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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한우펀드, 1+등급 받은 소가 연 4% ‘시원찮네’
뱅카우 1등급 한우도 마이너스…고점 투자 저점 매도
여러 마리 묶은 진짜 펀드 준비…연내 토큰증권 출시 계획
2023-10-12 02:00:00 2023-10-12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우펀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자성과를 기록 중입니다. 2년 전 비싼 값에 송아지를 매입 사육했으나 현재 한우 시세는 당시보다 하락한 탓입니다. 한우펀드를 운용하는 뱅카우는 개별 한우 투자 대신 여러 마리를 묶은 펀드를 상품화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뱅카우가 지난 2021년 10월에 투자자를 모집했던 한우펀드 중 일부가 추석 연휴 전 출하돼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청산했습니다. 수익률은 경매에서 받은 등급판정에 따라 다르지만 1+ 등급을 받은 소(거세우)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8% 정도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년 투자수익임을 감안하면 연환산 4% 수준의 성과로 펀딩 당시 회사가 홍보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1+ 등급 이상을 받은 한우는 수익금을 쥐었으나 1등급 이하를 받은 한우는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세현축산 7호’ 펀드가 투자한 송아지는 2021년 3월29일 태어나 그해 11월에 투자를 받은 뒤 지난달 3일에 출하했습니다. 9월5일에 나온 등급판정은 ‘503㎏ 1등급 B’로 낙찰가는 952만3175만원입니다. 하지만 처음 송아지를 구매하는 데 489만원(49% 비중)이 들었고 사육비용 461만원(46%)과 경매수수료 등 매도비용도 42만원(5%)이 넘어 결국 손해가 났습니다. 이 손실금을 소를 사육한 농가와 펀드 참여자가 나눠 부담해 최종적으로 개인투자자가 기록한 성과는 –7.56%가 됐습니다. 
 
뱅카우는 2차펀드까지 송아지 매입을 투자자가 부담하고, 사육에 드는 비용을 농가가 맡는 동반 투자 형식으로 펀딩을 진행해 수익과 손실 모두 투자자와 농가가 나눠 갖습니다. 3차부터는 사료값까지 펀드에 포함시켰습니다.
 
2021년 11월 펀딩한 송아지가 다수이고 등급판정에 따라 낙찰가도 각각 다른 데다 아직 출하되지 않은 소도 많아 어느 소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입니다. 드물지만 1++ 등급을 받은 소에 투자한 경우 연환산 수익률도 두 자릿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펀딩 당시 뱅카우가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던 내용을 참고하면, 한우 경매에서 1+등급 이상을 받는 경우와 1등급 이하 판정 비중은 비슷합니다. 최근의 등급판정 비율은 7 대 3 정도로 우량 등급을 받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지만, 1++등급을 받아야 낙찰가 1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시세가 많이 하락해 전체적인 투자성과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익률 정보 ‘깜깜이’
 
뱅카우는 2차 펀딩 당시 투자자들에게 1+등급을 판정받을 경우 10%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2년이 지난 현재 실제 성과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그때와 지금의 시세가 많이 변한 데 있습니다. 펀딩 당시엔 한우 낙찰가가 높았고 그 영향으로 송아지 가격도 높았습니다. 즉 투자자들은 송아지를 비싼 가격에 펀딩(매입)해 2년간 사육한 후 그때보다 하락한 한우 가격에 매도한 것입니다.
 
2차펀드가 1차펀드보다 성과가 부진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21년 상반기에 모집했던 1차펀드의 수익률은 10~20% 수준입니다. 손실 구간이었던 투자자 수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료값을 투자 초기에 고정가격으로 계약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가격이 급등해 사료가격도 크게 상승했으나 2차펀드가 투자한 한우들을 키우는 데는 비용 증가분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뱅카우는 2차 펀딩에서 투자한 한우들 중 일부는 시세가 좋은 추석 전에 출하한 것이고 나머지도 시세 추이를 지켜보면서 연말쯤 출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2차펀드의 최종 성과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확정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뱅카우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한우펀드의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 수익률이 ○○%’라거나 ‘–2% 이상 손해 본 고객이 몇 명’이라는 정보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투자 대기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과거 개별 한우의 투자수익률 데이터는 물론 평균 수익률조차 알 수 없습니다. 
 
뱅카우는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솔직한우포인트’를 지급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이 포인트는 뱅카우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한우 상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실금액 1원당 1포인트를 주는 것은 아니어서 자사 상품의 마케팅 활용 목적이 커 보입니다. 
 
2021년 11월 뱅카우가 2차로 모집했던 한우펀드 일부가 수익을 확정했으나 시세 하락으로 예상보다 부진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뱅카우는 2차펀딩한 나머지 한우도 시세를 추적하면서 연말 안에 출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아지 가격 낙폭 커 투자조건 개선 
 
뱅카우는 현재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과 함께 한우펀드의 토큰증권 상품화를 준비 중입니다. 연내 상품 출시가 목표입니다. 
 
특히 이번 펀드는 투자자가 개별 한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마리를 묶어 펀드화한 뒤 펀드의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 편의성과 안정성 모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한우와 송아지 시세는 2021년 고점에서 크게 하락한 상태입니다. 송아지는 2015년, 한우는 2019년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한우 시세보다 송아지 가격 하락률이 더 커서 오히려 투자하기에는 2년 전보다 나은 여건입니다. 자산시장이 위축된 데다 성과도 부진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예전 같진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뱅카우 운영사인 스탁키퍼 안재현 대표는 “지난 2년간 모든 자산가격이 하락했고 엑시트조차 어려운 대체투자도 많지만 그에 비하면 한우펀드는 양호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겨드려 죄송한데 이제 토큰증권이 나오면 투자 안정성도 많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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