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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넷플릭스 ‘사냥개들’ 김주환 감독 “몸과 마음 너무 힘들었다”
“원작 웹툰 케이퍼-스릴러 결합 다크 액션…밝은 느낌 가려고 했다”
“‘그 사건’ 이후 한 달간 제주에서 7~8화 다시 작업…‘최선’의 노력”
2023-06-19 07:00:43 2023-06-19 07:00:4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다른 것보다 일단 그 부분이 제일 궁금했습니다. 누구라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게제일 궁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촬영 도중 일어난 돌발상황 이었습니다. 당시를 떠올리면 머릿속은 순식간에 새하얀 눈밭이 됐고, 가슴 속은 시커먼 숯덩이가 됐었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연급 배우 한 명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드는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영화 아저씨의 아역이던 김새론이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그가 촬영 중이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제작진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면서 온 몸이 얼어 버리는 느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일단 정리가 잘 안됐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무너지면 이 작품에 모든 걸 걸고 임했던 여러 배우와 스태프들을 사지로 밀어 넣게 되는 거나 다름 없음을 알고 있었답니다. 우선은 정신을 차리는 게 먼저였답니다. 주연 배우 두 명 우도환 이상이에게 부탁했답니다. ‘중심을 잡아달라라고.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잠시 쉴 수 있는 기간이 딱 한 달 정도 가능할 듯했답니다. 촬영 중이던 모든 작업을 올 스톱 시키고 김주환 감독은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촬영된 6화까지를 남겨둔 채 마지막 7화와 8화 대본을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썼습니다. 그렇게 쓰여지고 촬영돼 세상에 나온 게 지금의 사냥개들이었습니다. 김주환 감독에게 사냥개들은 보통 작품이 아닌 셈입니다.
 
김주환 감독. 사진=넷플릭스
 
사냥개들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국내 OTT 오리지널 시리즈 대부분이 취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물론 그걸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서 영상으로 전환된 작품의 색채와 결 자체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 작품을 각색하고 연출한 감독은 김주환. 그는 청춘들의 얘기 그리고 버디물에 큰 장점을 지닌 연출자입니다. 완성된 8부작 결과물을 보면 김주환의 색이 너무도 강렬하게 담겨 있습니다.
 
원작이 사채에 대한 얘기인데, 제가 그 부분을 거의 몰라요. 그래서 큰 줄기만 두고 많은 부분을 좀 더해봤는데 좋게 봐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작은 특히 어두운 부분이 많은데 영상으로 옮기면서 최대한 밝게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쓸 때는 12부작을 생각했어요. 근데 9화까지 쓴 뒤 너무 어두워서 고민하던 중 넷플리스와 판권 계약 여부가 논의 된다는 말을 들었죠. 그때 제가 자신 있는 버디극으로 제안이 와서 최종적으로 8부작이 됐습니다.”
 
일단 원작의 큰 틀을 지니고 있지만 사실 원작과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토리 라인 자체의 색채가 달라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장르적으로 다른 지점이 많아졌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메인 동력 과도 같은 액션도 달라졌습니다. 원작에 등장하는 액션의 동력과 이번 영상 시리즈에 등장하는 액션의 동력이 다르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최종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의 포인트도 잡을 수 있었답니다.
 
김주환 감독. 사진=넷플릭스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원작이 진짜 어두워요. 거의 케이퍼 장르와 스릴러를 결합한 수준이랄까. 액션도 되게 하드한 지점이 많아요. 저희는 복싱이 베이스인데 원작은 유도에요. 그래서 액션이 벌어지면 원작에선 목숨을 걸고 싸우는 듯한 느낌이 강해요. 뭔가 활극처럼 보여주고 싶었어요. 굉장히 여러 버전을 쓰고 또 고치면서 이런저런 설정 들이 많이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칼 액션이 낯선 공간에서 열리는 것으로 나오게 돼 만족스러웠죠. 시작부터 끝까지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어요.”
 
사냥개들은 넷플릭스 공개 이후 글로벌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쩔 수 없이 리스크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떨쳐 버릴 수도 없습니다. 이 시리즈가 공개되기 전 그리고 공개된 후 완성도 재미 등과는 별개로 부정적인 잣대로 바라보게 될 지점. 바로 김새론이었습니다. 김새론은 극 안에서 투톱 주연 우도환 이상이와 함께 사실상 쓰리톱 수준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배역이었습니다. 하지만 6화가 마무리된 뒤 갑작스럽게 퇴장합니다. 당연히 그 일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리즈 전체가 공개된 뒤 김새론 출연 분량이 너무 많다는 비판적 시각이 나왔습니다. 6화 이후 갑작스럽게 퇴장한 모습도 이상하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모두 수긍되는 지점입니다. 일단 그 일은 촬영 중간에 일어났어요. 정말 온 몸이 얼어 붙었어요. 먼저 그 일이 있기 전에도 대본을 쓰는 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어요. 원작이 있어도 8부작 대본을 쓰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탈모에 과민성 대장염까지 와서(웃음). 근데 촬영 중 그 일이 터진 거죠.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죠. 모든 프로덕션을 올 스톱했어요. 딱 한 달 정도가 가능하더라고요. 제주도에 가서 7화와 8화 대본을 백지에서부터 다시 썼어요. 앞선 1화부터 6화에서 그 친구의 분량은 아무리 제가 편집을 해도 지금의 수준이 최선이더라고요.”
 
김주환 감독. 사진=넷플릭스
 
김주환 감독은 인터뷰 동안에도 그 배우에 대한 원망과 비난보단 그 배우의 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편집한 장면에 포함된 조단역 배우들의 모습이 드러나지 못한 것에 가슴 아파했습니다. 모두가 노력했고, 누구 하나 노력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품에서 그 일로 자신의 노력을 선보일 기회가 박탈당한 배우들이 너무 많았답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반드시 다음 작품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6화 이후 촬영에서 사실 몸과 마음에 병이 많이 든 상태였어요. 목 디스크에 공황 초기 진단도 받고. 특히 조 단역 배우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더라고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결국 만들어 낸 게 지금 버전인데, 최대한 불편을 줄이는 쪽으로 저 스스로가 간 것 같아요. 마지막 병원 장면에선 배우로서 운 건지, 진짜 운 건지 모를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서 현장이 갑자기 숙연해 지기도 했어요.”
 
너무 어두운 면도 얘기했는지 고맙고 즐거웠던 기억도 많다고 웃는 김주환 감독이었습니다. 일단 이 시리즈의 빌런 김명길을 연기한 박성웅. 그는 사실 극중 다른 배역으로 출연을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김명길배역을 원했답니다. 투톱 주연의 멘토 같은 인물인 최사장을 연기한 허준호의 카리스마에도 많은 것을 배웠답니다. 다크 히어로 느낌의 이해영 류수영 두 배우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습니다.
 
김주환 감독. 사진=넷플릭스
 
박성웅 선배는 사실 황양중캐스팅을 제안 드렸었죠. 그런데 김명길배역을 원하셨어요. 결과적으로 너무도 막강한 빌런을 만들어 주셨죠. ‘황양중은 그래서 이해영 선배에게 부탁드렸죠. 항상 멋지다 생각한 분인데, 아무도 모르게 혼자 찾아 뵈었어요. 흔쾌히 승낙해 주셨죠. 류수영 선배는 마지막에 좁은 골방에서 아주 힘든 액션을 하시는 데 진짜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우는 장면에선 거의 오열을 하시는 데 괜히 베테랑이 아니다싶었죠. 허준호 선배님은 정말 엄청난 카리스마가 있으세요. 사실 허 선배님 장면은 제가 쓴 대본대로 간 게 거의 없을 정도에요(웃음).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셨고 저도 당연히 공감했던 부분이에요. 그외에 인범으로 출연한 태원석 배우도 굉장히 빠른 시일 안에 외모를 만들어 주셨어요. 감사한 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니에요.”
 
당연히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오랜 시간을 이끌어 가고 싶은 배우로 김주환 감독은 도환, ‘상이를 꼽았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 자신을 지탱해 준 고마운 배우들이랍니다. 두 배우들은 이 작품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임했고 또 연기와 외모 가슴과 머리 속 모든 것을 극중 배역으로 바꿔서 임했답니다. 그들의 노력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줄 수 있을 정도로 감사함을 느꼈답니다.
 
김주환 감독. 사진=넷플릭스
 
그 둘이 없었으면 아마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심적으로 절 많이 잡아 준 분들이에요. 육체적으로도 힘든 걸 많이 견뎌줬어요. 액션 수위가 워낙 강한데 그걸 다 견뎌줬죠. 특히 8화에서 벌어진 배 위에서의 액션은 진짜 힘들었어요. 한 번은 조류가 너무 심해서 6시간 동안을 배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곧바로 잠잠해 지자 마자 두 배우가 모든 걸 뚝딱 해내더라고요. 이 작품의 진짜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지만 너무 좋은 결과가 이어진다면 두 사람과 함께 좀 더 오랫동안 사냥개들로 남아 보고 싶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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