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정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홍범도라는 인물과 당시 독립군에 대한 재조명과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문화계 안팎에서 높습니다.
소설 『나는 홍범도』를 집필한 송은일 작가는 <뉴스토마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홍범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의병들, 독립군들의 삶이 부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시 소설을 집필했었다"며 "과거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어둡다는 말이 있듯,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그들’을 되살려야 우리의 지표가 바르게 된다는 일념으로 쓴 책"이라고 돌아봤습니다.
송 작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이념 논쟁으로 홍범도를 비롯한 독립투사들을 옭아 재연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정권에 따라 독립투사들에 대한 평가가 바뀐다고 하지만, 바뀌어서는 안될 우리의 역사이자, 그들이 항일 독립투사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소설 『나는 홍범도』를 집필한 송은일 저자. 사진=송은일 저자
소설 『나는 홍범도』는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 100주년이었던 지난 2020년에 맞춰 제작됐습니다. 을미사변(1894년)부터 시작해 1920년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까지, 대일본군 전투 장면이 많이 담겼습니다. 전투 현황 기록들을 참고할 때 일본군 전사자를 한껏 축소해 놓은 일본 측 사료를 무시하고, 우리 측 자료로 적군 사상자가 최대한 많은 기록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자료와 도서관, 인터넷 자료 등을 취합해 홍범도에 관한 인물을 탐구했다고 합니다.
소설 제목의 ‘나는’은 1인칭 주어가 아닌, 하늘을 난다는 뜻. 송 작가는 "을미사변 직후 홍범도가 시작한 의병활동을 통해 ‘날아다니는 홍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라며 "중요한 점은 그 별명들이 당시 민중들에 의해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를 침탈해 오는 일본을 향해 대놓고 총구를 겨누고 뚜렷한 전과를 알린 ‘의병대장’ 홍범도는 조선 민중의 ‘영웅’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자료를 분석한 작가로서의 제가 가지게 된 소견"이라고 봤습니다.
"홍범도가 소설 주인공으로써 매력적인 인물이어서만이 아니라 그가 상대한 ‘적’이 우리나라를 침탈한 일본이었기에 저의 집중도가 훨씬 깊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진왜란, 정유왜란을 거치고, 일제에 강점당한 우리 민족의 ‘원한’을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었거든요. 그 복수를 가능하게 해 준 인물이 홍범도 대장이었고요."
소설 『나는 홍범도』. 사진=바틀비
홍범도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냐는 최근의 비판에 대해서는 "을미사변을 접하면서 의병활동을 시작한 이에게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사상이 무슨 소용이었을까"라고 반문하며 "레닌을 만난 까닭은 대 일본 독립전쟁을 좀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 육사생도들의 기획으로 소설 '나는 홍범도' 북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콘서트에 참여한 송은일 저자는 "드넓은 학교 안에 사관 학교의 젊음과 강성함이 뿌듯하게 느껴졌었다. 작금 사태를 접하면서도 생도들은 막 돼먹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정권에 따라 홍범도를 비롯한 독립투사들에 대한 평가가 바뀐다고 하지만 ‘바뀐’ 시절은 짧았다고 본다. 일본 이름을 가진 적 있는 자들과 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자들이 정권을 잡고 일본의 하수인 노릇을 한 세월이 워낙 길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누구는 의병이나 독립군으로 살거나 죽고, 누구는 반대편에서 살며 자손대대로 영화를 누리고, 보통은 묵묵히 살았죠. 그 결과가 현재의 우리인데, 현재의 우리가 있는 건 의병이나 독립군으로 살았던 이들 덕분 아닐까요."
송 작가는 현 시기에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자본과 경제 논리가 최우선인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으나 자국 우선주의, 자국 유일주의는 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화돼 가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가 가졌으나 묵혀있는 문화를 더 발굴하고 발전시켜야 할 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은 인물도 마찬가지"라고 봤습니다.
"우리한테 없는 영웅이라도 만들어내야 할 판에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의 영웅을 드높여야 하는 게 아닐까요. 홍범도가 항일 전쟁 지도자 등의 여러 탁월한 면모로 우리 민족의 영웅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기 바랍니다."
홍범도공원조성추진위원회 등 광주 지역 7개 시민 단체가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홍범도공원(다모아어린이공원)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계획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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