가 오는 25일 열리는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할 예정이라고 알렸습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선 '이종섭·황상무' 논란에서 촉발된 '2차 윤·한 갈등'은 한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봉합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운명공동체"
 
한 위원장은 이날 현장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차 당정 갈등이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총선을 20여 일 남겨놓고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운명공동체"라고 당정 갈등을 일축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해야 폭주하는 이재명 사당과 통진당 종북세력이 이 나라의 주류를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저는 그것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 대사 사퇴 촉구 목소리가 있는데 사퇴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저희는 민심에 순응하려고 노력하는 정당이고 민주당은 민심을 거부하는 정당"이라며 "그 차이를 이런 상황들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회의 후 경기 안양시 초원 어린이공원을 방문해서도 시민들에게 "실망하셨던 분들이 많았던 황 수석 문제나 이 대사 문제, 저희가 결국 오늘 다 해결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러분 마음에 그때그때 반응하고 여러분의 마음을 쫓아서 정치할 것"이라며 "우리는 민심에 순응하는 정당이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민심을 거부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철규 "비례대표 공천 불투명"…43분간 '성토'
 
여권 내에선 '이종섭 귀국·황상무 사퇴'를 두고 불거졌던 '2차 윤·한 갈등'은 일단 발발 여지가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당정 갈등의 뇌관이 여전히 남아있으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인데요.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놓고 '윤핵관'과 한 위원장의 날선 대립이 이어지면서 또 다른 갈등 국면에 놓였다는 관측입니다. 
 
실제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예정에 없던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문제 삼으며 한 위원장을 직격했습니다. 그는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당초 국민의힘에서는 비례대표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고심해서 결정한 이후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지도부에서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 당의 역사라든지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의 공헌도, 이외 당사자들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몹시 부족했을 것"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하다 보니 이런 부작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어떤 분들은 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자 공관위원이 국민의미래 공천에 관여하느냐, 월권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 위원장도, 장동혁 사무총장도 모두 월권이고 모두 다 잘못된 것"이라며 당규상 인재영입위원장이 영입 인사에 대해 당에 건의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당규에 근거해 비례대표 추천과 관련해 비대위원장과 사무총장,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에게 당을 위해 헌신해온 분들, 특히 호남 지역 인사, 노동계·장애인·종교계 등에 대해 배려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며 "이것은 권한 없이 청탁한 게 아니라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책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밀실에서 이뤄지면 어떻게 함께 하느냐. 그렇다면 함께 할 수 없다고 전했다"며 "아울러 구체적으로 비례대표 선정에 참여하거나, 사적 인연을 갖고 요청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자신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특정 인사를 반영하라고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일축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안양남부새마을금고 본점 강당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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