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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잠’ 정유미 “최고로 콤팩트한 시나리오였다”
“‘잠’, 스릴러 외피를 두른 러브 스토리…충분히 납득됐었다”
“극중 수진의 ‘맑눈광’ 모습…더한 ‘광기’도 보여 줄 수 있다”
2023-09-06 07:00:27 2023-09-06 07:00:2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과거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밝힌 한 감독님의 표현입니다. ‘그 배우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인물을 만들어 내 연기를 할지 너무 궁금해 잠을 설칠 정도다라고.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의 눈에 이런 식으로 비춰진다면 분명 이 배우, 뭔가 있어도 특별하게 또 그리고 단단하게 무엇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는 눈으로 보고 감정으로 느끼고 그 모든 것을 경험해 보면 누구라도 반드시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배우 정유미가 특별하게 무언가를 갖추고 있지 않은 듯 일반적인 여배우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게 만든다고 해도 그가 연기를 하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함을 느끼게 하는가 봅니다. 사실 막연히 상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가 출연해 왔던 작품들 속 인물들을 떠올려 보면 답은 분명해 집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펙트럼, 즉 연기의 폭이 끝에서 끝으로 한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대부분의 소비적 측면에서 그는 윰블리란 별명처럼 러블리한 장르 속에서 사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장르에서도 정유미의 소비성과 활용도 그리고 나아가 잠재력은 상상을 넘어섭니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을 보면 정유미에 대한 기본적인 선입견을 넘어 정유미 자체에 대한 인식이 완벽하게 뒤 바뀔 것입니다.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정유미는 대한민국 배우계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도화지 배우입니다. 새하얀 도화지, 뭘 그려 넣어도 그림이 되는 그런 도화지. 정유미는 언제나 어떻게 어디서 어떤 작품으로 무엇을 그려 넣는다고 해도 얘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과 아우라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란 역대급 심리 스릴러 공포 장르에 도전한다고 해도 그의 이전 필모그래피를 따져 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올해로 데뷔 19년차인 그가 에 빠져든 이유는 이랬습니다.
 
제가 감독님들 연락처를 휴대폰에 성의 자음 한 글자로만 저장을 해 놔요(웃음). 근데 어느 날 이 뜨는 거에요. ‘봉준호 감독님이다라고 딱 알아봤죠. ‘드디어 나한테도 시나리오를 주시는 구나라고 냉큼 받았는데, 예상 밖이었죠. 감독님이 이런 친구가 있는데 시나리오 좀 읽어봐 달라란 부탁이셨어요. 그게 유재선 감독님의 이었어요. 그래서 곧바로 소속사를 통해 곧바로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어봤죠.”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정유미를 아는 사람들은 아는게, 누가 부탁을 하고 누가 강요를 한다고 하는 성격이 절대 아니란 점입니다. 그리고 정유미도 아는 게 봉준호 감독이 이렇게 누군가를 칭찬하고 추천하는 사람도 아니란 점입니다. 그걸 정유미도 알았고, 봉준호 감독도 알았을 겁니다. 그래서 정유미가 고민도 안하고 냉큼 시나리오를 구해 읽었습니다. 일단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차별점이 아닌 그게 너무도 확연하게 비슷한 장르와 비교해도 달라 보였답니다.
 
너무나도 콤팩트 했어요. 러닝타임도 94분 밖에 안되잖아요. 근데 시나리오도 그렇게 두꺼운 편이 아니었어요. 진짜 말 그대로 순식간에 읽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게. 딱 해야 할 말만 써 놓으셨더라고요. 뭔가 꾸미는 장면이 단 한 장면도 없어 보일 정도로 가성비가 너무 좋았어요(웃음). 너무도 다이어트가 잘된 시나리오라고 할까요. 그냥 간결하다 못해 이 감독님이 너무 궁금한데싶을 정도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어요.”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은 제목 그대로 잠이 소재입니다. 잠을 자다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편으로 인해 점점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으며 다른 지점으로 끌어 가는 과정을 영화는 그립니다. 표면적으론 몽유병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또 그렇게만 규정하기에도 딱히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장르적으로 완벽하게 스릴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포라고 하기에는 또 묘하게 다른 지점이 많았습니다. 출연 배우들도 몇 명 없습니다. 정유미가 생각한 의 기본 아우라는 이런 느낌이었답니다.
 
일단 전 기본적으로 어떤 작품이든 현장에 갈 때 최대한 생각을 많이 안하고 가요.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분산이 돼요. 현장에서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맞춰 가려고 노력해요. 대부분의 영화는 일차적으로 감독님들이 쓰고 또 연출을 하시니, 배우보단 감독님이 더 깊게 잘 파악을 하고 계세요. 그래서 감독님의 의도에 당연히 맞춰야 하는 거죠. ‘같은 경우는 감독님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러브 스토리라고 표현해 주셨어요. 부부가 함께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영화이니 충분히 납득됐고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어요.”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러브 스토리로서 의 포인트를 잡았다고 하지만 관객들의 눈에 이 영화는 분명 경험해 본 적 없는 공포 그 이상의 영화입니다. 유재선 감독의 연출 스승으로 알려진 봉준호 감독은 에 대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니크한 공포라고 소개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유미의 속 모습을 보면 광기를 넘어선 그 이상의 감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납니다.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의 새로운 강자가 바로 정유미인 셈입니다.
 
예전에 아주 잠깐 염력에서 홍상무로 악역을 경험하며 나쁜 눈빛을 연기해 본 적은 있는데, 이번에도 무슨 광기를 넣어야지 싶은 건 없었어요(웃음). 그런 생각도 안했는데, 칸 영화제에서 상영 직후 그런 표현이 나와서 놀랐었죠. 그래서 살짝 욕심이 생겼던 게 더 미쳤어야 했나싶은 생각도 잠시 할 정도였으니. 하하하. 전 지금도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속의 제가 연기한 수진정도는 광기라고 하기엔 약하죠(웃음). 저 더 미칠 수도 있어요. 하하하.”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극중 남편으로 등장한 배우 이선균입니다. 이선균은 에서 상식을 넘어선 여러 장면을 소름끼치게 소화했습니다. 그의 연기로 인해 정유미의 연기가 더 광기에 사로 잡혀 가는 모습으로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정유미는 앞서 이선균과는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 등에 함께 출연하며 호흡을 맞춰온 절친입니다.
 
오빠 랑은 너무 잘 맞는 동료에요. 그리고 오빠가 어떤 상대든 잘 받아 주세요. 근데 따지고 보면 저나 오빠나 홍 감독님 영화를 몇 편 하면서 트레이닝이 된 게 이번에 도움이 좀 된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홍 감독님 영화에선 애드리브 같은 장면도 전부 맞춰서 만든 대사이면서 장면이거든요. 그렇게 서로 호흡을 맞춰 왔으니 10년 만에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났지만 그냥 척하면 척이었어요. 제겐 너무 좋은 동료에요.”
 
배우 정유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자체가 이라 잠에 대해 물어 봤습니다. 워낙 촬영 스케줄도 바쁘고 일도 많아서 잠을 제대로 자나 궁금했습니다. ‘을 끝내고 나면 조금 짬이 날 것 같다는 정유미는 그때 그때 마다 다른 것 같다면서 의외로 상당히 예민한 성격이라고 전했습니다. 한때는 정말 무던한 듯한 성격이지만 밤과 낮이 바뀐 생체리듬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한 적도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제는 좀 무던해질 연차가 된 듯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건강 관리와 함께 잠을 최고의 보약으로 꼽았습니다.
 
저희 일이 그렇잖아요. 몰리는 시기가 있고 특별하게 없는 시기가 있고. 편할 때는 밤 10시 정도에 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날 때도 있어요. 근데 한 번은 밤낮이 바뀌어서 너무 고생한 적이 있었어요.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자고 싶어도 잠을 못 잔 경험도 있고. 데뷔 초반 때는 일부러 잠을 안 자면서 날 괴롭힌 적도 있어요. 그래야 뭔가 집중이 되는 느낌이었죠. 근데 지금 절대 그렇게 못해요. 하하하. 전 진짜 건강 관리 최고의 보약이 잠인 거 같아요. 전 컨디션 조절차원에서도 무조건 잠을 잡니다. 여러분 ’’ 잘 잡시다!!!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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