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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임차한 오피스펀드, 결국 못팔고 ‘5년 더’
하나나사부동산펀드 수익자총회, 펀드운용 5년 연장 결의
참석자 대다수 고령층…재계약·대출비용 등 질문 쏟아내
“손익 절반만 취한다던데”…불완전판매 불씨 남겨
2024-02-29 16:30:00 2024-02-29 16: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대규모 평가손실을 안은 채 정상 매각에 실패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나사부동산 펀드가 결국 펀드 운용기간을 5년 더 연장했습니다. 일단 시간은 벌었으나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임대차 계약을 지금처럼 연장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29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 펀드의 수익자총회에서 펀드 운용기간을 2029년 3월까지 5년 더 연장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날 수익자총회에는 펀드의 전체 발행 펀드좌수 1억5656만좌 중 성원 정족수인 4분의 1을 조금 넘긴 4671만좌가 참석, 이중 69.22%에 해당하는 3233만좌가 연장 안건에 찬성습니다. 이로써 운용사와 투자자들은 일단 5년의 시간을 벌었습니다.
 
“임대면적 일부 재계약 못해도 수요 있어”
 
이날 총회는 예정된 시간인 오전 10시30분을 조금 넘겨 시작했지만, 안건을 표결하기 전 투자자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느라 12시30분이 다 돼서야 표결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운용상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현지 상황에 대한 솔직한 설명과 정보 제공이 부족한 데 대한 불만도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이 펀드가 투자한 오피스의 단독임차인인 나사와의 재계약 여부입니다. 펀드는 나사와 2028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지만 현재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이 많고 해당 지역 오피스시장의 공실률도 높아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합니다. 나사가 국가기관이다 보니 미국 의회의 승인도 필요합니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임차료를 인하해야 할 수도 있고, 나사가 재계약에 사인하더라도 전체 면적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이 모든 요소는 곧 오피스의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29일 오전에 열린 하나나사부동산펀드 수익자총회의 모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부동산투자운용그룹장인 김성득 상무가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하나나사부동산펀드의 책임운용역을 맡고 있는 김지영 팀장은 이 같은 질문에 “10년 재계약을 추진할 예정인데 간판이 없던 건물에 나사가 새로 간판을 달려고 하는 등 조짐은 괜찮다”면서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만약 한두 개 층을 제외한 나머지 면적만 재계약한다고 해도 나사와 한 건물을 쓴다는 상징성 때문에 오히려 임대료를 높여서 다른 임차인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출 연장과 상환, 비용 등에 대한 질문도 많았는데요. 다행히 이 펀드는 2022년 매각 계약서까지 썼다가 최종 실패했을 당시 계약자였던 투자기관에게 계약금 일부를 돌려주는 대신 보유 채권을 넘겨받아 2028년까지 추가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는 상황입니다. 대출금리는 6%대로 높은 편이서 분배금을 감액하는 원인이 됐지만 2025년 8월 이후엔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출을 갈아탈 수 있습니다. 단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금리가 지금보다 많이 하락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김 팀장은 “감정평가액이 시장가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지금의 펀드 기준가보다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분배금을 포함한 총수익률(IRR) 기준 100%가 아니라 원본(펀드 투자원금)을 목표로 매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매수청구권 행사해도 즉시환급 불확실
 
이날 투자자들의 질문 중엔 반대매수청구권에 관한 내용도 유난히 많았습니다. 펀드 수익자총회도 주주총회와 마찬가지로 주요 안건이 통과됐을 경우 해당 안건에 반대한 주주는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보유한 펀드를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매수청구가격은 별도로 정한 날짜의 기준가에 맞추는데요. 하나나사부동산 펀드의 반대매수청구 기준가는 오는 4월3일 펀드 기준가입니다. 
 
2월29일 기준가는 644.69원이고 이날 증시에서 거래된 하나대체나사부동산 수익증권의 시세가 400~500원이므로 수익증권을 매수해 반대매수권을 청구하면 상당한 차익을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 2월27일로 이미 지나서 의미는 없습니다. 
 
또한 펀드에 유보한 자금이 많지 않아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투자금을 바로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운용사 측은 현재 펀드에 유보된 자금이 많은 것은 아니어서 반대매수청구금액이 많을 경우 지급하는 데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이날 수익자총회에는 80여명의 펀드 투자자들이 참석해 원금 손실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는데요. 대다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으며, 펀드 설정 당시에 가입한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이중엔 판매사 직원으로부터 “이익이 발생해도 절반, 손실이 나도 절반만 (고객에게)돌아간다”고 설명을 들었다는 투자자가 나와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남았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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