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저격한 정부…압박 '부작용' 가중되나
가격 인상 압박에 '슈링크플레이션' 현상
정부 "꼼수, 정직한 판매행위 아냐" 지적
전문가들 "가격·양은 민간업체가 결정하는 것"
2023-11-16 17:05:48 2023-11-16 21:53:43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정부의 물가 잡기 개입이 오히려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만 줄이는 현상)'이 현상을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더욱이 '꼼수 가격 인상'을 향한 칼날까지 예고하면서 정부 개입에 따른 부작용만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가격·양의 결정은 민간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이익 등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으로 과도한 정부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 기관을 통한 알권리 차원의 정보 제공 등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16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각 부처는 물가 잡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마트 진열대 전경. (사진=뉴시스)
 
16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고 양을 줄이는 건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정황근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을 통해 "소비자가 사먹을 때 용량이 적힌 깨알 같은 글씨를 일일히 확인하진 않는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소비자 정서로 봤을 때 '꼼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100g 들어가던 걸 불가피하게 90g으로 줄었따면 이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공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지 않은데, 슬그머니 표기만 바꿔 놓으면 그게 꼼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유통업체가 양이 줄어들 때마다 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보단, 소비자단체가 먼저 나서는 게 맞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정 장관은 "(슈링크플레이션)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관계부처가 논의를 해야겠지만, 그것보단 소비자 단체가 나서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했습니다. 
 
정부 각 부처는 차관 '물가안정책임관'이라는 역할을 부여하고 범부처 특별 물가안정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와 유류비 등 각종 비용이 올라 기존 가격을 유지하게 어려운 기업들은 결국 양을 줄이는 꼼수 방법을 택했습니다. 
 
한 업체의 핫도그 제품은 한 봉지당 가격은 내리진 않았지만 5개 들어있던 내용물을 4개로 줄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만두 한봉지당 가격은 유지하고 내용물을 16%까지 줄였습니다. 
 
정부는 이는 '꼼수'라며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라고 날을 세우는 모습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선 현장 점검 때 가격을 유지한채 용량을 줄이는 것에 대해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다"라며 "관계기관과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성훈 해수부 차관도 이날 수산물 가격 등 현장점검을 통해 "수산물 쪽에서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은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부분은 지속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만일 가격을 유지한채 용량을 줄이는 일이 있다면 적극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가격과 양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부분이고, 꼼수라며 정부가 제재할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습니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업체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이익이 안 남으니, 양으로 조절하는 것"이라며 "이건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에 정부가 이걸 꼼수라고 봐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올리지 못한 가격은 나중에 큰 폭으로 오르는 부작용으로 다가온다. 당장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좋은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 단체 한 관계자는 "현재 몇몇 곳에서 소비자 알권리 차원의 비교 정보를 하고 있지만 정보 제공의 한계가 많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6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각 부처는 물가 잡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마트 진열대 전경.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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