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명 터줏대감' 백재현, 광명시청서 고액 임대료 수수 의혹
백재현, 광명시 철산동에 5층 규모 집합건물 소유…광명시청, 2층 '임차'
광명시청, 경로당·노인일자리사업장 운영하며 월 620만원 임대료 지급
부동산업계 "백재현, 재선 시장·3선 의원…광명시장은 백재현 비서실장"
땅 담보로 대출…건물로 담보 대환 과정에서 농협은행이 후순위로 변경
2024-02-28 06:00:00 2024-02-28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백재현 국회 사무총장이 자신의 건물을 경기도 광명시청에 임대, 고액의 임대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습니다. 백 총장은 광명에서 재선 시장과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 터줏대감으로, 지난해 12월 국회 사무총장에 취임했습니다. 건물을 임대한 현직 광명시장은 백 총장이 시장일 때 비서실장을 한 인연이 있습니다. 백 총장과 광명시청은 주민들 요청에 따라 정상적 과정을 거쳐 계약이 이뤄졌다고 해명했습니다.

백재현, 광명 철산동에 5층 건물 소유…광명시청에 2층 임대
 
백 총장은 지난 2022년 7월28일 자신이 소유한 광명시 철산동 일대 539.3㎡(약 163평) 토지 위에 5층 규모의 집합건물을 지어 올렸습니다. 해당 토지와 건물의 등기등본을 확인한 결과, 백 총장은 필로티로 된 1층을 제외한 2~4층을 임대했습니다. 이 가운데 2층(201호, 202호) 임차인이 광명시청입니다. 백 총장과 광명시청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시점은 2022년 6월29일이며, 임대 기간은 그해 8월1일부터 올해 7월31일까지입니다. 해당 건물은 광명시청 본관으로부터 120m, 도보로는 3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합니다.  
 
백재현 국회 사무총장이 소유한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일대 집한건물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광명시청이 백 총장에게 주는 임대료를 뜯어보면, 201호(154.36㎡)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400만원, 202호(125.24㎡)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220만원입니다. 2층 전체로 따지면, 월 임대료는 620만원입니다. 201호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위한 샐러드 음식점이, 202호엔 철산3동 경로당이 입주해 있습니다. 
 
"건물 임차한 현직 시장은 백재현 비서실장 출신" 
 
부동산업계에선 백 총장과 광명시청의 임대차 계약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광명에서 재선 시장과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정치적 입지와 영향력이 큰 백 총장이 자신 소유의 건물을 광명시청에 임대하고 고액 임대료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 총장은 1991년 민주당 소속으로 광명시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고, 1995년에는 경기도의원에 선출됐습니다. 이어 13·14대 광명시장(1998년~2006년), 18·19·20대 광명갑 국회의원(2008년~2020년)을 지냈습니다. 현 광명시장은 박승원 시장으로, 백 총장이 시장을 역임할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이 있습니다.  
 
백 총장과 광명시청의 반론을 받아들여, 임대차 계약 체결에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문제는 남습니다. 국회 사무총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 정무직 공무원입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사무총장은 총선 후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임시회 집회 공고에 관해 의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백 총장이 임대업을 따로 영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백 총장은 2층을 광명시청에 빌려준 것 외에 3층과 4층(총 8세대)에서도 임대료를 받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28일 백재현 국회 사무총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한덕수·권영세·조태용 임대사업자 비판…백재현은? 
 
실제 고위공직자의 임대사업은 정치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논란 대상입니다. 매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마다 주된 비판거리로 등장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여론도 좋지 않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2021년 1월 도내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임대사업자 겸직 금지를 추진하면서 도민 1000명에게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고위공직자는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겸업 금지를 찬성했습니다.  
 
민주당도 윤석열정부 고위공직자의 임대사업자 문제에 비판의 날을 세워왔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89년~1999년 서울시 종로구 주택을 미국 통신업체 AT&T와 정유사 엑손모빌 자회사에 임대, 6억20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민주당은 한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1998년~2000년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미국계 대기업인 모토로라에 임대하고 1억2000만원의 임대료를 받은 걸로 확인되면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윤석열정부 초대 주미대사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역시 2017년~2019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을 엑손모빌 자회사에 임대하고 3억2000만원의 월세를 받은 게 드러나면서 민주당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백재현 국회 사무총장이 소유한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일대 집한건물 위치. (사진=뉴스토마토)
 
백재현 "'경로당 필요' 민원 많아…건물 지으며 경로당 조성"
 
백 총장은 취재팀이 사실관계 확인과 반론 등을 요청하자 "제가 시장과 의원을 할 때 철산동 주민들이 경로당을 지어달라고 아주 오래전부터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건물을 만들면서 '내가 주민과 약속한 것도 있고, 내가 희생하고 양보하자'라고 생각해서 건물 2층을 경로당으로 조성하고 임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시청에서 새로 경로당을 지으려면 땅을 사고 건물 올리고 40억원 이상 들어간다"면서 "2층 임대료는 비싸지 않고, 3·4층 임대료에 비해서도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광명시청은 "광명시청이 해당 건물과 계약할 당시 백 총장은 일반인이었다"며 "201호는 시니어클럽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조건을 충족하는 물건이었고, 202호는 수년간 주민들의 설치 요구에 따라 어르신 복지향상을 위해 추진된 사항"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백 총장의 건물을 임대할 당시 다른 사항은 고려된 바 없다"며 "임대료를 지급한 건 경로당과 노인일자리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라고 했습니다. 
 
농협, 백재현에 대출…담보대환 때 '선순위→후순위'로 변경
 
경기도 광명시청 전경. (사진=뉴시스)
 
부동산업계에서는 백 총장이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일대의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농협은행과 거래한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소 이례적인 방식으로 담보가 설정됐다는 겁니다. 앞서 백 총장은 2021년 10월6일 자신이 소유한 철산동 일대 토지에 18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하고, 15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거래 은행은 농협은행입니다. 백 총장은 반년 뒤인 2022년 7월28일 이 땅에 5층 규모의 집합건물을 짓습니다. 
 
건물이 들어설 즈음인 2022년 6월29일 백 총장과 광명시청은 2층(201호, 202호)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합니다. 백 총장이 광명시청과 계약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난 2022년 9월29일, 기존 토지에 잡혔던 농협은행 근저당이 건물의 2층으로 대환됩니다. 결과적으로 백 총장의 건물 2층에 대한 우선순위권은 광명시청이 갖게 됐습니다. 담보가 토지에서 건물로 바뀌는 과정에서 농협은행은 후순위권자로 밀려났습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제1금융권은 심사를 매우 까다롭게 하는데, 토지에 설정된 담보를 건물로 대환하는 과정에서 1금융권인 농협이 후순위권자로 들어간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백 총장은 "철산동 땅과 건물의 전체 가치는 60억~70억원 정도"라며 "분양해서 빚도 갚았다. 제가 철산동에 30년 살았는데 누구에게 특혜를 받고 이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습니다. 농협은행도 "정상 프로세스를 통해 근저당 설정과 대출이 진행된 걸로 보인다"며 "문제될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