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이 삐거덕거리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의 수해가 큰 상황에서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컨트롤타워는 없었습니다.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도 모자라 "서울에 가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민심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서 제 역할은커녕, 대통령실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부·여당의 모습 역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인재'로 의심되는 집중호우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민심도 술렁이는 모습입니다.
①컨트롤타워 없는 국민 안전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경북 24명, 충북 17명, 충남 4명, 세종 1명으로 총 4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집중호우는 이례적으로 인명피해가 큰 가운데, 피해가 컸던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습니다. 특히 컨트롤타워가 모호했던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와는 달리, 이번 재난의 컨트롤타워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명확하다는 게 비판의 핵심입니다.
실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이태원 참사'의 경우 '다중운집 인파사고'로 법정 재난유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예방 및 대응, 복구 등의 업무를 주관하는 행정기관이 모호해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는데요.
반면 오송 참사는 홍수·호우 등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난'입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국가의 책무를 적시하고, 그 책임기관도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로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연재난 상황에서 재난 컨트롤타워인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고, 지자체는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는 등 관리 체계의 부실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 17일 새벽 해양경찰 대원들이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논란 키우는 대통령실
민심이 술렁이는 것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뿐만이 아닙니다.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신중하지 못한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지난 16일 폴란드 현지에서 '국내 수해를 고려해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가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대통령실의 발언도 모자라 대통령 옹호에 나선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계신 모든 곳이 상황실이고 집무실"이라고 강조하면서 논란을 더 키웠는데요.
야권은 물론, 국민 여론은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과한 발언은 언제나 '독'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서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화상으로 연결해 집중 호우 관련 수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용산 거수기' 당정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당정의 모습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대통령실 옹호하기에 급급하면서 한발 늦은 대처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미국을 방문 중이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내 수해가 발생하자 지난 16일 급히 귀국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윤 대통령을 수행 중이었습니다. 사실상 대통령에 이어 정부·여당의 책임자들 역시 자리를 비우면서 컨트롤타워 부재를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뒤늦은 수습에 나선 당정은 이 같은 비판이 '정쟁화'라고 맞서며 연일 수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재난에서 정부의 재난·안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중앙정부의 책임은 외면한 채 일선 현장에만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여당은 재난의 원인을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거나, 현 정부의 위기 대응 문제 시스템에서 찾기보다 남 탓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통령이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남 탓, 책임 회피의 컨트롤타워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지난 17일 오전 수해를 입은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일대를 찾아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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