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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알로 파크스, 자수정 빛 '치유 음악'
그래미 2차례 후보, 세계서 주목 받는 신예 음악가
첫 단독 내한 공연…"음악은 세계 연결 시키는 매개"
2023-07-10 19:00:00 2023-07-10 19: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눈, 코, 입이 클로즈업되는 현란한 감각의 영상을 뒤로 하고 물고기가 유영하듯 포근히 헤엄치는 선율들. 만화 캐릭터 '보거스'처럼 가로로 활짝 번지는 미소와 부족장처럼 가슴을 두드린 뒤 쏟아내는 대천사 음성 같은 고음 세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린 알로 파크스(Arlo Parks)의 첫 내한 단독 공연은 왠지 모르게 이질적인 요소들이 묘하게 합일하는 이색적인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부조화의 조화'.
 
알로 파크스는 현재 세계 평단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영국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그래미 어워즈(신인상,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 2차례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머큐리 프라이즈 ‘올해의 앨범’ 최연소 우승, 브릿 어워즈 ‘신인상’ 수상 등의 이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같은 지금 가장 반짝이는 세계적인 팝스타의 오프닝 무대에 오르고, 전 영부인 미쉘 오바마(Michelle Obama)가 음악을 즐겨듣는다고 자처한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린 알로 파크스(Arlo Parks)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00년 런던 출생으로 나이지리아, 캐나다, 프랑스 혼혈인. 다양한 국적과 문화의 혼종성 만큼이나 음악의 배합 역시 여러 물감들을 섞어놓은 파레트와도 같습니다. 로파이(의도적 저음질 효과)부터 인디 록, R&B, 뉴 디스코, 신스 팝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내면서도 자신의 고유 목소리로는 음악의 전체적인 컬러감을 맞춰냅니다. 이날도 대체로 4비트와 8비트의 심플한 비트를 찍는 드럼 전개 위로 기타와 베이스, 신디사이저가 뭉근한 리듬들을 태우는 흐름을 줄곧 전개해갔습니다.
 
"세계와 연결돼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음악이죠.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생각해본 것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 신뢰를 주고 받는 것, 누군가와 진심으로 교감을 느끼는 것, 그리고 다시 사랑하는 것."
 
2000년 런던 출생으로 나이지리아, 캐나다, 프랑스 혼혈인인 알로 파커스.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그래미 어워즈(신인상,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 2차례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머큐리 프라이즈 ‘올해의 앨범’ 최연소 우승, 브릿 어워즈 ‘신인상’ 수상 등의 이력 보유자. 사진=강앤뮤직
 
사랑은 어쩌면 그의 곡 'eugene'의 가사처럼 세상을 '자수정 빛'으로 만드는 것. 주로 사랑과 이별, 트라우마와 치유 같은 인간의 연약한 감정을 고찰하고 삶의 순환을 그리는 음악 세계는 최근 2집 'My Soft Machine'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이번 공연은 이 앨범 발매 기념으로 열린 만큼, 해당 음반의 수록곡들을 다수 라이브로 들려줬습니다. '20대 성년으로의 항해' 같은 담담한 관찰 일지 같은 음악들.
 
아일랜드 록 그룹 크랜베리스의 돌로레스 오리어던을 연상시킬 만큼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감성의 목소리, 영국 일렉트로닉그룹 프루프루(frou-frou)를 연상시킬 정도로 독특하게 찍는 전자 음들,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작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텅 빈 사운드를 촘촘하게 채우는 악기들의 몽환 숲…. 이날 알로 파커스의 공연은 영화 같은 영상 미학의 연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셀로판지 색감('Caroline')이나, 우주 성운들('Impurities')이 스크린에 깔리며 공명감 가득한 사운드를 더 공감각적으로 들리게끔 했습니다.
 
'My Soft Machine'는 영미권을 넘어 세계에서 올해 평단에서 주목할 가능성이 큰 음반입니다. 아델과 플로렌스 앤 더 머신 같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사운드를 매만져온 유명 프로듀서 폴 엡워쓰 등이 참여했습니다. "폴은 마법사 같은 사람이예요. 그가 가진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Blades’에 불어넣어 주었죠. 춤을 출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어서 ESG, 케이트라나다(Kaytranada)등의 아티스트, 70년대 잠비아 사이키델릭 록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정신건강 자선 단체 CALM 등에서도 실제 활동하는 그는 정신건강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음악은 때로 치유 과정(힐링 프로세스)의 다른 말입니다. 공연 후반부(곡 'Hope'의 순서), 빗물에 수채화처럼 번져가는 이미지들 사이로 그의 미성이 심장을 쓰다 듬습니다.
 
아델과 플로렌스 앤 더 머신 같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사운드를 매만져온 유명 프로듀서 폴 엡워쓰 등이 참여한 알로 파커스 2집 'My Soft Machine'. 사진=강앤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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