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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루엘, 스카이블루색 음악 필름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으로 내한 무대
"인류 강렬한 슬픔을 음악으로 그려내면 '힐링 과정'"
"K팝은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획기적인 돌파구'"
2023-10-20 18:26:44 2023-10-20 18:26:4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반짝이는 투명 윤슬의 영상 위로 흘러가는 스카이블루 색감의 목소리, 슬픈 영혼을 달래듯 짚어가는 피아노 건반의 한음, 한음. 지난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에서 본 루엘의 라이브 무대는 생채기 난 감정들의 색감을 그대로 인화한, 애수(哀愁)를 띈 필름 같았습니다. 원디렉션의 곡 'Night Changes'를 단출한 건반으로 편곡한 무대에서 뿜어지는 블루지, 그러나 그렇게 짙지 만은 않은 팝 감성에선 제프 버클리나 엘리엇 스미스, 피비 브릿저스 같은 다양한 음악가들도 연상되더군요.
 
무대에 앞서 서울 한 호텔에서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루엘을 만났습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건장한 체격의 배우 느낌의 이 젠틀맨은 본인의 음악 색깔을 표현해줄 수 있냐 묻자 창문 너머 하늘을 가르키며 "회색빛이 조금 있는 '스카이블루'"라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제 음악 각각에 대한 거라면 아마 라이브 무대 때 조명으로 쏘는 색감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요. 이번 앨범('4TH WALL')에 대해 물어보신다면 아마 저 회색빛이 담긴 하늘색, 스카이블루라 얘기하고 싶네요. 전통적으로 음악가들이 다뤄온 슬픔이란 건 인류의 가장 강렬한 감정이 아닐까 하는데요. 음악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힐링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지난 7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만난 호주 싱어송라이터 루엘. 사진=소니뮤직
 
최근 발표한 신보 '4TH WALL'은 한국 말로는 '제 4의 벽'이라 풀이되는 연극 용어입니다. 연극 밖의 현실 세계와 무대 위 전개되는 극중 세계를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일컫는 이 단어를 붙인 이유에 대해 "뮤직비디오를 찍든, 무대를 올라가든 항상 벽이 있다고 느꼈는데, 그 '제4의 벽'을 뚫고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소울·R&B를 근본으로 두되 팝으로 확장해가는 사운드, 여기에 영화 '파이트 클럽', '트루먼쇼' 같은 서사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입혔다고. 루엘은 "'글로벌 팝 사운드'를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스스로 압박을 가하는 경우 최악의 노래가 나온다"며 "대부분 멜로디 착상에서 시작해 코드를 입히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곡을 쓴다. 스스로의 내면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인티밋한(사적인) 공간'을 마련할 때가 음악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만난 호주 싱어송라이터 루엘. 사진=소니뮤직
 
루엘은 에미넴(Eminem) 앨범 작업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프로듀서 엠-페이지스(M-Phazes)에 발탁돼 정식으로 레코드 계약을 체결하며 음악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17년에 발표된 첫 솔로 싱글 ‘Don’t Tell Me’를 듣고 엘튼 존(Elton John)은 ‘14살 남자 가수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놀라운 목소리’라며 극찬했습니다. 
 
데뷔 EP 'Ready'의 두 번째 싱글로 발표한 ‘Dazed & Confused’로 ARIA 뮤직 어워드에서 ‘신인상(Breakthrough Artist)’을 수상하면서 최연소 신인상 수상 아티스트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Younger’, ‘Not Thinkin' Bout You’ 등의 수록곡이 실린 데뷔 EP [Ready](2018)를 시작으로 'Free Time'(2019), 'Bright Lights, Red Eyes'(2020)까지 세 장의 EP를 내왔습니다. ‘Painkiller’, ‘Face To Face’, ‘Real Thing’ 등의 대표곡들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too many feelings'를 추천하며 알려졌습니다. 올해 6월 더보이즈 멤버 선우와의 협업곡 'Painkiller'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K팝은 지금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획기적인 돌파구(Breakthrough)'를 만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패밀리십과 커뮤니티 기반의 음악은 글로벌 팝과는 묘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는 게 분명해요. 사견이지만 한 그룹 팬덤이 또 다른 그룹 팬덤을 초대하는 '음악 커뮤니티'의 개념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2002년생 올해 21살인 루엘은 "어릴 적부터 음악 생활을 시작했지만 개인의 자신과 대중에게 보여지는 자신을 분리하려고 했다"며 "때론 긍정적인 코멘트가 내 스스로에게 독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아 늘 객관적인 시선도 유지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음악에서 고수하고 싶은 가치라면 저 다움인 것 같습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알아채고, 내가 있어야 할 방향을 고수해갈 것입니다. 내가 믿는 가치를 나만의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7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만난 호주 싱어송라이터 루엘. 사진=소니뮤직
 
호주는 AC/DC, 실버체인, JET 같은 밴드들의 나라이자 최근 신성 팝스타 더키드라로이의 배출지이기도 합니다. 호주 만의 음악적 감성을 묻자 "얼터너티브 락팝 정도로 정의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그러나 호주에서도 '글로벌 팝 뮤직'으로 넘어가려는 많은 장르 음악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호주 시드니에서 나고 자랐는데 해변가나 야외 활동, 자연을 즐기는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 환경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관점을 길러줬던 것 같아요. 시드니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집에서 곡을 쓰는 것은 여전히 제게 중요합니다. 다만, 이번 앨범 작업은 90프로 이상을 LA에서 진행한 지라, 바이브도 다르고 라이프스타일도 조금 다르게 묻어난 것 같아요. 기회의 땅은 LA니까요! (웃음) 투어하고 곡 쓰는 과정을 10년 뒤에도 계속하고 싶어요. 30대가 됐을 때 똑같이 오래오래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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