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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라우브라는 무지개빛 행성이 존재한다면
영화 '엘리멘탈' 젤리 같은 풍경 음표로
1만5000연 관객 몰려…관객 프로포즈 이벤트도
2023-08-30 19:54:56 2023-08-30 19:54:5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우주에 라우브라는 무지개빛 행성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청각적 선율로 설계한 사랑의 유토피아가 아닐까. 29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적인 팝스타 라우브의 첫 내한 단독 공연. 매 곡마다 두둥실 떠다니는 둥근 음표들이 원소 캐릭터 앰버(불)와 웨이드(물)가 현실의 장벽을 넘어 합일하는 영화 ‘엘리멘탈’ 속 젤리 같은 풍경과 닮아 있었습니다.
 
화성처럼 붉게 타오르던 노을 아래 먹구름과 무지개가 뒤범벅된 이날의 오묘한 풍경마저 ‘엘리멘탈’ 속 그 세계만큼이나 입체적. 1만 5000명의 관중들로 가득 차 이날 현장은 입장 때부터 핸드폰 인터넷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에 따르면 티켓은 전량 매진으로, 국내에서 고척돔 다음으로 큰 규모인 이 공연장을 외국 팝 가수가 채운 것을 두고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9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적인 팝스타 라우브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2014년 데뷔한 라우브는 음악과 삶이 아주 밀착된 뮤지션입니다. 정규 1집 '~how i'm feeling~'의 ‘fuck, i’m lonely’ ‘Sad Forever’ ‘Modern Loneliness’ 같은 곡은 우울증, 강박장애 진단 이후 이를 극복한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정신 건강' 문제에 관한 여러 행동에도 나섰습니다. 특히 정신 질환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세계인들을 위해 'Breaking Modern Loneliness'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수익금을 기부단체에 내는 활동도 했습니다. 동그란 달걀형 얼굴, 기타·건반·드럼 등 일곱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원맨 밴드'. 라우브에 앞서 오프닝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팝가수 알렉산더23은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팝계의 멜로디 마법사”로 익히 알려져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라우브가 무지개 빛깔처럼 고유의 음악 세계를 뻗어내자 객석은 열광했습니다. 특유의 밝은 햇살 같은 멜로디, 통통 튀는 리듬이 특기인 ‘시그니처 사운드’는 국내에서도 이미 힙스터들 중심으로 생성된 숏츠 배경음악이자, 카페 등 상점의 플레이리스트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이날 공연에서 ‘I'm So Tired... (Lauv & Troye Sivan 곡)’나 ‘Mean It (Lauv & LANY 곡)’ 첫 전주 부분만 살짝 틀어도 객석이 일렁대는 걸 보면서 이것이 ‘국경 초월의 음악’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뉴진스 다니엘이 최근 커버한 곡 ‘Paris in the Rain’을 부를 때는 ‘파리’를 ‘서울’로 바꿔 부르며, 이날 회색빛이 감돈 서울에 알맞은 감수성을 선사했습니다.
 
29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적인 팝스타 라우브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전자 기타를 메고 전자 건반 앞에 서서 번쩍거리는 조명을 맞으며 연주한 ‘Paranoid’에서는 메탈 음악에서나 볼 법한 가창을 선보였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악기를 주무르며 록과 팝, R&B, 전자음악을 시도해온 라우브는 지난해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메탈 음악에 도전해볼 것”이라고도 한 바 있습니다. 곡 사이 사이 중간 중간 새소리의 엠비언트(자연 채집 샘플링)를 깔아 ‘치유 음악’으로서의 기능도 환기시켰습니다.
 
여름 내내 흥행한 애니메이션 영화 '앨리멘탈' 수록곡을 피아노 반주로 들려줄 땐, 무대 위 한국 연인 관객을 초청해 프로포즈를 돕는 깜짝 이벤트도 열어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피아노를 친 뒤 두 사람을 안아주고는 “감동 받았다”며 눈물도 흘렸습니다. 
 
라우브는 지난 2019년과 지난해 페스티벌 참석 차 한국을 찾은 바 있습니다. 공연 외에도 음악 방송 출연과 서울 곳곳을 방문한 소셜미디어 인증샷, 한글로 새겨진 타투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음식 맛살을 좋아한다는 그는 이날도 자신이 새긴 ‘맛살♡’ 타투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객석으로 뛰어들어 한국 팬들과 교감했습니다.
 
앙코르 ‘I Like Me Better’를 마친 뒤 무대 뒤 전광판에 뜬 ‘라우브는 사랑(Lauv=Love)’. 사랑은 현실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힘일지도, 라우브가 끓는점을 최대치로 올려놓은 앰버(불)와 웨이드(물)의 합일처럼.
 
29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적인 팝스타 라우브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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