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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광재 "총선 과반하려면, 친명·비명·친노·친문 다 떠나서…"
(황방열의 핫피플)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세계는 기술경쟁 대전쟁 중…굉장히 두렵다"
2024-02-14 06:00:00 2024-02-14 13:51:13
 
 
이광재(59) 전 국회 사무총장은 실용주의에 투철하고 진영정치에 구애받지 않는 정치인으로 첫 손에 꼽히는 인물입니다.
 
손톱을 깎다가 난 상처 때문에 반창고를 붙인 어르신들을 보고 강원도지사가 되자마자 경로당에 돋보기를 부착한 손톱깎이를 보급했습니다. 2004년 처음 국회의원이 된 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인맥을 만들기 위해 애썼고, 이 중에는 한때 중국의 최고지도자 후보 중 하나였던 후춘화 공산주의청년단 제1서기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등과도 공유했습니다. 외교는 개별 당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는 게 그의 인식이었습니다. 
 
간간이 만날 때마다 이 전 총장은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과 함께 국가적 과제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세계 기술 동향과 결합해서 말입니다. 그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곤 합니다. "뼛속 깊이 진보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최적의 솔루션이 무엇인지를 판단의 중심에 둔다"는 겁니다. 특히 6년간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한국의 국가전략'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4월 총선에 이 전 총장을 성남 분당갑 등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이 전략공관위에 그의 분당갑 전략공천을 요청했으며 당 차원에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택에서 만난 이 전 총장은 "당과 상의해서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당에 총선 출마지역을 일임한 상태로, 앞서 6·1 지방선거에서는 당의 요청에 따라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선 바 있습니다. 
 
그는 또 미·중 기술 경쟁 격화를 핵심으로 한 국제 정세를 "세계는 대전쟁 중"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무슨 화두를 갖고 논쟁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굉장히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이 전 총장과의 문답 요약입니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13일 종로구 부암동 자택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친명, 비명, 친노, 친문을 떠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과감한 역할과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분당이 용산 이길 것…준엄한 정권 심판"
 
-총선 출마 지역 관련해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에 분당갑 출마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논의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저를 아끼는 분들이 다양한 제안을 했고, 당에서도 여러 지역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선당후사 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고, 어느 지역으로 가든 각오도 돼 있습니다. 호시우행, 호랑이처럼 지켜보고 소처럼 걷고 있습니다. 당과 상의해서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분당갑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꽤 어려운 지역인데요. 
 
이번 총선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고, 분당은 자부심이 강한 동네입니다. 그런 면에서 분당이 용산을 이길 거라고 봐요. 분당갑은 '혁신 경제'와 '행복 도시'라는 두 개의 경제 엔진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곳이에요. 판교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 정보기술(IT)·벤처 혁명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고, 지금은 제2의 판교, 제3의 판교로 나아가고 있죠. 신도시의 경우 인공지능(AI) 혁명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행복도시로 거듭날 겁니다. 분당은 결국 실력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을, 혁명적 변화를 선택할 거라고 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전 총장에게 사업했으면 크게 성공했을 거라고 하셨다더군요. 지금 사업을 한다면 어떤 사업을 선택하겠습니까.
 
원래는 변리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건강을 상시로 체크하는 특허도 카이스트 출신 박사님과 공동으로 갖고 있어요. 8년 전부터 생각한 건데, 사업을 한다 '스토리 거래소'를 하겠습니다. 스토리가 모든 창작의 원천이잖아요. 뉴욕에는 증권 거래소가 있고, 런던에는 비철금속 거래소가 있지만 인간의 창의력을 거래하는 '스토리 거래소'는 없거든요. 미국이 할리우드를 만들면서 문화의 시대를 열었잖아요. 플랫폼이 미래의 강력한 비즈니스가 될 겁니다. 창작자의 지적재산권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페이백이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스토리 플랫폼'을 갖춘다면, 스토리의 힘이 세계를 끌고 갈 것이라고 봐요.
 
"이번 총선 4당 체제 출현88년 이후 처음"
 
-직접 정권 창출도 해봤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3선 국회의원, 도지사를 역임했습니다. 지금 정치를 하는 이유, '정치인 이광재'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지금은 한반도 정세 불안이 큰 국가 위기 상황입니다. 다른 정치인들과 제가 다른 점이라면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요. 국회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미국에 한미의원연맹 교류센터 설립을 추진했어요. 이런 것처럼 미국·중국·일본의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두 번째는 여의도 정치권의 혁명적 변화입니다. 유능한 정치인은 성장시키고 무능한 정치인은 퇴출시키는 구조를 만들자, 국가 경쟁력과 삶의 질을 기초로  성적표를 만들자는 생각입니다. 정치인의 입법 평가를 일자리, 주택, 교육·보육, 의료·건강보험, 국민 소득, 노후 연금, 문화적 혜택 등 7가지로 나눠서 평가하자는 겁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600조원이 넘고, 국민연금은 2000조원, 국가가 가진 땅과 건물은 3000조원가량 됩니다. 5000조원 이상의 고정 자산이 있고, 6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쓰는데도 왜 주택 문제와 교육·보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냐는 거예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는 필요 없는 겁니다.  
 
-연정이 오랜 지론인데, 우리 정치 환경은 갈수록 연정을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4당 체제가 자리 잡지 않을까 싶어요. 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과 비례연합정당인데요. 1988년 체제 이후로 다시 한번 정치력이 필요한 시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연정까지는 어렵겠지만 정책 연합이나 정책 경쟁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봐요. 
 
"총선 과반 위해 당선가능성 높고 새로운 시대 만드는 사람이 나서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총선 목표가 151석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현재 국민들 마음속에는 집권 3년차 현 정부를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는 생각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 당이 국민과의 연대를 잘해야 합니다. 우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비례대표를 선정해야고 하고 두 번째는 민주당의 단결이 중요합니다.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을 떠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과감한 역할과 협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 번째는 혁신인데요. 현 정부가 민생·경제에 무능하다고 하면 민주당은 민생·경제에 유능한 사람을 영입해야죠. 그런 면에서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영입한 건 잘한 거라고 봅니다. 수권 정당으로 믿을 수 있는 면모를 갖춘 공천을 한다면 국민들께서 지지하실 겁니다. 바다에 가장 많은 물이 오이는 이유는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겸손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신당을 창당합니다.
 
일정 부분 역할은 있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우리의 길이 훼손되지 않도록, 협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선명성 경쟁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협력해서, 현 정부의 역사 역주행을 (함께) 막아야 하는 거죠.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13일 종로구 부암동 자택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KBS 대담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 대통령 KBS 대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너무하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KBS 녹화대담으로 대체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너무하네'라는 얘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국민들은 전지전능한 대통령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은 잘못된 게 맞잖아요?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하면 되잖아요. 이번 대담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아주 많이 줬다고 봅니다. 강성희 의원을 들어낸 사건도 대통령실 문화 자체가 경화됐다고 느끼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대통령에게 바른 말하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고 시스템이 굳어지고 있다는 거죠. 그걸 드러난 게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죠. 각 국가들이 투표하는 유치전에 저렇게 큰 오차를 범할 수는 없거든요. 대통령한테 제대로 보고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이렇게 국민의 마음과 따로 간다면 국민들이 선택해야 될 길도 분명해지는 거라고 봅니다.
 
"일론 머스크가 검찰개혁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세계는 기술 경쟁과 안보, 평화 문제에서 세계적인 대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 핵심은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간 기술경쟁에 있습니다. 우리 정치권은 아주 위험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중국이 아직 개방 안 한 게 통신과 금융입니다. 얼마 전에 일론 머스크가 "조만간 내 전화번호를 중단하고 (트위터의 후신) X로만 통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머스크의 스타링크 같은 저궤도 위성통신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원앱이나 아마존도 수만개의 저궤도 위성을 띄우고 있어요. 한동훈 위원장이 자기 아이폰 비밀번호 공개 안 해서 결국은 못 풀었는데, 앞으로 다 스타링크에 접속해서 통신하면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러면 앞으로 검찰개혁은 일론 머스크가 하게 되는 거 아닙니까(웃음) 그래서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은 신중해야 한다고 제가 정부에 수차례 얘기했습니다. 다 스타링크 접속하면 국내 통신사들은 어떻게 될까요?
 
또 (민주당) 뉴딜 본부장을 하면서 5G(5세대 이동통신), 6G(6세대 이동통신) 망을 대대적으로 깔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마트팩토리로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보, 국민생활, 미래산업을 봐서라도 여의도는 이 문제로 뜨거워야 합니다. 5G, 6G에서 뒤지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여기에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한미동맹도 앞으로 통신동맹, AI 동맹으로 가야하는데, 이거는 금융과 연동되게 돼 있어요. 왜 지금 비트코인이 오르고, 미국은 왜 비트코인과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를 연계시켰을까요? 지금 한국 젊은이들은 한국 증시보다 미국 증시를 더 많이 검색합니다. 한국사람 160만명이 비트코인 관련 검색을 합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무슨 화두를 갖고 논쟁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 사실 굉장히 두렵습니다.
 
대담=황방열 선임기자, 정리=한동인 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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