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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받는 반도체 낙관론…곳곳서 반등 신호탄
D램·낸드 메모리 가격 두달째 상승세
AI 수요에 삼성·SK 실적 개선 기대감↑
신중론도…최태원 "낸드 잠자는 수준"
2023-12-26 15:50:09 2023-12-26 16:36:19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긴 침체기를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 등으로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이 본격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D램(DDR4 8Gb)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로 전달보다 3.33% 올랐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전월보다 15.38% 뛴 1.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3월 가격(1.81달러)과 비교해 아직 아래에 머물러 있지만 바닥을 찍고 점차 상승세로 돌아선 분위기입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오름세입니다. 메모리카드·USB용 범용 제품(128Gb 멀티레벨셀·MLC)의 11월 고정거래가격은 4.09달러로, 전달보다 5.41% 상승했습니다. 이 제품의 가격은 10월에도 전월보다 1.59% 올랐는데, 상승 폭이 더 커졌습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공급사들이 감산·공급량 조절을 이어가면 낸드 계약 가격은 내년 상반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마이크론도 최근 호실적을 내며 업황 전반에 화색이 도는 분위기입니다. 마이크론은 2024년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 47억3000달러를 기록, 이는 전년 1분기(40억9000만달러)보다 16% 급증한 수준입니다. 특히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보다 한자릿수 후반, 낸드 ASP는 약 20% 상승했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메모리 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메모리 업계 감산으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춰가는 가운데, 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MB) 수요 급증으로 양사의 내년 1분기 실적 전망치는 희망적입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DS부문)와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적자는 12조원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동안 누적 10조원대 적자를 냈습니다.
 
사진=삼성전자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확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다음 달부터 미국 내 자동차와 방산, 통신 등 주요 산업 분야 기업을 상대로 범용 반도체 사용 현황과 조달처 등을 파악할 계획입니다. 중국의 범용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세 등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조치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용 반도체는 28나노미터(㎚·10억분의1m) 이상의 성숙 공정에서 생산되는 구형·보급형 제품입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가 18나노 공정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며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 견제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28나노 이상의 성숙 공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습니다.
 
업계는 미국의 이번 규제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조치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현지 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범용 반도체 재고 소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됩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 자체는 지금 락바텀(최저점) 형태를 벗어나는 단계"라며 "아직 가격이 더 회복되고 수급 밸런스(균형)가 제대로 맞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체적인 회복보다는 일부의 어떤 수요가 전체 마켓을 끌고 가고 있다"며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쪽은 아직 거의 잠자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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