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오토보케 비버, 소리로 설계된 4차원 행성
세계 대중음악계 주목 받는 일본 4인조 여성 펑크 록 밴드
"문화 강국 한국 첫 방문 뜻 깊어…우리 음악은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것"
2023-08-25 09:00:00 2023-08-25 09: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한쪽 다리를 폭주기관차처럼 떨며 유도하는 박수 세례, 긴 머리칼을 치렁이며 쏟아내는 속사포 랩, 바닥을 기는 퍼포먼스와 지글거리는 펑크 록 사운드….
 
우주 어딘가 소리로 설계한 4차원 행성이 현존한다고 한다면, 이 정신 혼미한 공전궤도의 세계일지 모를 터. 
 
최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로 첫 한국 땅을 밟은 일본 여성 4인조 펑크 록 밴드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의 무대는 이들이 왜 지금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활활 타오르는 팀인지에 대한 증명이었습니다.
 
2017년과 미국 최대 콘텐츠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8년 미국 최대 규모 대중음악 축제 '코첼라 페스티벌', 2019년 세계적인 인디 레이블 '뎀나블리'와 계약, 2022년 첫 북미 정규 투어…. 피치포크와 롤링스톤, NPR, BBC 같은 영미권 음악 전문 매체의 집중 조명 뿐 아니라 너바나 출신의 푸 파이터스 데이브 그롤이 극찬한 팀.
 
최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로 첫 한국 땅을 밟은 일본 여성 4인조 펑크 록 밴드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의 무대. 사진=PRM
 
한국 팬들의 혼을 쏙 빼놓은 무아지경의 펜타포트 무대 직후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나눠 본 이들은 놀랄 정도로 차분했습니다. 국내 매체 중 본보 기자 단독으로 만나 본 밴드 멤버들, 아코린린(보컬), 요요시에(기타), 히로찬(베이스), 카호키스(드럼)은 "비유를 하자면 우린 한국의 비빔밥처럼 잡다한 일상의 풍경과 요소를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팀"이라며 "최근 전 세계에서 문화 강국으로 주목받는 한국을 방문하게 돼 뜻 깊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무대 아래서까지 '크레이지한 인종'은 아니죠. 흐하. 굉장히 친절하고 환영해준 한국 팬분들의 반응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일 수 있는데 재밌게 놀아준 것 같아서 저희가 힘이 났어요."(아코린린, 요요시에)
 
최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로 첫 한국 땅을 밟은 일본 여성 4인조 펑크 록 밴드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의 무대. 사진=PRM
 
2009년 교토대 음악 동아리에서 결성,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란 팀명 의미는 시치미를 뗀 수달. 멤버 요요시에가 통학 중 우연히 마주친 호텔 이름으로부터 따 왔다고. "뜻이 일단 재밌고 소리 울림도 좋아서 그냥 써봤는데, 이렇게 14년 간 활동할 줄은 몰랐어요."(요요시에) "우연히 지은 팀명처럼 우리는 특정 카테고리로 우리를 분류하는 걸 거부해요. 우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어갈 뿐이죠."(아코린린)
 
최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로 첫 한국 땅을 밟은 일본 여성 4인조 펑크 록 밴드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의 무대. 사진=PRM
 
지난해 발표한 정규 2집 '슈퍼 챔폰' 역시 일상의 잡다한 상념과 단상을 채집해 쓴 곡들의 모음집입니다. 챔폰(champon)이라는 일본어는 한국식 비빔밥처럼 여러 요소를 비벼낸 음식이라는 뜻. "챔피언(Champion)에서 'i'를 하나 뺀 스팰링이기도 하잖아요. 꼭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요소들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그 안에 아름답고 빛나는 것들이 많아요."(아코린린)
 
리듬과 템포가 급격히 변화하는 악곡 흐름, 여기에 공격적인 기타의 지글거림과 총탄처럼 쏴 대는 갱 보컬. 수록곡 '야키토리'에서는 야키토리, 우체통, 파괴 같은 정체 모를 이율배반의 단어들이 묶입니다. "사카모토 큐의 '스키야키'가 빌보드 역사를 바꿨던 것처럼 해외 진출을 노리고 일본 스타일의 곡을 쓴 것 아니냐는 편견 같은 게 싫어요. 그저 재밌을 거라 생각해서 쓴 거거든요."(아코린린) 영미권에선 현대 일본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을 종종 비판하는 곡들에도 주목합니다.
 
최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로 첫 한국 땅을 밟은 일본 여성 4인조 펑크 록 밴드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의 무대. 사진=PRM
곡 'Don' dish out salads'는 여성이 남성에게,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덜어 줘야한다는 사회적 관념을 경계하는 노래. "우리는 그런 거 안하겠다는 선언이죠. 근데 너무 무겁지 않도록 풀어보고 싶어요. 자주 보는 일본 전통 코미디로부터 앨범 커버 같이 시각적인 것들을 풀어내요."(아코린린, 요요시에)
 
멤버들은 평소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김수현·서예지 주연의 '사이코지만 괜찮아', 안보현·김고은 주연의 '유미의 세포들', 정우성·손예진 '사랑의 불시착' 같은 K드라마를 애청했다고. "팬데믹 시기에 한국에서 나오는 영화, 드라마, 음악을 많이 즐겼어요. 국가 정책적으로 일본보다 문화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사랑의 불시착' 전시도 멤버들과 함께 다녀왔어요."(카호키스)
 
마지막으로 음악을 하나의 색깔이나 여행지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사양했습니다. "계속 변화하는 것,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것, 그게 오토보케 비버랍니다. 어떤 특정 정의나 비유로 우리를 가두고 싶진 않아요!" 
 
최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로 첫 한국 땅을 밟은 일본 여성 4인조 펑크 록 밴드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의 무대. 사진=PRM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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