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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엔데믹 생존전략)②씨젠, 코로나 지우고 '유통기업' 도전장
엔데믹 여파로 지난해 영업손실 301억원 발생
재고자산회전율도 1.05회까지 줄어
신성장동력으로 '기술공유사업' 낙점
2024-03-20 06:00:00 2024-03-20 11:04:56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7:0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선언하며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뤘던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급격히 감소하는 진단키트 관련 매출을 상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적 공백을 메우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IB토마토>는 진단키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신사업 개척 등 생존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분자 진단 전문 기업 씨젠(096530)이 엔데믹으로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코로나19 외 제품 매출이 늘고 있어 한숨 돌린 모양새다. 이 기세를 이어 씨젠은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기술 공유사업'을 위해 해외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활로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씨젠은 팬데믹 당시 끌어모은 기초체력을 활용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사진=씨젠)
 
엔데믹으로 영업손실 발생했지만 수익성 개선 중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젠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01억원으로 직전연도 196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악화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이 공식 선언되면서 진단 키트 등으로 매출을 내오던 씨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씨젠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 1조125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9년 1220억원의 매출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단숨에 외형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2022년(8536억원)부터 진단 키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3674억원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분자 진단 시약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씨젠의 지난해 분자진단 시약 매출은 2880억원이다. 2021년 1조1434억원을 기록했지만 바로 다음해 6908억원으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 대폭 줄었다.
 
진단 제품 매출이 줄어들자 씨젠의 재고자산도 쌓여만 갔다. 지난해 말 씨젠이 보유한 재고자산은 1376억원 규모다. 재고자산회전율이 2020년 3.39회에서 2022년 1.92회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05회에 그쳤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업계에서는 씨젠이 4분기만 놓고 봤을 때 흑자를 달성했으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씨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만 따로 봤을 때 매출 1005억원을 달성하고 3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949억원 만큼 현금이 유입됐다. 직전연도(3190억원)와 비교하면 유입된 금액이 대폭 줄긴 했지만 플러스(+)를 유지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재고자산회전율이 줄면서 발생한 비현금 항목인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영업활동현금흐름에 환입된 영향도 있다. 씨젠은 지난해 재고자산평가손실로 259억원을 인식했다. 직전연도(1099억원)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손실된 자산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같은 기간 재고자산평가충당금도 1357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씨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재고 수준은 전략적 재고 비축을 감안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코로나19 관련 손실은 위험 관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진단 사업 넘어 '기술공유사업' 나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씨젠은 '기술 공유사업'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코로나로 끌어모은 유동성 자금을 활용해 이스라엘과 스페인 파트너사와는 JV를 설립하는가 하면 정보기술(IT) 기업에 지분투자도 실행했다.
 
기술 공유사업은 씨젠의 원시스템을 각국 대표기업들에게 공유하고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해 현지 맞춤형 진단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다. 씨젠은 원시스템을 통해 ▲신드로믹 정량 PCR 시약 ▲개발 자동화(SGDDS) ▲표준화된 원재료 ▲검사 자동화 장비(AIOS) ▲생산 자동화 ▲데이터 분석 및 관리IT(SG STATS) 기술 등을 제공한다.
 
씨젠은 기술 공유사업에 대한 준비가 끝나고 연결망이 구축될 경우 수익성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 공유사업의 사업모델은 씨젠의 기존 제품을 로컬 판매, 신제품을 개발해 로컬 판매, 개발한 신제품을 타국가에 판매 등 세 가지로 구상하며 전세계 100여 개의 국가와 사업 파트너십을 맺는 걸 목표하고 있다.
 
씨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한 국가에서 진단 제품을 10개씩만 만들면 단순 계산해 제품수는 1000개(10*100)가 될 것이고 제품마다 수요는 다르겠지만 PCR 진단 시장의 전체 규모는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최근 씨젠은 기술 공유사업을 위해 이스라엘과 스페인 파트너사와 JV를 설립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국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넉넉한 유동성 자금 때문이다. 씨젠이 현지 파트너사들과 법인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22년 11월로 당시 5217억원의 자금을 보유했다. 이후 지난해말까지 유동성 자금은 3954억원 수준으로 줄긴 했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여전히 넉넉한 셈이다.
 
최근에는 기술 공유사업을 위해 자기주식 처분도 단행했다. 씨젠은 자사주 8만4632주를 처분해 20억원을 조달했으며, 이를 활용해 소프트웨어(SW) 기획 및 사용자 경험·사용자 인터페이스(UI·UX) 전문회사인 브렉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내부 조직처럼 지속적인 협업이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는 게 씨젠 측의 설명이다.
 
노시원 씨젠 사업개발실장은 브렉스 인수 당시 "민감한 의료 정보, 기술정보를 다루는 사업의 경우 우수한 내부 전문가 확보가 특히 중요하다"라며 "이번 인수로 기술 공유사업 등에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기획·개발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씨젠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확산시킬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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