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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약속파기 '부담'에 '준연동'…국민의힘 '반발'
이재명, 안방 광주서 결단…내부 논란 '수습'
한동훈 "민주주의 아냐"…이해관계 따라 '입장차'
2024-02-05 17:23:37 2024-02-05 18:50:38
 
 
[광주=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비례대표제 결정 권한을 위임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일 '준연동제'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민주개혁세력과 연대해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지난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안 결정 권한을 위임한 지 사흘 만이자, 지난해 11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지 3개월 만입니다. 그간 이 대표는 비례제 문제를 놓고 '실리'(총선승리)와 '명분'(대국민약속)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이 대표의 이번 선택은 대선 공약 파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컸습니다.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80여명이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하며 이 대표를 계속해서 압박했습니다. 김부겸, 정세균 두 전직 총리도 같은 입장을 표명한 터라 자칫 이낙연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원심력이 커질 것도 우려됐습니다. 이는 곧 당의 분열로 연결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시민사회 원로들도 '병립형 회귀'를 반대했습니다. 지도부 내에서도 격론이 일자 이 대표는 한 발 물러서며 갈등의 봉합을 택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위선정당"이라고 반발했지만, 야권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내놓았습니다. 명분이 실리로도 이어질 경우 이 대표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준연동' 택한 이재명…대연합으로 '정권심판'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며 "민주개혁세력의 총단결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 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습니다. 그는 "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결국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습니다. 
 
대신, 국민의힘과의 차별화는 분명히 했습니다. 이 대표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주재한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까치밥(소수정당 몫)으로 남긴 감 한쪽까지 다 먹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응급조치 취지로 일종의 임시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민주당이 하려는 건 국민의힘과는 조금 다르다"라면서 "위성정당이기는 하되 민주당을 위한 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에선 반쯤 위성정당"이라고 규정했습니다.
 
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선거제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선정국  요동…이해관계 따라 '제각각'
 
병립형과 준연동형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 대표가 통합형 위성정당 카드를 꺼내들자 정치권도 요동쳤습니다. 먼저, 민주당 내부에선 환영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병립형 회귀' 움직임에 반발,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탄희 의원은 "선거제 퇴행을 막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김두관 의원도 이 대표 선언을 "역사적 결단"이라며 추켜세웠습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만 강화화는 병립형으로는 진보의 맏형을 자처할 수 없는 데다, 무엇보다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대국민약속을 이 대표가 이미 저버렸던 지라 정치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염려가 컸습니다.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도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은 "연합정치를 모색하자"고 화답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5000만명 국민이 이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는가"라면서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3지대도 위성정당에 대해선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고,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망국적 발상",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최악은 피했다"면서도 "준연동형 비례제도 취지를 온전하게 살리지 못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최고위원들과 격론…"전날 밤 결정"
   
이 대표는 통합형 비례정당이라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심을 한 걸로 보입니다. 전날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가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도 비례제 결단에 대한 요청을 받았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우호적 제3의 세력들까지 다 함께 힘을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병립형 회귀에 반대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안방인 광주로 이동, 지역 시민사회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추가적으로 들었습니다. 지도부 내에서도 격론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이 대표 기자회견에 앞서 <뉴스토마토>와 가진 통화에서 "전날 광주에서 최고위원들과 만찬을 하면서도 비례제를 놓고 격론이 있었던 걸로 안다"며 "이 대표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병립형 회귀로 굳어가던 이 대표 의중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 겁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이 '비례제에 관해 입장을 바뀐 계기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한 것이고, 결정적이고 특별한 결단의 계기는 따로 없다"면서 "사실상 어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광주=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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