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뉴진스 신드롬', 그 이면에는 역설이 있습니다. '탈 K팝'. 기존 K팝 성공 방정식에 새로운 상수값을 투입시킴으로써, 판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겁니다. 그룹 뉴진스가 데뷔 1년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들을 석권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BTS) 이후 기존 K팝의 성공 모델을 깬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으로도 분석합니다.
2일(현지시간) 공개된 빌보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뉴진스의 미니 2집 '겟 업(Get Up)'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습니다. 그간 이 차트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포함해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스키즈), 블랙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가 올랐습니다. 이로써 뉴진스는 데뷔 1년여 만에 블랙핑크에 이어 두 번째로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한 K팝 걸그룹이 됐습니다. K팝 전체로 놓고 보면 그룹 중 여섯 번째입니다. 2008년 4월 미국 그룹 '대니티 케인(Danity Kane)'의 '웰컴 투 더 돌하우스' 이후 지난 15년 동안 여성 그룹이 1위를 차지한 건 블랙핑크 '본 핑크'와 뉴진스의 '겟 업' 뿐입니다.
2일(현지시간) 공개된 빌보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뉴진스의 미니 2집 '겟 업(Get Up)'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다. 사진=어도어
타이틀곡 전곡을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올려놓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선공개곡 '슈퍼 샤이'(Super Shy)는 이번주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지난주보다 16계단 상승한 48위에 올랐습니다. 'ETA'는 81위, '쿨 위드 유'(Cool With You)는 93위로 새로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지금까지 '핫100'에 3곡 이상 동시 진입시킨 K팝 그룹은 남녀 통틀어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 뿐입니다.
뉴진스는 앞서 '디토(ditto)', '오엠지(OMG)'에 이어 '핫100'에 지금까지 총 5곡을 올리는 기록을 썼습니다. '디토'와 'OMG'는 각각 이 차트에 5주와 6주간 머물며 저마다 최고순위 82위와 74위를 찍었습니다.
2일(현지시간) 공개된 빌보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뉴진스의 미니 2집 '겟 업(Get Up)'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다. 사진=어도어
특히 별다른 현지 프로모션 없이도 이런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BTS 이후 K팝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유니림(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는 "K팝은 전 세계적으로 가히 종교적인 팬덤을 일궜다"며 "한국이란 나라가 상징적 '본진(本陣)'이자 메카(Mecca)가 된 셈"이라고 '뉴진스 신드롬'을 평가합니다. 또 "외지의 땅을 두 발로 직접 딛지 않아도 한국에서의 차트 성적이 해외에서의 화제와 인기도로 거의 실시간 동기화가 되고 있다. 인터넷이 없었던 20세기에 미국 음악가들이 빌보드 차트 톱 40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차트 진입을 했던 것과 그 양상이 비슷하다"고 짚습니다.
유니림 평론가는 BTS 포함 1~3세대 그룹들이 구축해 둔 인프라를 'K팝 하이웨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합니다. 즉,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2020년 방탄소년단의 'Dynamite' 등을 거치며 차곡차곡 세계인의 동영상/음원 플랫폼에 쌓인 '케이팝 알고리즘'의 힘"이라는 겁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데뷔 초부터 K팝의 고정관념과 문법, 성공 방정식을 전면으로 거부했던 얼터너티브 K팝”이라며 “2000년대 밀레니엄 시대의 개러지 비트와 무드를 갖고 있는 세계 음악 팬들에게 ‘K팝이 아닌 팝’으로 다가간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합니다.
뉴진스 제작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주도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민희진 대표는 과거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하이브란 간판으로 바꿔 달며 리브랜딩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애플과 맥도날드, 파워퍼프걸, 코카콜라 같은 생활밀착형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으로 뉴진스의 대중친화적 이미지 전략을 극대화했다는 겁니다.
김작가 평론가는 "명품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다른 기획사 아이돌과는 달리, 미국 현지의 친근함을 끌어당길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 탈 K팝이자, 그냥 팝으로써 인식될 수 있게 작용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 봅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국내에서의 압도적인 인기와 활약이 해외로도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고,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K팝을 넘어 일종의 브랜딩에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도 평론가 들이 앞다퉈 뉴진스의 음악을 분석하고 프로듀싱을 총괄한 250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공개된 빌보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뉴진스의 미니 2집 '겟 업(Get Up)'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다. 사진=어도어
대중음악 평론가 4인이 본 '뉴진스 신드롬'
-뉴진스 미니 2집 '겟 업'이 다음달 초 공개될 미국 '빌보드 200' 1위로 예상되고 있다. K팝 걸그룹 역대 두 번째이자, K팝 걸그룹 중 최단 기간이다. 동시에 트리플 타이틀곡 '슈퍼 샤이(Super Shy)', 'ETA', 'Cool With You' 모두 빌보드 핫100 진입도 예상되는데, 지금까지 미국 현지 진출 없이도 이러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가히 기존 K팝의 성공 공식을 깨는 새로운 'K팝 신드롬'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유니림(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 케이팝은 전 세계적으로 가히 종교적인 팬덤을 일궜다. 한국이란 나라는 상징적 '본진(本陣)'이자 메카(Mecca)가 된 셈이다. 외지의 땅을 두 발로 직접 딛지 않아도 한국에서의 차트 성적이 해외에서의 화제와 인기도로 거의 실시간 동기화가 되고 있다. 인터넷이 없었던 20세기에 미국 음악가들이 빌보드 차트 톱 40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차트 진입을 했던 것과 그 양상이 비슷하다. 그 방향이 거의 역방향에 가깝게, 시간차는 제로(0)에 가깝게 바뀐 것뿐이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2020년 방탄소년단의 'Dynamite' 등을 거치며 차곡차곡 세계인의 동영상/음원 플랫폼에 쌓인 '케이팝 알고리즘'의 힘도 이제 괴력이 됐다. 피프티 피프티의 'Cupid'가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 거둔 믿기 어려운 성과가 그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케이팝 가수'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빌보드 차트는 물론이고 UK 차트마저 케이팝의 텃밭이 돼가고 있다. 이것은 케이팝에 앞서 라틴팝이 일정 부분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뉴진스는 처음부터 K팝의 고정관념과 문법, 성공 방정식을 전면으로 거부했던, 얼터너티브 K팝이라고도 볼 수 있다. K팝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을 줬고, 역으로 2000년대 밀레니엄 시대의 무드와 향수를 갖고 있는 세대들에게는 K팝이 아닌 그냥 팝으로써 인식하게끔 했다. 기존 K팝 그룹들(특히 블랙핑크 등)이 명품 앰버서더로 활동해온 반면, 뉴진스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애플 같은 생활 밀착형 미국적 브랜드와 협업했다. 탈 K팝의 요인 중 하나가 됐을 것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국내에서의 압도적인 인기와 활약이 해외로도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코카콜라, 파워퍼프걸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도 주효했다고 본다. 이제 데뷔 1년차 그룹인데 꾸준히 차트에 오르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미국 현지 진출 없이도 20주 이상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고 있는 피프티피프티의 경우도 있어서 ‘케이팝 신드롬’ 이라는 호칭까지는 좀 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 아무래도 K팝 전반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구나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든다. 전략적인 진출이 없어도 전세계 대중들이 대형 기획사들의 신인에 주목하고, 활동을 공유하며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내수의 탄탄한 기반만으로도 글로벌 히트를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뉴진스를 비롯한 여러 KPOP 아티스트의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뉴진스는 확실히 기존의 K팝 문법을 깨뜨린 그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이로 인해 KPOP 팬들은 색다른 컬러를 가진 팀의 행보에 주목하게 되고, KPOP 팬이 아닌 이들도 뉴진스의 음악은 듣는다는 분들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이로 미뤄 봤을 땐, K팝을 넘어 일종의 브랜딩에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역시 평론가 들이 앞다투어 뉴진스의 음악을 분석하고 프로듀싱을 총괄한 250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등 보다 음악적으로 접근하려는 분위기 역시 강하다고 느껴진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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